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반공 극우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크리스탠덤 사고 방식
상태바
반공 극우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크리스탠덤 사고 방식
  • 딴지 USA
  • 승인 2020.08.22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저는 한국 개신교가 애초부터,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극우' 이념을 장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 제 생각에, 한국 개신교가 '반공'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것은 주로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한국 전쟁 당시의 트라우마입니다.

둘째, 해방 이후 대거 남하한 북한 서북 지역의 기독교인들이(이 사람들은 김일성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품었던 사람들이었죠) 당시 북한 교회에 비해 교세가 약했던 남한 교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 부분은 꼭 개신교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박정희 시절에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엄청난 반공교육을 체화했기 때문입니다.

3. 하지만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개신교가 반공-극우 이데올로기의 최전선에 서서 정치적-이념적 극단성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개신교는 박정희-전두환의 군사독재 시절에, 표면적-수동적으로는 정권의 순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적잖았지만, 반면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정신적- 사회적 보루의 역할도 꽤 감당했습니다.

또한 우파 성향의 개신교인들도 기도 시간에 '북한'과 '민족 통일'을 위해서 애절하게 울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000년대 이전에 한국 개신교 안에서 공개적- 적극적으로 대놓고 북한을 증오하거나 극우 성향의 발언을 일삼는다든지, 기독교를 정치세력화 해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습니다.

4. 그런 한국 개신교가 극우의 본산처럼 변질된 대표적 사건은, 제 생각에, 2000년 초반에 김진홍 목사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뉴라이트 조직'의 탄생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교회 안 우파 세력과 사회 우파 세력이 손을 잡고 전국 단위의 힘을 구축하였고, 여기에 신비주의-무속주의 부흥사, 기도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세하여 세력을 확 키웠습니다. 그 결과 이명박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 개신교는 우파가 극단적으로 득세하며, 현실 정치에 단단히 맞을 들이게 되고, 또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5.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전광훈 같은 무대포 인사들이 극우의 상징처럼 되었지만, 약 15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실제로는 김진홍, 서경석, 박홍 같은 인물들이 한국 기독교를 극단적 우파로 변질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들로 보고 싶습니다.

다만 뉴라이트의 태동기만 해도 기독교 우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나름 약간의 학식이나 논리 등을 갖추었다고 (선의로) 봐줄 수는 있겠으나, 현재 전광훈류로 대표되는 한국 기독교 우파 집단은 일말의 지성도, 논리도, 사회적 소양도 없는, 말 그대로 극단적 우파일 뿐입니다.

6. 퇴근 시간에 임박해서 대충 몇자 끄적인 것이어서 상세히 논하지는 못하였으나, 언젠가 이런 역사적 과정들을 잘 정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 늘 있습니다.

제가 꽤 오래 전 이 주제로 학위논문을 쓴 적도 있는데, 한국 개신교가 극우 이데올로기에 포획되어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김진홍 목사 등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장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뉴라이트를 출범시킨 때부터 보는 것이 과히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선교 초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개신교는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중)소수 종교'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들이 '주류 종교'인줄로 착각하고- 이를 전문 용어로 크리스탠덤 사고 방식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회를 개신교가 쥐락펴락하려는 오만에 빠져, 그리고 여기에 반공 극우 이데올로기가 결합되어, 결국 오늘의 자화상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한국 개신교가 개혁되려면, 과거 100년 간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가 걸어왔던 족적들을 섬세하게 되짚어보며 언제,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264367583656957&id=100002512424962

By 김요한 목사
By 김요한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