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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주의 미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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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주의 미생물이다
  • 딴지 USA
  • 승인 2021.12.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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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우주의 미생물이다 >

미생물(微生物)에 대한 정의는 인간의 시각으로 볼 수 없는 작고 미세한 생물들, 즉 세균을 의미한다. 너무 작아서 현미경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들이라서 지구 생명체 총량의 60%를 차지한다는 걸 우리는 모른다. 사람의 장(腸)에 있는 소화 내용물 1그램 안에 지구 전체 인구 60억 명보다 많은 120억~500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성인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포 수가 대략 60조 개인데 반해 사람의 대장(大腸)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120조~500조 마리라고 한다. 사람의 몸은 세포들의 조합이 아니라 미생물들의 제국인 셈이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해야 맞다.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보면 사람 역시 미생물에 불과하다. 지구로부터 멀어져간 우주선 보이저호의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 사진을 찍었을 때, 우리의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사유하는 과학자 칼 세이건에 의해 그 사실을 공유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냥 인간과 우주를 추상적으로 상상할 뿐이었다.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행성이 우주의 먼지에 불과하며, 인간은 그 먼지에 기생하는 미생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생물은 음식물을 변질시키고 부패케 하여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들도 있고 인체에 좋은 유산균류도 있다. 미생물의 제국도 결국 대결을 통해 살아남는 자들의 제국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세포 수보다 많은 미생물들의 대격전장이다. 좋은 미생물들이 많으면 건강하고 그렇지 않으면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 미생물에 관한 책을 몇 권 보면서 대장의 미생물이 정신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식할 수 없는 균이라서 타자의 몸을 숙주로 하여 번식하면서 그 숙주의 생명 체계를 교란하거나 파괴시킨다. 독감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들이 그에 해당한다.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지 않고 타인의 것을 훔치거나 사기 쳐서 먹고 사는 인간 같은 게 바이러스다.

김치를 담그는 것은 우리 몸에 좋은 유산균을 배양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김치를 담근다. 교인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갈 수 없는 도시 교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에 좋은 유산균을 집집마다 나누어 주는 것이다. 맞벌이로 바빠 김치 한 번 제대로 담가먹을 수 없는 게 우리 교인들의 현실이다. 내가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복음의 방식이 유산균을 배양하여 나누는 일이다.

몇 번의 실험 결과 우리 교인들이 두 가지 맛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기초 재료는 같되 찹쌀 풀과 고춧가루를 첨가했을 때 깊고 시원한 맛이 나는 일명 ‘콜라 맛 물김치’, 생수에 소금 간만 하여 깔끔하고 시원한 ‘사이다 맛 물김치’가 그것이다. 1리터짜리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집집마다, 직장마다 배달하며 나는 이들에게 좋은 유산균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우리 교인들에게 유산균처럼 살아가는 일은 우주의 미생물로 살아가며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다. 하나님 나라는 어쩌면 이 땅에 좋은 미생물을 번식시키며 숙성되는 과정 아닐까? 내 정신을 숙성시켰던 서재가 이제 유산균을 숙성시키는 발효실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나님 보시기에 우리는 그냥 미생물들이다.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유산균이 될지 아니면 이 세계를 파괴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될지는 선택에 달려있다. 세균은 유전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그때그때 자신의 정체성을 달리하는 것들이 많다. 나쁜 놈이 될 것인가, 좋은 놈이 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좋은 미생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생물들이 바이러스의 공세에 밀려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아니, 오히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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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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