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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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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나
  • 딴지 USA
  • 승인 2022.01.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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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광신인가? 눈을 열고 구약성경을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광야에서 죄 없이 떼죽음당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고라의 반역으로 인해 죽은 자가 14,000명이었다. 이스라엘 남자들이 모압의 성전 창기들과 음행한 사건으로 죽은 자들이 24,000명이었다. 다윗이 통치 말년에 행한 인구조사로 인해 죽은 자들이 70,000명이었다. 14,000명 중에 고라의 반역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자가 몇 명이나 될까? 죽은 24,000명 모두가 모압의 창기들과 그룹섹스에 참가한 자들인가? 다윗의 인구조사가 죄가 된다면 그 책임을 다윗에게 물어야 할 것인데, 하나님은 왜 죄 없는 70,000명의 백성을 죽여 버렸는가? 하나님은 광기를 부리는 잔혹한 신인가?

이 죽은 무리들의 숫자의 크기는 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무리’라는 것이다. 대중(大衆)이라는 말이다. 대중은 각성되지 않고 몰려 있는 사람의 무리라는 뜻이다. 이 말은 대중가요, 대중문화, 대중식당, 대중목욕탕, 대중심리 등의 용어에 쓰인다. 여기서 접두어로 쓰이는 대중은 개성 없는 무리들, 교양이나 지성이 드러나지 않는 군상들이 집단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구약성경에는 이러한 대중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들이 많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하던 광야 여정에서 모세가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홍해의 기적이 아니라 홍해 직전에 백성들의 원성이었다. 바다가 앞에 가로막힌 상황에서 군마를 달려 추적해오는 애굽의 병사들을 보고 그들은 집단적으로 모세에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차라리 우리를 애굽에서 죽게 하지 여기까지 끌고 와서 개죽음을 당하게 하냐고. 광야에서도 마실 물이 없다며 모세에게 집단 항의를 하고 먹을 양식이 없다고,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항의한다. 모세의 지도체제에 돌을 던진다. 이 때 집단화된 무리들, 이들이 대중이었다.

대중은 자기 지성과 의지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속삭임에 쉽게 넘어가고 여론의 방향에 끌려간다. 그래서 대중은 프로파간다의 표적이 된다. 이들은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를 분별하지 못한다. 사실을 알고 진실을 깨우치기보다 말들의 이미지에 포획되어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받는다. 그러므로 대중은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대량 플라스틱 폐기물처럼 자기의식 없이 몰려다닌다. 이건 개인의 죄가 아니라 대중의 죄다. 대중에 속한 자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대중은 사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실에 무지하고 경박하다. 조작되는 여론의 희생양들이다. 이런 자들이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한 나라를 병들게 한다. 나라를 망하게 한다. 투표는 개인의 자유지만 내 투표가 진실을 왜곡하고 한 사회를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면 나를 누군가에게 투표하게 한, 그 대중적 흐름이 만든 죄의 대열에 나도 참여함으로써 죄인인 것이다. 거짓에 동조한 무지(無知), 그것이 대중에 속한 개인의 죄다.

가나안을 정탐하러 갔던 열두 명의 사람들 중에 두 사람만이 가나안에 대한 하나님의 비전을 확인했다. 열 명의 무리는 하나님의 비전을 본 것이 아니라 그 땅의 이미지를 본 것이다. 이미지는 본질을 왜곡하고 비전을 왜곡한다. 열 명의무리는 우리 시대의 대중들, 개돼지 취급당하면서도 열심히 몰려다니며 침 뱉고 돌팔매질을 해대는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광야에서 죽었다. 비전을 보지 못하면 오늘만 살다 죽는 것이다. 오늘만 살고자 하는 무리들은 내일을 살 가치가 없기 때문에 죽는 게 마땅하다. 그게 무리를 죽인 하나님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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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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