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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검사, 법사, 그리고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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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검사, 법사, 그리고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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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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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고소득 전문 직업을 얘기할 때 ‘사’자 직업이라 한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사’자 직업의 순위가 매겨진다. 하지만 이젠 돈만 많이 버는 게 아니라 돈과 권력, 그리고 지지와 숭배의 영역으로까지 그 직업의 우위를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시대 진정 돈과 권력을 동시에 얻고 숭배의 대상에 이른 세 직업은 검사, 목사, 법사 들이다. 그런데 이들 세 직업의 공통점은 마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마술적 기법으로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해방 이후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권력 기관이 됐다. 검찰의 권력 시스템이 70년 넘게 변치 않고 유지됨으로써 이들은 몇 년마다 바뀌는 선출직 권력에 비해 지속 가능한 권력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그의 입에서 “5년짜리 대통령이 겁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도 5년인 데 반해 검찰 권력은 영원하다는 뜻이다.

검찰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 그래서 검찰이라는 절대반지는 있는 죄도 없게 할 수 있고, 없는 죄도 만들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을 때 마술적 사고를 하게 된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술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탈세, 불법 경영, 부당 이득과 같은 비리와 범죄가 잦은 재벌가에서 선호하는 사윗감 1순위가 검사다. 윤석열이 김건희와 결혼한 게 아니라 부동산과 주가 조작 등의 불법과 범죄로 돈을 번 최은순이 자기를 보호해 줄 마술사를 사위로 구입한 것이다. 평생 검찰의 조직 안에서 마술적 사고와 마술적 행동으로 살아온 사람, 단 한 번도 합리적 사고와 논의를 통해 세계를 접해보지 않고 권력의 도그마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사람은 자신을 왕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검찰은 절대왕정 시대의 왕의 지위를 누려온 것이다.

편법과 세습, 공금 유용, 교인 협박하는 설교 등으로 교회를 성장시킨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생 자기를 존중하고 따라주는 교인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들에겐 죄책감이나 두려움 같은 게 없다. 자기만이 하나님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과 신념으로 전신갑주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은혜, 사랑, 구원 같은, 아주 단순한 몇 개의 종교적 언어를 마술적으로 사용하여 사람들을 취하게 만들 수 있다. 이들 목사들은 평생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내부에서 마술을 부리는 검사들처럼,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마술적 인간들이다. 이들 역시 자기 교회 안에서 왕으로 군림한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왕에게 맹종하는 백성이 그의 왕궁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검사와 목사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게 법사다. 불법(佛法)을 공부하거나 수행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점이나 봐주고 굿이나 해서 먹고 사는 무당이 법사(法師)를 사칭하며 시대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 사특한 무당들에게 검사 마술사조차 지배당하고 있다. 또 그런 검사 마술사를 적극 옹호하고 지지해 준 목사 마술사들이 있으니 이 시대 최고의 마술사는 법사인 셈이다. 우리는 지금 법사의 마술이 검사와 목사의 영혼까지 지배하는 왕정 시대를 살고 있다.

키스 토마스(keith thomas)는 이러한 문제를 16-17세기 잉글랜드의 종교 현상을 통해 이해하려 했다. 그는 자신의 책 <종교와 마술, 그리고 마술의 쇠퇴>에서 특정 시대를 콕 찝어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관찰하는데, 사회적 불안과 격변기의 종교를 통해 인간 안에 있는 마술적 사고의 양태와 패턴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중세의 기독교에 편만했던 수많은 마술적 종교현상을 그는 ‘교회마술’이라 부른다. 교회의 종교적 행태와 마술사의 주술을 구분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그 둘을 구분할 수 없다는 뉘앙스로 말한다. 종교개혁과 합리주의가 등장하면서 중세 기독교의 마술적 요소들이 부정되고 제거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술로부터의 완전한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종교개혁가들과 개신교회들은 “중세교회가 제공한 마술적 기법과 통제로 회귀”한 것이다.

검사와 목사와 법사가 벌이는 마술의 시대, 답답한 마음으로 책 한 권 들었다가 밤을 꼬박 세우고 말았다. 이 방대한 사료들을 촘촘한 그물처럼 엮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꿰어맞춘 논리적 탁월함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에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잠을 청하는데, 정신이 말똥거린다. 나는 그가 22세에 옥스퍼드의 교수가 됐다는 사실보다 이 책을 38세에 썼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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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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