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한 영혼을 위해 애쓰지 마세요
상태바
한 영혼을 위해 애쓰지 마세요
  • 딴지 USA
  • 승인 2023.01.17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교인 중에 어린이집을 하는 분이 있어서 간혹 심방을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아픈 아이들이 있습니다. 불안 장애, 소통 장애, 언어 장애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실어증에 빠진 아이들, 강박증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전체 원아 중에 20% 가까운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이곳만 특별히 그런 아이들이 많은 게 아니라 요즘 전반적인 추세라고 합니다. 시간 될 때마다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고 원장님이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못지않게 부모들에게서도 이런 심각한 인격 장애를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는가 하면 별것도 아닌 일에 구청에 민원을 넣거나 경찰에 신고를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청 건설과에 근무하는 남자 권사님 한 분은 근거도 없이 협박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기 이해관계 앞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이기적이고 폭력적으로 반응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아픕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자의식이 기형적으로 변형됐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의 압박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성공과 서열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면서 누적된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아픔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처럼 주변을 감염시키며 질병을 퍼뜨립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목사들이 타락해서 교회가 이 모양이 됐다고 많이 한탄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타락한 목사가 타락한 교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신앙의 가면을 쓰고 교회를 오염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손님은 왕’이라는 듯이 이 교회 저 교회 떠돌며 이해관계를 따지고 교회와 목사에게 자기 욕구를 관철시키려는 사람들 말입니다. 교회가 아니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좀 더 깊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교회에서 보이는 몇 가지 정신과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용어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망상증, 분열증, 자기애성 인격장애, 우울성 성격장애, 공황장애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러한 장애 증상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기 안의 질병이 타인에게 파장을 일으키며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지 못합니다.

특히 내가 겪은 사람 중에 가장 심각하고 힘든 사람은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자녀를 세계의 중심에 놓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최고의 학부를 나와 최고의 명예를 지닌 남편과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심각한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내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얘기만 떠들었습니다. 보통은 7,8시간을 혼자 자기 얘기만 떠드는데, 어떤 때는 10시간을 혼자 떠들 때도 있었습니다. 자기 외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무식하고 부조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식을 위해 목사인 내가 베이비시터가 되어줄 것을 바라다가 그것이 충족되지 않자 교회를 나가버렸습니다.

종교적 관습 안에서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분열증적 자아를 가진 이들이 교회의 일원이 되면 우리같이 작은 교회는 큰 파고를 맞게 됩니다. 작은 교회 목사들은 이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려고 부단히 애쓰다가 번 아웃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분들로부터 교회와 공동체를 지키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영혼이 중요하지만 그 한 영혼이 많은 영혼에게 상처 줄 권리는 없습니다. 한 영혼이 중요하지만 그 한 영혼을 위해 공동체가 상처 입고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교회가 ‘한 영혼’에 대한 교리적 관념을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한 영혼' 구원 관념에는 전도하여 교인의 숫자를 늘리고 교회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종교 산업의 이데올로기가 숨어있습니다.

이제 ‘한 영혼’이라는 말을 성찰적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어쩌면 이 말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했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교회 안에 던진 폭탄일 수도 있다는 상상해봅니다. 우리의 실존은 본질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야 합니다. 인간은 자기의 무능과 한계를 돌아보고 세계의 본질과 우주적인 질서의 절대적 원리이며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 엎드릴 때, 가장 건강하고 인간다워질 수 있습니다. 나는 위로받고 구원받아야 할, ‘한 영혼’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아무것도 아닌, 먼지일 뿐입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김선주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