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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신학 지식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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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신학 지식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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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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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신학 교수가 한 사람 있다. 그는 외국의 명문대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땄고, 오랫동안 국내의 대학과 신학교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몇 해 전에 그가 뒤늦게 목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지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아무리 봐도 그는 목회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였다. 그 교수는 평생 학생들에게 신학 지식을 전수하는 일만 했을 뿐, 학생들을 섬기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노는 훈련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그가 목회를 시작하면서 믿었던 것은 오직 하나, 그의 탁월한 신학 지식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평소에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실에서 하던 방식 대로 예배 때 교우들을 상대로 설교를 기깔나게 하면 목회가 될 줄 알았다. 지인들이 우려했듯이, 그의 목회는 1년여 만에 보기 좋게 실패했다. 사실, 성공을 했다면, 그게 외려 이상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목회가 신학 지식만으로 하는 게 아님을 몰랐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문제는 그 신학교수뿐 아니라 동네 꼬마 목사들조차 자기들이 신학교에서 몇 년간 주워들은 신학지식을 자신들의 목회를 위한 가장 큰, 혹은 심지어 유일한 자산으로 여긴다는 거다.

올해 대부분의 신학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지원자들의 수준도 형편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신학교에 지원하는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우수한 인력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신학교 몇 년 다니고 나와서 갑자기 천상천하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현자(賢者)와 지자(知者) 노릇을 하며 사람들을 이끌려고 하는 데서 교회의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신학 공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거냐고? 어이구... 내가 신학서적 번역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다. 신학책 안 팔리면 나부터 굶어죽는다. 내 말은, 목회는 그 알량한 신학 지식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목회자에게 신학 지식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목회자로서의 훈련이다. 겸손, 인내, 섬김, 연대, 돌봄 같은... 목회는 자기가 이끄는 이들보다 우월한 지식을 갖고 그들을 말로 제압하며 하는 게 아니다.

고등학교 내신이 별로인 학생들을 갑자기 탁월한 신학자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일은 부활하신 예수님도 못하신다. 그러나 그들을 교회가 필요로 하는 목사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신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의 절반이라도 목회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훈련시켜야 한다. '신학교'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목회자 양성소' 정도로. 진짜 신학은 할 만한 머리가 있는 이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하게 하고.

신학교 정원 미달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속이 답답해서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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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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