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삶을 마주하고 가는 신학, 기도, 그리고 목회
상태바
삶을 마주하고 가는 신학, 기도, 그리고 목회
  • 딴지 USA
  • 승인 2022.05.28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회사에 직장 생활과 목회를 병행하는 직원이 한 명 있다.

개척 목회 3년이 조금 더 된,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목사다.

그 나이 때의 목사들이 그렇듯 고민이 아주 많아 보인다.

호기롭게(?) 개척교회를 시작했는데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숫자는 그대로이고, 갈수록 목회가 쉽지 않은 걸 절감하는 눈치다.

엊그제 그 직원 목사와 함께 차를 타고 갈 일이 있어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도 종종 불러서 목회에 대한 조언[?]을 해줄 때가 있다.)

"이 목사, 야구 좋아해?"

"아, 네? 네 조금."

"있잖아. 야구에서 타자가 3할을 치면 뛰어난 타자 소릴 듣고, 투수가 6회까지 3점 이내로 실점을 하면 역시 뛰어난 투수 소릴 듣거든.

생각해봐. 3할 타자면 열 번 타석에 서서 일곱 번은 죽는 거야. 겨우 3번 안타를 쳐서 살아나가는 건데도 그게 참 힘들어.

그 힘든 걸 이뤄내기 위해 선수들이 매일 밤늦게까지 죽어라 연습하는 거야.

근데 말이야, 3할 타자나 방어율 3점대 투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 그게 뭐냐면? 바로 "자기 폼이 정립되어 있다는 거야."

타자가 엄청난 시행착오와 연습 끝에 자신의 타격 메커니즘이 정립되어 있으면 오만 형태의 상대 투수를 만나도 10번 중에 3번은 안타를 칠 수 있는 거야. 투수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자기 야구'를 정립하는 게 중요해.

목회도 마찬가지야.

목사가 성경을 보는 시각, 신학적 체계, 사회를 해석하는 입장, 기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 자기 것이 정립되어 있어야 3할 목사가 될 수 있는 거야.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 오랫동안 새벽 2-3시까지 죽어라 연습해야 하는 거야.

이 목사가 자기 입장에서는 40대가 되니 마음이 급하겠지만, 사실 그 나이는 아직 한참 젊은 때야. 막 말로 하면 그냥 '애기'지.

그러니 서두르지 마. 그리고 목회 '스킬'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마. 중요한 것은 '기본'이야. 자기만의 신학과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야. 그게 제일 중요해."

===

돌이켜 보면,

나는 신학을 공부한 지 25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이르러 '나만의 것'이 정립(?)되었던 것 같다.

수천 권의 신학책을 읽으면서 과연 어떻게 해야 성경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순간, 어느 날 갑자기 정말 성경 전체를 날줄과 씨줄로 엮을 수 있는 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직신학과 성서신학을 통합(?)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 틀이 보였다.

기도는 어땠을까?

기도는?

한 40년 쯤 기도했고, 깊은 성령 은사 체험을 수없이 했고, 수만 명을 위해서 기도를 해줬고, 무수한 기적 체험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랬더니 조금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도의 응답이나 은사보다 내 '마음'을 비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불과 몇 년 전에 터득했다.

그래도 여전히 기도는 어렵다.

===

며철 전에 대전에 사시는 어느 분께서 '아이가 아프'다고 급하게 기도를 부탁하셨는데,

오늘 새벽에 연락이 왔다.

'목사님, 하나님께서 저희 아이를 데려가셨어요. 기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일면식이 없는 분이지만, 매일 저녁마다 그 가정을 위해 빼놓지 않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이 먹먹하고 쓰라리고 죄송하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한 세 번은 잠깐의 기쁨과 설레임이 허락되는 것이고,

나머지 일곱 번 이상은 마음이 무너지고 심지어 하나님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남는 일이다.

그래서 '삶'이 어렵다.

그 삶을 마주하고 가는 목회란 것이,

고작 목사들끼리 모여서 세미나 하고, 무슨 스킬 배우고, 조직을 만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까닭이 여기 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김요한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