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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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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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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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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우상들 >

성경에서 말하는 가장 나쁜 놈은 누군가? 우상 숭배자들이다. 기독교인이라면 구약성서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대표적인 우상인 바알, 아세라(아스다롯), 몰렉(밀곰, 그모스), 다곤 들은 수메르나 바빌로니아에서 팔레스틴으로 유입되며 그 지역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변화한 신들이다.

그런데 이 우상들은 다산과 풍요의 신들이다. 고대종교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위한 기원의식은 섹스와 연결돼 있다. 고대 종교에서 섹스는 다산(多産)을 위한 제의의 중요 수단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여 가나안을 향해 갈 때 주변 부족들을 통해 이 섹스종교와 만나는데, 고대 중동에서 그만큼 섹스종교가 편만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남자들이 모압의 우상 제의에 참가하여 신전(神殿) 창기(娼妓)-사제-들과 그룹섹스에 동참한 일(민수기25장)은 구약성경에서 매우 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성경을 표면적으로 보면 하나님은 인간의 성행위에 대해 강박증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경은 성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파멸적인 인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인격적이고 건강한 성행위가 아니라 다산을 기원하기 위한 제의적 기능으로 성(性)이 변질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하고 더 많은 가축의 새끼를 생산하여 부를 늘리기를 기원하는 게 고대종교의 섹스 제의였다.

서양문화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아프로디테) 역시 풍요의 여신이다. 그리스 로마에서 탄생한 팔등신의 아름다운 여신이 아니라 아세라(아스다롯)와 같은 고대 근동의 다산과 풍요의 섹스신이 예술성과 지성미를 가진 미의 여신으로 진화한 것이다. 비너스의 아름다움 뒤에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이 우상처럼 음험하게 숨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산과 풍요에는 정의와 사랑이 없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가 권력을 갖게 되고 생산물의 분배에서 차별이 생기며 그것에서 계급이 파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구조, 그것이 분배 없는 풍요의 결과다. 그래서 이러한 구조악이 발생했을 때 성경에는 어김없이 예언자들이 등장한다. 분열왕국 시대인 BC 8세기에 활동했던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미가와 같은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공의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인간에 대한 정의도 사랑도 없는 앗수르와 바벨론 제국의 야만적 폭력 앞에 짓밟힌 시대이기 때문이다. 제국은 분배 없는 풍요를 독점하려는 야만적인 국가 형태다.

그런데 제국의 지배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 않고 진화되어 우리 안에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다. 부에 대한 지나친 갈망, 경제적 이익에 대한 탐욕적 이해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마다 내세우는 제일의 공약은 경제성장이다. 분배 없는 경제성장, 공정하지 않은 경쟁, 부의 독점적 소유 구조 같은 문제에 대한 담론 없이 경제성장만 외치면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환호하며 지지한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은 이러한 사회를 <풍요중독사회>라고 꼬집는다. 분배와 정의 없는 풍요, 오직 풍요가 목적인 사회의 문제를 그는 예리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보여주는 집단적 망상이 바로 ‘가짜 행복’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런 제국의 야만이 우리에게 약탈적 금융사회로 나타난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율의 이자를 받아 착취하는 약탈적 금융사회는 다산과 풍요의 신이 법률과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람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진화된 우상이다. 다산과 풍요의 우상들은 교회 안에도 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예수의 이름으로, 담임목사의 이름으로, 정통 교단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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