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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가벼운 퓨전 판타지인줄 알았는데 <둥굴레차!>
 회원_950948
 2021-10-12 02:32:50  |   조회: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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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덕후들에게 2013년은 기억할만한 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걸출한 작품들과 뛰어난 신인들을 대거 배출한 대학만화 최강자전이 있었으니까. 진행 과정도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당시 순위권 작품부터 8강 진출작까지 모두 정식 연재되었으며 작가들 대부분 현직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니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강자전 시절부터 팬들을 이끌었던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탄탄한 그림체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무장한 <둥굴레차!>다.

 

둥굴레차! 의 기본 스토리 골자는 이렇다.

청룡, 주작, 백호, 현무.

사신의 증표를 가지고 태어난 네 무술소년들의 수련기.

(네이버 웹툰 소개 발췌)

 

사실 사방신을 다루는 이야기는 넘쳐나고, 무술 소년들의 이야기도 넘쳐난다. 두 가지를 합친 이야기? 역시 찾아보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둥굴레차는 여기에 무엇을 더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두었나? 

 

우주는 신선과 신령이 사는 하늘나라와/ 만물이 사는 지상세계/ 그리고 인간세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랜 옛 날에는 하늘나라와 지상세계의 벽이 없어서/ 하늘나라 주민이 지상세계에 피해를 주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를 막기위해 신선이 모여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하늘과 지상 사이에 결계를 만들고 결계수호자로 네명을 신선 중에 뽑는게 어떻겠소?"

(그러나 신선들은 반대를 하고)

그래서 신선들은 소싯적 칼 좀 씹어본 걸로 유명한 청룡, 현무, 주작, 백호신령이 담긴 무술 혹은 주술비급을 만들어

네 명의 인간에게 나누어주며

"이 비급을 가지고있는 가문에게 부귀영화를 약속할 것이다."

"다만 가문에서 한 세대에 한 명씩, 사신의 증표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신 후계자에게 비급을 훈련시키고"

"사신신령의 힘을 몸에담는 사신강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하늘나라로 보내 사신의 역할을 하도록 해라."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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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화에 간략히 등장한 세계관이다. 우주와 신선, 하늘나라와 신령……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에 나올법한 단어들로 어렵지 않게 독자들에게 세계관을 깔아준 뒤 등장하는 등장인물들. 배경보다 단순하고 깔끔한 인물작화는 자칫 성의없어보일 수 있으나, 기본기가 탄탄한 인체와 주름 묘사 등 구태여 넣을 필요 없는 것은 빼고, 필요한 것만 잘 눌러 담은 작화다. (대최전때와 작화 디테일이 달라졌는데, 무엇이 더 좋은지는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후 하나 둘 풀려가는 등장인물들. 캐릭터성으로 밀고 나간 작품이니 만큼 디자인도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거지도 모두 개성만점이다. 4인방 주인공과 더불어 적지 않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중에서 몰개성하거나 필요없는 인물들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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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4인방 중 하나인 현무 후계자, 현우.

 

무술소년들의 유쾌한 일상처럼 보이다가도 곳곳에 화려하고 탄탄한 액션신을 고루 배치한 것은 물론,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충실하다. 그뿐인가? 작중 등장하는 한복을 따로 정리한 팬이 있을 만큼 복식 센스도 뛰어나다. 여러모로 독자들의 기대를 받으며 연재 된 작품인 둥글레차.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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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4인방 중 하나인 주작 후계자, 주은찬.

 

 

 

유달리 뛰어난 퀄리티로 이름난 작품들일수록 작가들의 휴재가 짙은 건 단순한 우연에 불과할까? 길지 않은 중편으로 첫작을 완결낸다 해도 복귀작까지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둥굴레차! 역시 중간 중간 짧게 휴재하다 결국 장기 휴재에 들어간 작품 중 하나이다. 이런 현상은 특정 플랫폼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 나이대의 작가진에게서만 발생하는 현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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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4인방 중 하나인 백호 후계자, 백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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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4인방 중 하나인 청룡 후계자, 청가람.

 

 

 

둥굴레차!는 2013년 12월 2일 연재를 시작하여 2015년 12월부터 장기 휴재에 들어갔다. 3년이 지난 2018년 11월 연재를 시작하였으나 이 역시 점차 줄어드는 컷수와 스토리 관련 논란이 일다 다시 휴재에 돌입했다. 작가가 작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거나 프로 의식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덧글들이 왕왕 보이지만 사실 작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이런 일이 너무 잦다는 게 문제다. 단순 급여만의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작품 퀄리티와 작가를 위한 보호책이 필요하지 않나. 작가 개인에게 치중된 작업 총량이 너무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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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전대 사신 후계자이자 현 사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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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후계자들에게 하늘세계와 신선, 신령간의 부조리함에 대해 일깨워준 신령, 미호.

 

 

둥굴레차!는 작중 계절에 따라 시즌이 갈라지는 시즌제 작품이다. 유쾌발랄한 일상 아래 신선과 사신강림에 대한 질문을 남긴 채 종료된 봄, 그리고 이후 여름과 가을은 별 다른 표시 없이 지나갔다. 분위기가 분명 변하고 있긴 한데, 어느 순간 너무 급박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사신강림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입장도 나오고, 그런 주인공들의 가족도 나오고, 전대 사신들도 나오고, 요괴도 나오고, 이것 저것 나오는 건 많은데……분명 작가 나름대로 완급 조절하여 차례로 풀고 있다고는 믿고 있으나 초반부에 비해 급박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덧글의 의견처럼 작가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둥굴레차의 변화때문이다. 여성향에서 먹힐 법한 남성 주인공들을 깔고 그 주위에 남성향에서 먹힐 법한 정석적인 클리셰를 깔아둔 것은 분명 영리한 선택이나, 그 때 유효했던 클리셰들은 지금에 와서 미소지니, 즉 여성 혐오로 일컬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휴재 복귀 후 작가는 이러한 점들을 나름의 방식대로 정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애정 없이 작업한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행보 아닐까.

 

정해진 운명과 그를 바꾸려는 시도, 그 안에서 충돌하는 개인의 삶과 집단의 정의 등등…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가고자 하는 방향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어쩐지 아쉬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는 작품, 둥굴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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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2 02: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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