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의 책을 읽어내려가기가 너무 힘들다. 250페이지 남짓하는 짤막한 책인데도 읽다가 다시 덮었다가 집어서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히틀러의 나찌당이 집권을 할 때 유태인을 이용했다. "그놈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못 사는 것"이라고 대중들을 정치적으로 선동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1921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 민중의 분노와 고난을 잠재우기 위해 이게 다 조선인들때문이라며 악마화하고 역시 선동했다. 양쪽 다, 영문도 모르는 이들을 향해 끔찍스런 살인과 폭력을 저질렀다. 그들 모두 "영광스러운 조국을 위해"라는 타이틀은 신나게 갖다붙였다. 그런 정치 이념적 목적 밑에 유태인과 조선인은 인질이었을 뿐이다.
적폐 집단이 다시 집권을 하는데도 인질을 이용했다. 그건 검찰개혁을 외치는 장관의 가족들이었다. 그런 인질극은 유태인에 대한 독일민중의 분노처럼 유포시켜졌다. 그놈 딸내미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떠들며 믿게 만들었고, 대학도 의전원도 전부 부정입학이라고 떠들면서 선전선동을 일삼았다. 아니 믿든 말든 상관이 없기도 했다. 국정농단 세력이 화려히 부활해, 다시 집권할 명분을 쌓는데 이용만 하면 됐으니까.
조민을 최근에야 기소한 이유는 아직 이 인질극이 안 끝났다는 뜻이다. 검찰, 아니 집권세력은 이 인질극을 끝낼 생각이 없다. 아마 독일에서 나치가 망한 이후에도 전후 네오나치가 아직도 유럽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대는 것처럼 이런 혐오 인질극은 시즌 5,6,7,8까지 끝도 없이 해먹을 생각인가보다. 이런 저질 인질극에조차도 "공정과 상식의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은 마치 나찌당이 "영광된 도이칠란트를 위해"라고 외쳤던 구호처럼 등장하니 어안이 벙벙할 일이다.
조민의 책은 마치 안네프랑크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다. 안네의 잃어버린 일상과 영문도 모른 채 짓밟힌 꿈, 그렇게 만든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는 그 일기에 나오지 않는다. 안네 프랑크는 그저 자신이 그날 그날 느끼고 생각한 감정들을 담담히 적어냈을 뿐이었다. 조민의 에세이집도 그와 같다. 검찰집단이 권력을 잡기 위해 준동한 3류 인질극의 최악의 피해자로서 분노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결기나 어떤 예리한 감정따위는 이 책에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조민은 그저 담담하게 자기 일상을 얘기할 뿐이다. 이런 담담함이야 말로, 책을 읽는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 고통은 분노때문이다.
조민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정치인 조국의 딸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조민으로서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게 이 책에서 피력하는 핵심이다. 그렇게 자립심이 강한 성격이 된 이유를 이 책의 전반부 대부분을 할애해서 그는 설명하고 있다. 그는 동정심 어린 눈길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따위 인질극이 정치권에서 4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다. 나는 조민이 의사국시에 합격했다고 대문짝만하게 신문기사가 나왔을 때, 그걸 축하한다고 SNS에 썼다가 TV조선에 얼굴과 신원이 다 까였다. 연로하신 부모님한테서 전화가 와서 너 대체 뭐하고 돌아다니는 거냐고 야단을 맞았다. 당시 나는 하도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돈 많이 받고 일하는 방송국 기자들이 나같이 아무 볼일도 없는 사람 글 따위를 갖고 기사를 내고 앉았다니, 이건 마치 "저놈은 독일인인데 유태인놈들한테 죄가 없다고 한다"며 신문기사를 내는것과 같았다. 다시 생각해도 참 어이 없는 3류 언론들이다.
조선생의 책 제목.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는 자기한테 밀려오는 파도를 자기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나의 흐름을 찾고 나로서 빛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은 지금껏 "조국 사태"라고 명명한 이 명칭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건 "검찰 항명 사태"라 하는 게 맞았다. 조민이 이 사태의 주인공도 아니다. 주인공들은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이용하고 언론 보도의 공익성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자들이었지, 정교수도 조민도 아니다.
읽다가 다시 덮어놓은 책의 표지엔 "오늘도 나아가는 중이다"라는 제목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이 말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 라고 했던 유명한 독백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나아가다 보면, 나에겐 또 새로운 문이 열리겠지, 라며 그는 스스로에게 말을 붙이는 것같다. 그가 이렇듯 강건하니, 우리가 그를 응원해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의 응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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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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