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소년공에게
상태바
소년공에게
  • 딴지 USA
  • 승인 2023.09.19 0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대, 왜 거기서 울고 있는가.

소년공이여, 어머니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여.

그대, 왜 거기서 굶고 있는가.

누가 그대를 굶주림의 아가리에 처넣었는가.

누가 또 배고픔을 강요하는가.

소년공이여.

미처 자라지도 않은 어린 것을 공장에 보내놓고

어머니는 꽁보리밥처럼 돌아앉아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이 쌀이었다면 어머니는 만석꾼은 되었을 테지.

저 어린 것한테 뭐 발라먹을 게 있다고

공장은 아가릴 벌리고 새벽마다 그댈 삼켜버렸지.

아직 자라지도 않은 아이의 뼈를 사골 우리듯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오래오래 고아내는 공장의 불빛.

졸음에 겨워 쓰러질 듯 위태한 소년공이여,

굶주림으로 단련된 몸 움켜잡고 여기까지 와서

그대 다시 굶주림으로 어둠의 아가리 앞에 섰구나.

어린 삭신을 갉아먹고 자란 어둠이,

그대의 뼈를 부러뜨린 흉포한 자들이,

자본이 되고 권력이 되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구나.

소년공이여, 시대의 아픈 손가락이여.

그대, 왜 거기서 울고 있는가.

그대, 왜 거기서 굶고 있는가.

소년공이여, 어머니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여.

소년공이여, 시대의 아픈 상처여.

쓰러지지 마라, 쓰러지지 마라.

어머니의 가슴으로

그댈 품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어머니의 가슴으로 그대 곁에 선

횃불들을 보라.

어둠의 아가리를 찢기 위해

어머니 가슴으로 횃불 든 우리가 있다.

소년공이여, 쓰러지지 마라.

소년공이여.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여.

시대의 아픔이여.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김선주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