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좋아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권력을 스스로 컨트롤 할 줄 알았던 능력 때문이었다.
여느 뇌과학자가 증언했듯이 인간은 권력 앞에 무력하다. 뇌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라고. 때문에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불가항력적으로 권력 앞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쥐꼬리만함 권한을 쥐어주면 놓칠세라 갑질을 해 대는 우리네 문화가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그러나 노무현이 보여주었던 리더쉽은 정의 앞에 권력이 굴복되는 세상에 대한 비전이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히 권력을 쟁취하지만, 그 권력을 권력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는, 비록 그가 살아생전 경험해 보진 못했겠지만 분명한 메시지로 전달되어 대중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과연 누가 노무현 만큼 할 수 있겠는가. 권력이라는 유혹 앞에 누가 스스로 그것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노무현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가 걸어온 인생의 길은 분명 그랬다. 인권을 우선시 했던 변호사이자 운동가이기 전에, 그는 양심으로 욕심을 제어할 줄 아는 지도자였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이런 지도자가 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대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소신으로 인생을 견뎌내는 사람. 자신이 갖게 된 권력을 무력으로 사용하지
않고, 생각한 바를 지켜낼 줄 아는 절제와 인내의 소유자. 또 등장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깨서 말씀하셨던,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는 노무현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그 말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노무현이 보여준 행적으로 증명된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크든 작든 권력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면, ... 그분이 한 없이 그립다. 그나마 그의 친구가 있어 다행이지만, 그도 가고 나면 ...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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