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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적폐' 철폐의 핵심은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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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적폐' 철폐의 핵심은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
  • 딴지 USA
  • 승인 2020.06.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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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에 대한 생각들. (꽤 긴 글이지만, 시민 동지분들이 당장은 접어두시더라도 짬이 되실 때 꼭 한번씩 봐주시고 함께 성찰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현재 소위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리는 것은 채널A 이동재-한동훈의 유시민 무고의혹 사건이다. 하지만 조국죽이기 사태 국면에서 벌어진 검언유착 사건은 이 외에도 두 건이나 더 있다.

하나는 KBS 법조팀의 김경록PB 강압 인터뷰 및 날조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SBS 법조팀의 직인파일 날조보도 사건이다.

채널A 건이 당시 채널A 이동재, 백승우와 직접 접촉한 제보자 지모씨에 의해 매우 상세한 경위와 의도까지 드러나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까지 들어간 반면, KBS와 SBS 사건은 방송사 법조팀 차원의 문제만 드러났을 뿐 검찰의 개입 사실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방송 보도를 심의하는 방심위 차원의 징계만 결정됐을 뿐 실질적인 진상조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KBS는 방심위의 주의 징계가 확정된 상태이고 SBS는 전체회의에 주의 징계가 상정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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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하자면, KBS 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 '채널A 모델'과 상당히 유사하다. 방심위에 의견서를 제출한 김경록PB에 따르면, 단순히 기존에 알려졌던 인터뷰 내용의 왜곡, 날조 정도가 아니다. 당시 김PB가 인터뷰를 하게 된 경위가 인터뷰를 거절하는 김PB를 KBS 법조팀장이 검찰(송경호 3차장)을 거론하며 압박했던 거였다.

검찰 간부의 실명이 등장하고 보도 과정에 그 간부 검사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채널A 시건과 유사하지만,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의 목소리'와 검찰의 종용 및 압박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KBS 사건은 법조팀장의 전언 뿐이다.

SBS 사건은 KBS 사건보다도 드러난 것이 더 적다. 지난해 9월 7일의 직인파일 오보 내용을 보면 취재원이 제3자가 아닌 검찰임은 명백하다. 해당 오보로 인해 유리해진 것이 검찰 뿐이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청문회 당일 밤의 무리한 기소로 여론의 큰 비판을 받으며 코너로 몰릴 상황에 처해있다가, SBS의 날조보도 덕분에 여론의 주의를 돌림과 동시에 9월 6일 빈깡통 기소를 억지로나마 이어갈 수 있는 명분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 SBS 사건에는 채널A 사건을 폭로한 지모씨나 KBS 사건을 폭로한 김경록PB 같은 당사자 증언이 없고, 오직 '강력한 정황' 하나뿐이다. 3건의 '검언유착' 사건들 중 진실이 가장 덜 드러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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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어제 방심위 소위에서 SBS에 대해 '주의' 법정제재를 결정한 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은데, 나는 현실적인 한계 내에서는 최선이었다고 본다.

방심위는 방송보도 내용에 대한 심의 및 규제 기관이지 수사기관이 아니다. 어제 SBS 법조팀장이 그런 것처럼, 오보를 낸 경위를 철저히 숨겨버리면 방심위로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과로서 오보가 나온 데 대해서만 징계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사권이 있다면 이런 날조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를 강제수사해서 천인공노할 검언유착 실체를 상당부분 밝혀낼 수 있었겠지만, 방심위의 권한 밖이다.

다만 지난밤에 쓴 대로, 방심위가 방송심의규정 제11조를 적용하지 않고 14조만 적용한 것은 유감이다. 14조는 보도의 객관성만 따지는 반면, 11조에서는 진행중인 재판에 개입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보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교수가 그 오보 바로 전날 기소된 상태였으므로 기술적으로 '재판중'인 상태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고, 따라서 방송심의규정 11조가 적용되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방심위가 사법의 영역인 '재판 영향' 문제를 다루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개연성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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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개 검언유착 사건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렇게 채널A, KBS, SBS 세 방송사의 검언유착이 드러나고 그나마 방심위 징계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하게도 이들이 '방송사'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방송이 아닌 종이신문 언론사, 인터넷 언론사에는 이런 최소한의 징계조차도 불가능하다.

그러면, 전체 언론개혁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애초에 방심위에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1. 애초 방심위가 보도 내용의 규제만을 다루는 기관이고, 2. 그나마도 방송사가 아닌 언론사에 대해서는 전혀 적용이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이런 검언유착 사건들은 바로 다음달 출범할 공수처로도 제대로 커버하기 힘들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언로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라며 그게 공수처의 폐단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거리가 매우 멀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수처법에 규정된 법리도 아니고 일반 형법의 조문으로서, 지금까지는 수사를 받지 않는 검사가 수사받는 과정에서 비밀누설 혐의가 드러나면 언론이나 기자도 수사받을 수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지, 이런 검찰과 언론의 공모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법리가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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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죽이기 사태가 가장 악랄한 형태로 벌어졌던 근본적인 이유를 꼽으라면, 검찰 권력과 언론 권력이 결탁해 사건을 날조하고 조작했기 때문이다. 두 권력 모두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들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른 기관이나 세력으로부터도 견제를 받지않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이 두 최강 권력이 명목상의 권력인 법무부장관의 임명 과정에 개입해

따라서, 이런 검찰과 언론의 광범위한 묵시적 공모 자체를 그대로 '검언유착'으로 보고 재정의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채널A, KBS, SBS의 세 사례는 단지 그 공모의 양상이 묵시적인 관계를 넘어 명시적이고 노골적인 사건조작으로 나타났을 뿐, 검찰-언론 사이의 묵시적 공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검언유착'의 의미를, 현재 드러나 이슈가 되고 있는 개별 방송사들과 검찰의 범죄 공모를 '협의의 검언유착'으로 보고, 장기간 이어져온 검찰과 언론의 광범위한 묵시적 공모적 관계를 '광의의 검언유착'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 두 가지 검언유착이 따로 분리된 별개의 것이 아니라, 묵시적인 '광의의 검언유착'이 장기간 이어져오면서 범죄적 형태로 표출되는 '협의의 검언유착'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협의의 검언유착은 '형사 사건'이고, 광의의 검언유착은 악습이고 적폐인 관행이라는 구분도 가능하겠다. 전자를 '검언유착 사건', 후자를 '검언유착 적폐'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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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뿌리 깊은 검언유착 문제의 해법을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다. 일단 '협의의 검언유착', 즉 '검언유착 사건들'에 대해서는, 특검 도입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세 방송사의 사례는 수사의 출발 대상이 검찰보다는 언론일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다. 세 사건 모두 검찰이 아닌 언론쪽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공수처가 이 검언유착 사건들을 수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수사대상의 문제로 수사의 주체가 모호해지는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내가 알기로는 특별검사 제도 하나밖에 없다. 검찰도, 경찰도, 공수처도 맡을 수가 없는 사건이다. 검찰만의 범죄라면 법무부나 윤석열 영향권 바깥의 검찰에서 수사할 수도 있겠지만, 언론사가 절반의 공모자인 검언유착 사건은 이런 기존 수사기관들이 수사하기가 여의치 않다.

21대 국회의 구성에 따라, 결심만 한다면 이 '검언유착 특검'은 민주당 단독으로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정당으로선 검찰쪽보다 언론사를 겨냥한 특검이라는 측면에서 큰 부담이 뻔히 예상된다. 언론사들이 '자위권' 및 '기득권 수호' 차원에서 대대적인 여권 맹폭에 나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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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광의의 검언유착', '검언유착 적폐'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로서는 현실적으로 규제가 불가능한만큼, 대대적인 관련 법 개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 접근 방식으로는, 단순히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언론사의 유착 관계를 차단하고 규제하는 새로운 기구 혹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여러 현실적인 방안들이 마련되며 권력 축소, 분산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 종착점이 비교적 머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언론개혁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보 등 특정 사건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이후 언론사들의 자정기능이 갑자기 동작하게 될 개연성이 있을까? 전혀 없다. 사회개혁에 있어 가장 머나먼 로드맵이 언론개혁이다. 이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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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검언유착 사건'도 '검언유착 적폐'도 시민사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 특검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권에 동력과 명분을 실어주고, 장기적인 검언유착 적폐 철폐를 위해서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개 소시민이지만, 밀알 하나를 주워모으는 사소한 역할이라도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 국회 의석 177석이 정치권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이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그것은 결코 사회개혁을 완수해낼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최종적인 해법은 항상 시민들에게 있다.

시민 개개인이 '나 역시 시민사회의 일원'이라는 무거운 책임감, 주권 시민으로서의 적극적 역할 인식만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아닌가.

 

출처:https://www.facebook.com/Jeehoon.Imp.Park/posts/321868632485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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