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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문제 일으켜도 징계 1번뿐…미 살인 경찰 방조한 ‘면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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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문제 일으켜도 징계 1번뿐…미 살인 경찰 방조한 ‘면책권’
  • 딴지 USA
  • 승인 2020.06.01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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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압해도 선의 증명하면
책임지지 않는 면책권 부여 탓
솜방망이 처벌…과격시위 ‘악순환’
30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흑인을 그만 죽여라”는 팻말 등을 들고 항의 행진을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흑인을 그만 죽여라”는 팻말 등을 들고 항의 행진을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숨 좀 쉬게 해달라”는 조지 플로이드(46)의 절규를 무시하고 그의 목을 8분 넘게 짓눌러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44)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19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최소 17번의 신고나 고소·고발을 당했다. 지각 같은 가벼운 문제도 있었지만, 2006년과 2008년, 그리고 2011년에는 용의자를 사살하거나 다치게 한 현장에 있었고, 과잉진압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쇼빈이 실제 징계를 받은 것은 단 한차례뿐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미국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과잉진압의 바탕에는 인종적 편견이 깔려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대법원 판결로 부여된 ‘공무원 면책권’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의 29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미국인들은 연방법에 따라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공무원을 고소할 수 있지만, 1967년 확정된 대법원 판결은 ‘선의’로 인권을 침해한 공무원에게 면책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과잉진압을 하더라도 선의를 증명하기만 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28일(현지시각) 경찰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한 시민이 미국 국기를 들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각) 경찰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한 시민이 미국 국기를 들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지금까지 과잉진압 의혹이 제기된 여러 경찰관이 이 판례 등에 기대어 기소를 피하거나 처벌을 면했다.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이 사건 발생 나흘 만에 3급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적이다.

미 대법원은 2015년 이 원칙을 강화하는 해석을 내놓는다. “(공무원은) 상식적인 사람이 알 만한, 명확히 수립된 법적·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공무 중 행위와 관련해 기소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확히 수립된’이라는 개념이 ‘상식적인 사람이 알 만한’이라는 개념을 압도하면서, 경찰들은 과도한 면책권을 누리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사회는 경찰의 과잉진압과 솜방망이 처벌, 폭동에 가까운 반대 시위가 지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1980년 플로리다주에서 오토바이 과속을 한 흑인 아서 맥더피를 집단 구타해 죽게 한 경찰 4명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1992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과속한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들 역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분노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이 쑥대밭이 됐고, 캘리포니아주 방위군과 제1해병사단 등이 투입되기도 했다.

29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팻말을 들고 있다. 오하이오/AP 연합뉴스
29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팻말을 들고 있다. 오하이오/AP 연합뉴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뒤에도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친 흑인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이 비무장 흑인 마이클 브라운에게 6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과잉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일었고, 석달 뒤 대런 윌슨이 대배심에 의해 불기소 처분되자 시위는 한층 더 격화됐다.

2015년 3월 위스콘신주에서는 비무장 흑인 토니 로빈슨과 몸싸움을 벌이던 백인 경찰 맷 케니가 총을 꺼내 그를 사살했으나, 위스콘신 검찰은 “발포가 적법했다”며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2016년 7월에는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시디를 팔던 흑인 올턴 스털링이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분노한 시위대 중 일부가 경찰을 조준 사격해 경찰 5명이 사망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499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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