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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의 스토리텔링 비법? [빙탕후루]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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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의 스토리텔링 비법? [빙탕후루]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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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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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세상 이야기 <빙탕후루>

 

굳이 웹툰을 챙겨 보지 않더라도 주호민이란 이름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극장가를 점령했던 신과 함께는 물론이고 네이버를 대표하는 웹툰 작가 중 하나니까. 간결하지만 직관적인 그림체,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내용을 먹기 좋게 버무려내는 스토리텔링과 연출. 옛날 어린 시절 읽었던 전래동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그 작가. 주호민 작가의 <빙탕후루>다.

 

먼저 제목이자 썸네일에도 쓰인 <빙탕후루>는 탕후루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음식으로, 산사나무 열매에 설탕, 물엿 등으로 만든 시럽을 바른 뒤 굳혀 먹는 음식이다. 산사나무 외에 딸기, 키위, 귤, 방울 토마토, 바나나, 포도 등 여러 가지 과일로도 만들며 시럽이 발려진 과일들을 20cm 정도의 꼬치에 꽂아서 먹는 간식이다.(위키백과 인용) 작중에서도 빙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 외에도 다른 재료를 이용한 것들이 나오니 찾아보는 재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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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가 있다. 고양이 귀여워!

 

 

각설하고, 빙탕후루는 신과함께를 비롯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스토리작가, 즉 원작자가 따로 있는 작품이다. 동명 제목의 원작 소설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는데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중국에서도 2018년 2월부터 연재 중인데, 주호민 작가가 그린 작화를 바탕으로 새로 그려진 작품으로 이 역시 중국어가 능숙하다면 원작과 비교해보며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이제 작품 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네이버 웹툰은 빙탕후루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신과 함께> 주호민 작가의 신작!

잔인하고 무자비한 환상 속 요괴들이 현세를 어지럽히는 중국 송나라

귀안도사와 여연이 팔귀 퇴치의 여정을 떠난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환상 속 요괴들.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내용은 그림체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상당한 수위를 자랑한다. 단순히 야하거나 폭력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마다 도덕적 수위는 다르고,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 잔혹하며 선정적인 이야기는 곳곳에 널렸다. 당장 어릴 때 읽던 동화들의 수위를 기억해보자. 대부분 이야기는 권선징악을 표방하나 자세히 보면 아이들을 겁박이라도 하듯 끔찍한 이야기가 많다. 행복한 결말로 보상받는 선인과 달리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악인들의 최후를 보라. 백설공주의 계모인 못된 왕비는 달구어진 쇠 구두를 죽을 때까지 신는 형벌을 받는다. 콩쥐팥쥐의 팥쥐도 마찬가지, 늑대와 7마리 아기염소의 늑대는 또 어떤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날 이야기 중엔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러한 옛이야기를 재각색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지우며, 어떻게 읽느냐일 것이다. 변형 없이 그대로 가져온다면 구태여 각색이라고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이미 한국 신화를 훌륭하게 현대적으로 풀어냈던 주호민 작가를 향한 기대가 컸다. 일단 믿고 보는 작가 중 하나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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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면 꼭 하던데…

 

 

작품의 시작은 여느 옛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송나라 때 장가라는 사람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1화. 스포일러없이 요약하자면 예쁜 여자와 한 번 해보려고 별일을 다 해내다 고꾸라지는 이야기다. 이런 옛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들은 초반부터 이 캐릭터는 죽겠구나, 하지 말라는 걸 하다가 큰일을 치루겠구나, 하며 이야기를 읽는다. 어떻게 될지 어림짐작하면서도 결국 읽고야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전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작가의 끊기 신공 때문에?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장가는 춘란이라는 아리따운 기생과 자기 위해 정체불명의 노파가 시키는 대로 착실히 준비한다. 다섯 살 남아를 달라는 말에 그것도 준비하고, 먹으라면 먹고 외치라면 외치고 하라는 건 다 한다. 그리고 춘란을 갖게 되었으니.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참……여러모로……한심한 인물이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아동) 인신매매부터 시작해서 끔찍한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옛이야기가 그렇듯 남자는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아, 어쩐지 하란 대로 잘하더라니. 그게 다 함정이었던 거다.

 

장가를 살해한 것은 고획조라는 요괴로, 인간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에게 배신당해 첫 아이를 잔인하게 잃은 뒤 아이를 납치하여 여자아이는 둥지에서 키우고 사내아이는 끓이고 녹여 빙탕후루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를 위해 장가에게 아이를 받고 살해했던 것. 

그리고 ! 그 고획조를 잡기 위해 드디어 썸네일과 작품 소개에 있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바야흐로 주인공은 나중에 등장한다더니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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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귀안도사와 여연.

 

 

 

 

현대인의 모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잔인한 이야기를 겪고 나니 어린 여아의 등장에 걱정되는 것도 잠시, 그런 독자들을 위해 대놓고 이 아이는 죽지 않고 잘 살아 이런저런 업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 암시해주는 센스있는 나레이션을 지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도 아닌 장가인지 뭔지 하는 놈에 관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한 이유가 나오는 것이다. 장가를 죽인 고획조가 바로 빙탕후루라는 이야기의 시작이자 원인이 되는 사악한 친구이기 때문. 보물을 어디 숨겨놓았느냐고 묻던 원피스의 그 엑스트라같은 건 아니지만. 고획조가 벌인 일 때문에(스포일러이니 자세히 쓰진 않겠다) 주인공인 귀안도사와 여연의 모험이 시작된다. 장가가 아니더라도 시작됐을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차여차 사악한 요괴가 벌인 일과 세계를 수습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도사와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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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탕후루는 중국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둔 까닭에 현대 독자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 종종 나온다. 송나라라는 배경은 물론이요. 작중 등장하는 지명이나 인명 등은 지나가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다. 어디선가 본것만 같은 익숙한 이야기에 장희 작가와 주호민 작가의 현대적인 시각이 곁들여진 빙탕후루. 읽을 때는 뒷목이 서늘하다가도 웃기고, 또 다 읽고나면 어딘지 씁슬한 옛 이야기가 당길 때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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