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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전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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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전향일기
  • 딴지 USA
  • 승인 2021.12.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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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당을 지지하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읽다보니 그 심경이 느껴져 어른으로써 많이 미안했습니다.

장문의 글입니다. 차근차근 읽어 보시면 2030청년들의 마음이 전해질 겁니다.

이재명 후보가 구세주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청년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경청하며 고민을 나누고, 대책을 세워 풀어갈 수 있는 문제들은 풀어갈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말 뜬구름이 아닌, 현실에 정치를 녹여내는 실용의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퍼온글>

새벽감성에 주저리주저리, 그리고 순전히 내 입장에서 쓰는거라 성향에 따라 불편할수있으니 양해바람. 맘에안들면 비추해도 됨ㅇㅇ

일단 본인은 20~21년도쯤에 국힘쪽에 유입됐으며 경선이 끝난 이후 이재명 지지로 돌아섰다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정치와 연관하여 돌아본다면

유년기~10대시절에 IMF와 금융위기를 겪었다

IMF 자체는 기억 안나는데 그 이후 시기는 기억남

비정규직, 저임금자, 청년실업 수십만명... 이런 뉴스 맨날 나왔었고, 어린 내가봐도 세상의 생존경쟁이 무섭다라는 인식이 생겼음

금융위기는, 그때 서프라이즈, 우결같은 프로그램들 원래 스튜디오전용 패널이 있었는데 금융위기 여파로 스튜디오 촬영 자체가 사라진게 어린 시절에도 충격이었고,

실제 같은반 친구들중에 가정형편 급하게 어려워져서 이사간 애들도많고 그랬다

이 2가지를 어린 시절에 보면서,

"사회 = 살아남기 힘든 곳"

"살기 위해선 = 노력해서 경쟁에서 이겨야함"

이런 인식이 강하게 박혔음

물론 힘든거야 그 당시 어른들이 더 힘들었겠지만,

어른들은 이미 자신의 철학이 완성된 상태에서 어려움을 몸으로 겪는 시기였다면

나를 포함한 잼민이들은 어려움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철학이나 세계관 형성 자체가 당시 사회의 영향을 크게받았던거같음

또한, 본인은 사교육의 허브같은 신도시에 자랐었는데

그때 학교든 학원이든 어느정도 레벨 이하의 대학가면 인생 망한다고 노래를 불렀고,

중학교땐 외고/과고 가야한다,

고등학교땐 문과 취업안되니 이과가야된다, 직장인들도 짤리는 세상이다, 일반 회사다니면 못먹고산다, 의대 가야한다, 대기업가려면 서성한은 가야한다...

이런 식의 말들을 중,고등학교 내내 들었음 ㅇㅇ

위의 IMF,신자유주의 등 사회적 경험과, 당시 우리 동네 분위기라는 개인적 경험이 합쳐지면서,

어린시절 돌아보면 나도 그렇고 학교나 주변 애들도 묘하게 긴장되고 경직된 분위기가 있었던거같다

내 학창시절 친구는 자해를 해서 손목에 상처가 3개나 있었고

내 고등학교 같은반 친구는 자기 중학교 동창이 자살을 하기도 함

아무튼.. 그렇게 대학입학했는데,

대학입학 전까지는 '취미는 대학가서' 이런식으로 모든 삶의 선택과 행복을 대학이후로 유예했는데

대학가니까 다시 취업문제가 심각하다고 신문이고 부모고 학교고 난리더라 ㅇㅇ

1학년때부터 도서관 다녀야한다, 문과는 1학년부터 공무원 준비해라, 토익 몇점대 이상 넘겨야한다, 학점 4점대 이상은 대기업~ 3.5이상은 중견~ 그 이하는 중소행이다~~ 등등

결국 돌이켜보면

어린시절부터 대학입학 이후에도

끝없이 언론과 사회에선 생존을 말하고,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론 성적,학점 등의 명확한 기준을 말해왔다

"모두가 하나의 레이스에 다같이 들어가서 싸워라! 1등은 금메달, 2등은 은메달, 3등은 동메달, 4등 이하는 목메달"

이거였음 ㅇㅇ

딱 내또래는 대부분 비슷할거임

그리고 군대도, 단순히 훈련때문에 몸이 힘들었던것보다도

국가,애국같은 가치에는 큰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는 죄없이 끌려가는 감옥같았고

복학이후에는 다른 애들은 졸업하고 취준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다시시작하니, 생존경쟁에서 뒤쳐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

이런 식의 경쟁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식의 정책이나 발언이 잦았는데

그동안 저런 레이스 하나만 바라보고 온 나한테는 너무 낯선 말이고, 너무 낯설어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더라

고등학교 성적 일정수준 이상 받고, 대학에서 학점 몇점 이상 받고, 토익 몇점 이상이고.... 하면 인생에서 승리하는거라고 평생을 들어왔는데, 경쟁 자체를 부정한다는거에 대한 일차적 반감이 들었고.

게다가 저런 얘기했던 사람들이

자식이고 본인이고 크고 작은 부정부패를 저지름.. 화가 날수밖에없더라

부모 잘 타고나서 그냥 레이스 자체에 안 들어오는 놈한테는 화 안나고 오히려 부러운데

같이 레이스 들어와놓고 파울하고, 심판이 파울도 안불어주면 열받을수밖에. 그게 백태클이냐 오프사이드냐 그런건 부수적인 문제고 ㅇㅇㅇ

게다가, 페미 문제도

내 입장에선 단순히 젠더문제가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생존경쟁 문제랑 동일 선상이었는데

그냥 평생을 "레이스에 들어가서 이기면 상으로 편한 삶을 받는다~" 를 금과옥조처럼 새긴 내 입장에서

"얘들아~ㅋ 차별은 아직 존재하니까 여자들은 출발선 앞으로 빼줄게~" 라는 얘기를 한다? 솔직히 내가 달려온 레이스 자체가 뒤틀리는 기분이라 동의가 안될수밖에 없었음

"같은 경쟁자인데 가산점 더 주고 할당제 채워준다고? 대체 왜지? 차별받았다고? 무슨 차별인데? 저게 차별이라고? 차별을 했다한들 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인건데? 저게 내가한거야??" <- 이런 심리가 컸고

특히 '남자니까 참아라' <- 이런 논리는 그냥 단체기합 받는 기분이었다

난 민주당과 그쪽 지지자들의 최대 실책이라고 생각하는게

저 시기에 이십대 남자들 불만 징조 보일때,

최대한 설득을 하거나 달래주거나 뭐라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무슨 이명박이 뿌린 씨앗이니, 일베세대니, 한탕세대니, 인방땜에 뇌가 더렵혀진 세대니 뭐니...

내가 그 시기에 정치 고관심층도 아니었는데도 실제로 너무 서럽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을정도로, 당시 분위기는 좀 너무했다

인터넷에선 한.남충이다, 군대 = 군캉스아님? 이런 소리듣고

정치권에선 일베세대다, 못배워서 그렇다, 남자니까 참아라

교수, 정치인, 언론인들은 우리보고 한.남소리하던 애들 손잡고 가고

우리는 덩그러니 남아서, 언론에서도 다뤄주지도 않고...

뭐 그렇다고 민주당의 여성정책이 여자들 삶을 실질적으로 더 낫게해준것도 아닌거같고ㅇㅇ

딱 이 시기가 이준석 본격적으로 치고나간 시기고 나도 정치저관심층에서 국힘 유입된 시기임

내 또래 남자애들끼리 하던 얘기... 하다못해 싸구려 언론에서조차 안 들어주던 얘기를

정치권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사람이 해준다? 진짜 눈 돌아가더라

나는 이준석 하는 얘기 전부 동의한것도 아니고,

솔직히 30후반 아저씨가 뭐 20대랑 통해봐야 얼마나 통했겠음.

어쩔수없이 아재같을때도 있었고 좀 이상한 말도 자주했었지만

제발 정치권에서 어떤 종류의 변화라도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음.

재보궐이후 언론에서 이대남이니 뭐니 부랴부랴 현상분석에 나서고,

이준석 당대표 당선되고..

이때쯤에는 '아 진짜 변화가 생기는구나' 하는 기대감이나 뿌듯함 같은게 들더라.

이후 국힘 경선, 홍준표 돌풍은 다 알거고...

다만 경선 끝나고나니까

국힘이 가는 방향이 내 또래의 바람과는 전혀 다르구나, 그동안 우리의 짝사랑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확 밀려오고 현타가 와서

경선 이후 무당층으로 잠시 머물다가,

여차저차해서 이재명에 대한 여러 오해를 풀 계기가 있었고

객관적으로 경선때 본 윤석열보단 이재명이 더 낫다는 확신이 들어서 고민없이 전향함..

나는 다음 대선에 이재명을 뽑겠지만

그렇다고 이재명이 이대남이 원하는거 전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은 없음.

반페미 전사가 되어달라고 하고싶지도 않고

생존경쟁을 통치이념으로 삼아달라는 말도 하고싶지않고...

그리고 솔직히 내가 자기연민 심하다는것도 알고있음.

정치에 대한 소외감은 독재정권 직접 겪은 세대가 더 심했겠고, 생존위협은 IMF, 금융위기때 성인이던 세대가 더 힘들겠지 ㅇㅇ

그리고 개인적으로 진보정권의 아젠다에 어쩔수없는 반감은 들어도

그게 틀렸다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음.

상식적으로 그 모든 아젠다가 틀렸으면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도 뚝배기 깨지고 있겠지 왜 득세하겠음. 틀리지 않았으니 서유럽,미국도 주장하고 민주당도 주장하는거겠지

다만,

지난 몇년간 내가 느낀건

나는, 내 세대는 넘어져있는데, 세상은 저 멀리까지 뛰어가고있고, 뒤돌아서선 "너는 왜 안따라오냐"며 호통치고 손가락질하는 기분이었다

이재명은,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따라가기 버거워하면 잠시 멈추더라도 기다려서 물한잔이라도 주고

조금 느리더라도 어깨동무하고 같이 나아가는 방식의 진보였으면 한다

3줄요약

1. 되돌아보면 어린 시절부터 생존경쟁이 치열했고 경쟁논리를 내재화했다

2. 어느 순간부터 이에 반하는 사회적 상황들이 생겼고 반감이 생겼다

3. 이재명의 정치는 이를 극복하는 정치였으면 한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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