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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지식인, 성인이 아닌 바로 '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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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지식인, 성인이 아닌 바로 '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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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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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6 운동권 세대나 민주화운동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항상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프로에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진보운동 세력에 대해 깊숙히 파고들어 다룬 내용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지금 정치권의 주류인 민주당 의원들, 심상정.

그리고... 김문수, 원희룡 같은 변절자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정치인이 되어 우리사회의 주류가 되어있는 이 세력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최고 명문 대학을 들어가 좋은 뜻을 갖고 사회에 몸을 투신하고 공장에 위장취업까지 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이들의 희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지금도 가슴에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운동 세력은 그렇게 운동을 하며 탄압을 받았지만 결국 사회로, 대학으로 무리없이 돌아가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 발에 채이게 볼 수 있는데...

왜 함께 운동했던, 본인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투쟁했던 노동자분들은 보이지 않는걸까?

왜 나는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걸까?

당시 함께 노동운동을 하셨던 어떤 노동자분께서 인터뷰를 하시면서 눈물지으며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생들과는 항상 괴리감이 있었고, 그들은 그들의 삶으로 돌아갔지만(당시 방송이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이었던 기억이) 본인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고.

같은 뜻을 가져 같이 싸웠어도 서울대를 나온 대학생들과 노동자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달랐던 걸까요?

지금은 우리 사회의 큰 축이 되어 주류가 된 이 사람들의 세계관, 시각으로 쓰여진 그들의 역사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갈 틈은 과연 있었을까요?

얼마 전에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 북스를 보면서 이런 여러 의문들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있는 곳이 다르면 세상을 보는 눈도 다르고 입장도 다를수 있다는 것...

제가 노무현이나 이재명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드리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세대가 아예 다르기에 다른 편견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꼭 정치권에서는, 특히 민주당 세력내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받아드리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 그저 동지'로서, 같은 세상을 꿈 꿔온 ' 그저 동지'로서 느끼는 동질감으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이질감을 느끼고 "나와는 다른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좋은 뜻을 갖고 사회변혁에 몸을 투신하고 이념으로 지식으로 투철하게 의식화가 된 전형적인 대학 운동권 세력들...

항상 그들의 현실과 열악한 사회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며 '노동자'들과 사회약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가르치며 살아온 '성인적 삶'...

이런 사람들이 하나의 축을 만들어 세상을 바꿔왔지만, 한편에는 노무현 같이 이재명 같이 본인이 노동자의 삶을 살아왔고 주류들의 학력, 주류운동권은 아니지만 변방에서, 지방에서 치열하게 싸워 온 사람들.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며 본인과 가족, 주위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위해, 탈출시키기 위해 싸워 온 빛보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남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 본인의 '삶' 그 자체 아니었을까요?

대학을 못가고 농협에 취업하려던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

국졸출신의 검정고시생으로 장학금 받으려고 중앙대 법대를 선택했던 상대원동 공장 노동자 출신 이재명.

저는 이 출신에 의한 거리감이, 살아온 삶의 다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운동을 했다는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공장에서 빠따질 안당하려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는 이재명에게 천박하다고..

브라보콘을 내기로 걸고 아이들을 억지로 싸움을 시키던 그 야만의 장에서 성장한 이재명이 그래서 폭력적이라고...

이재명은 야간학교라도 보내주라고 아무리 빌어도 안됐던 현실과.

윤석열은 어머니, 아버지 모두 대학교수.(연대, 이대)

아버지의 조언으로 법대를 들어가 돈 걱정, 부모 걱정없이 9수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도 그 기간에 어려움없이 대학원을 다니고...

군대도 안갔지만 그 시대에 32세에 취업을 해도 전혀 어려움 없던 현실.

세상을 보는 눈도, 서있던 곳도, 그리고 지금 서있는 곳도 전혀 다를 것 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재명 지사와 함께 살아온 가족들을 보시길.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 없는 이재명이 도움받고 지금도 동창회를 한다는 공장친구들을 보시길.

이재명은 자기 업적에 대한 홍보는 잘하지만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스토리로 만들어 감성적으로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항상 주어진 것이 없던 위기속에서 자신을 극복하고 넘어서며 싸워야만 했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것이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커온 것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혼자 해봅니다.

제가 대신 묻고 싶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은 대통령 하면 안되는 것인지.

소시오패스, 아내 때리는 남자라고 공개적으로 의심받고 조롱당하고 모욕당할 정도로 이재명은 무시당하고 멸시받습니다.

끊임없이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아닌 인격을 의심받고 인성을 의심받습니다.

성남이라는 지방에서 그사람들과 똑같이 시민운동, 인권변호사를 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멸시받습니다.

그것이 격의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만만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것이 아주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졸", "노동자", "검정고시생", "중앙대 법대" 그리고 그의 아픈 가족사는 이재명을 설명하는 키워드들 입니다.

이런 것 선거에 전혀 도움 안될지는 모르지만 그의 위치에 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재명은 갈등하는 지식인, 성인이 아닙니다.

본인은 탈출했지만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을 위해 현실을 바꿔야만 하는, 그래서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한 '보통사람' 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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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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