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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 [좋아하면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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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 [좋아하면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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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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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 <좋아하면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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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시대를 앞서나가는 선구자적 존재들이 있다.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수작업이 당연한 시절 공모전에 디지털 원고를 제출했던 그 작가. 언제나 시대의 트렌드를 포착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 작가, 바로 천계영이다. 90년대에 순정만화 좀 봤다는 사람은 물론이고 00년대, 10년대에도 천계영의 작품은 궤를 달리하며 우리 곁에 남아있다. 출판만화 작가들이 웹툰까지 영역을 넓히는 건 이제 그리 독특한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유달리 출판만화 출신 작가들 중에서 천계영이란 이름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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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좋아하면 울리는> 은 소재도, 작가의 작업 방식도 모두 미래지향적이다. 무슨 뜻이냐고? 먼저 작품의 주요 소재인 좋알람에 대해 볼까. 제목 <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알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좋알람은 반경 10m 이내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울리는 어플이다. 어느 고등학생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기 위해 제작했다는 어플은 시대를 바꿔놓는다. 너무 거창한가? 고작 어플 하나로 세상이 바뀌다니.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디스켓이 없어질 줄 몰랐고, 핸드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은 물론이요 생활 전반 모든 것을 핸드폰으로 움직일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가? 흔히 가게에 있는 키오스크, 다양한 SNS들. 모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며,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들이다. 좋알람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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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알람이 생겨난 뒤로 더 이상 사람들은 썸을 타지 않는다. 좋알람을 울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증표다. 하나의 발명으로 인해 사랑의 정의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반대로, 좋알람을 울리지 못하는 것.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 좋알람을 켜며,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좋알람을 켠다. 단순히 연인 사이에만 좋알람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 특히 아이돌들은 좋알람 설치를 하지 않고, 입주 가정부의 경우 '아무런 사심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언제나 좋알람을 켜고 다닌다. 좋알람을 이용한 예능 프로그램이 흥행하고, 좋알람과 관련된 무수한 썰이 생긴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하나의 '기준'. 그것이 바로 좋알람이다.

 

좋아하면 얼굴을 붉히거나 말을 더듬게 되거나, 옆에만 있어도 가슴이 뛰고 보고 있어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고, 괜시리 다정해지고야 마는 그런 세계는 옛일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아니 울려야 하는 세계. 그것이 바로 <좋아하면 울리는> 의 세계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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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알람의 주인공인 김조조는 부모님이 아닌 이모네 집에 얹혀사는 고등학생이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조조는 이모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이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 폐기 식품을 급식 대신 먹는다.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이모의 딸, 동갑내기 사촌인 굴미는 그런 조조와 달리 평탄하게 학교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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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인 선오와 혜영도 같은 집에 산다. 사채업자 아버지와 유명 여배우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선오는 청소년 모델을 했을만큼 어머니를 닮아 잘생긴 얼굴의 소유자로 학교 내 독보적인 인기인이다. 선오의 단짝친구인 혜영이는 어릴적부터 선오와 함께 자랐는데, 혜영이의 어머니가 바로 선오의 집에서 일하는 입주 가정부이기때문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알람이 막 등장한 시점, 즉 주인공들의 학창시절부터 시작된다. 좋알람의 등장과 함께 얽히는 주인공들의 아기자기한 학창시절 이야기는 작가의 내공을 보여주는데, 자세한 스토리는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학창시절은 작품의 일부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스토리는 주인공들이 성인이 된 시점부터 진행된다. 좋알람이 온전히 사회에 녹아든 세계. 좋알람이 당연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는 수도없이 넘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점치는 이야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작가와 작품 모두가 미래지향적인 작품은 또 드물다. 앞서 말한 만화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천계영 작가를 볼까. 사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연재 도중 잦은 휴재로 독자들의 원성을 샀던 작품이기도 하다. 휴재의 이유는 바로 작가의 건강 문제였는데, 오랜 지병으로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어려워진 작가는 손이 아닌 목소리로 작품을 그린다. 

 

이십여전만해도 디지털 원고는 그리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계는 인간의 섬세한 손놀림을 모두 구현해내지 못했고, 장비는 비싸고 무거운데다 사람을 쓰는 것보다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잉크와 펜촉은 사라지고 지면과 상관없이 디지털 작업은 표준이 되었다. 더 이상 작가들은 스크린톤을 칼로 오려내 붙이는 대신 클립 스튜디오의 브러쉬로 효괄를 넣는다. 배경 역시 마찬가지. 더 이상 하나하나 손으로 그리는 것 보다 스케치업 작업으로 보다 정밀하고 생동감 넘치는 배경을 구현해낸다. 모두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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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영상)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손이 아닌 목소리로 작품을 구현해내는 천계영 작가는 만화계의 미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데, 디지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사용하는 클립 스튜디오나 포토샵이 아닌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좋아하면 울리는> 을 그려내고 있다. 지난 날 작업 과정을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한 것을 보면 과연 앞으로 우리가 겪을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상상하게 된다.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상상치도 못했던 것들을 당연하게 셍각하게 되는 미래.

 

작품 작업뿐만 아니라, <좋아하면 울리는>은 현재 다국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넷플릭스 역시 과거에는 생각치 못했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작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 외적인 요소까지 두루 미래 지향적인 작품도 드무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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