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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망치는 주범은 족벌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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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망치는 주범은 족벌 언론이다
  • 딴지 USA
  • 승인 2021.09.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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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인 나도 악의적인 오보의 피해자였다.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09년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몇몇 메이저 언론사의 악의적인 오보로 하루 아침에 인격파탄자가 되었다. 회사 내부자의 일방적인 악담을 그대로 옮겨 나는 회사를 위해 선행으로 한 일인데 그들에겐 악행으로 둔갑시킨 악의적인 기사였다.

황당하게도 그런 기사를 쓰면서도 내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회사 동료가 신문에 난 기사를 봤느냐고 묻기 전까지 나는 그런 기사가 실린 것도 몰랐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신문을 펼치니 나는 기자를 해서는 안 되는 아주 불량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이 덜덜 떨린다. 한솥밥을 오래 먹었으니 나에 대해 모르지 않는 주변의 선후배 동료들이 걱정을 하고 위로를 해주었으나,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네가 그랬다니 실망이다, 너도 결국 그런 놈이구나, 언론이 그렇다는데 사실이겠지... 누가 무슨 말로 내 편을 들고 위로를 해도 내 귀에는 비난과 조롱의 말로 들렸다.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하다 보면 내가 왜 구차하게 이런 해명을 해야 하는지 화가 났고, 상대방은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어도 내 눈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피폐해져 갔다.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졌고, 만남을 회피하다 보니 동료들과 거리가 생기고 그럴수록 죄를 짓고 도망치는 것만 같았다. 분하고 억울하면 자살을 하는 이유가 이런 거구나, 나도 그때 자살 충동을 느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 즈음 서울지검 특수부는 나와 내 가족의 계좌를 뒤지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에게 눈엣가시가 된, 나와 가까운 어떤 이를 범죄자로 엮기 위해 별건 수사였다. 그때 내게서 뭐라도 꼬투리를 잡았다면 그걸로 나를 협박하여 진짜 표적을 잡아 넣으려고 했을 것이다.

대단하지도 않은 지난 일을 끄집어 내는 건, 자랑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악의적인 오보가 있는가, 의도적인 오보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나도 기자다. 나의 대답은 악의적인 오보, 의도적 오보가 있다는 것이다.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인격 살인의 기사를 쓰면서 당사자인 내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그걸 꼭 확인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었다. 그 당당함에 나는 절망하였다.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하였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결국 그 언론사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으나, 그럼에도 재판의 결과는 참담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내가 기자의 직감으로 느낀 건 판사도 소송의 당사자가 된 메이저 언론, 조중동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거였다.

기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한 그 재판에서 판사가 정해준 내 명예의 값은 고작 몇백만 원, 그 판결로 나는 몇백만 원짜리 하찮은 인간이 되었다. 기자의 명예값이 몇백만 원이니 판사의 명예값은 얼마나 될까. 1천만원 쯤 되려나. 기자도 판사도 아닌, 비정규직 저임금 국민의 명예값은 있기나 할까.

이 나라의 기자들 중에 언론윤리를 읽어본 기자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확인된 사실만을 기사로 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로 쓰지 않는다. 사실 확인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우선으로 하며, 신뢰할 수 있는 복수의 취재원에게 이중 삼중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취재원의 실명과 자료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기사 작성의 원칙이며, 부득이하게 익명 보도를 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기사에서 설명하여야 한다. 고발의 당사자에게 충분한 반론의 기회를 주고, 반론의 내용을 충실하게 기사에 반영한다...

그것이 언론윤리, 취재준칙의 기본이다. 그걸 아는 기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그걸 실천하는 기자가 있기는 한 걸까.

그런 기본적인 언론의 윤리를 성실하게 준수하였는데도 조국 가족이 기자들의 무자비한 인간사냥으로 피를 흘리고, 지방도시를 살리자던 손혜원이 부동산 투기꾼이 되고 윤미향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호의호식하는 앵벌이가 되는 모욕을 당했을까.

나도 기자인데, 악의적인 오보로 졸지에 인격파탄자가 되어 자살의 충동을 느꼈고, 판사의 강제 조정으로 몇백만 원짜리 인간이 되어야 했다. 나를 그렇게 만든 기자들은 지금도 기자로, 나를 죽인 그 펜으로 월급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서 단 한 번도 사과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가 누구든, 징벌이 없으면 악행은 반복된다. 당신도 어느 날 그 악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기자인 내가 징벌적 배상에 찬성하는 이유다. 그것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오보로 인한 징벌이 두려워 비판 기사를 쓰지 못한다고? 웃기지 말라. 그게 기자가 할 말인가.

나도 기자로서 고발 기사를 많이 썼으나 부정과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었는데도, 국민이 알아야 하는 공익적 보도인데도, 소송이 두려워 기사 쓰기를 주저한 적은 없다. 그게 두렵다면 기자가 아니다. 기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고백한다. 조국과 손혜원과 윤미향과 박원순과 이재명과 추미애를 위하여 이 글을 쓴다. 기자로 말한다. 이 나라를 망치는 주범은 족벌 언론이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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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요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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