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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와의 100분 대화, 한국 경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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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와의 100분 대화, 한국 경제 이야기
  • 딴지 USA
  • 승인 2021.03.0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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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나에게 있어서 유시민 작가는 특별난 호불호가 없는 사람에 가까웠다. 사실 유시민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단편적인 편린들로 구성이 돼 있는데,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국회의사당 빽바지(...) 사건이라든지, 옛 통진당 홍보영상에서의 삼각김밥 헤어라든지, 해일과 조개줍기 이야기라든지, 부동산과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렇게 편린의 조합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되면 당연히 불완전한 시각을 갖게 되는데, 내가 유시민에 대해 가진 시각 역시 비슷했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인식 중 하나인 ‘외국 나가세요’ 식의 사고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재테크를 그저 투기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을까, 때문에 시장주의자에 가까운 내가 제대로 모더레이팅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약 100분 간 대화를 나눠 본 결과, 한국 경제의 현실과 경제 불평등에 대한 유시민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정통 경제학에서 다루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기반하고 있었다. (정치권의 비전문가 국회의원들이 부르짖는 ‘원가기준’ 담론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나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나보다 다소 더 좌측에 위치한 사회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간주하는 분야가 더 폭넓은 정도였다.

대화 중에 노동시장 이중화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정부가 주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소위 ‘Inside Job Market’ 으로의 인위적 오픈이 당연히 노동시장에 진입코자 하는 청년세대에게 박탈감을 안겨 사회적 갈등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기꺼이 인정하였는데, 이는 유시민이 평소에 스스로가 특정 진영에 속해 있음을 숨기지 않고 밝혀 왔던 터라 상당히 놀라웠던 부분 중 하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쉬웠던 점은, 시간 관계상 가장 중요했던 질문 중 두 가지인 재벌 사내유보금 문제와 독일식 질서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민주화에서 국가의 ‘적당한’ 개입이란 과연 어떤 지점에 위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기업회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토대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은 꼭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아무튼, 유시민은 성장의 시대에 살아 온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낙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현재의 청년층이 더 이상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다는 현실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정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59년생 62세의 전 정치인이 여기까지 생각하는 것도 난 쉽지 않다고 본다. 그와 같은 진영에 머무르면서 아직도 현실정치에 위치하는 사람들의 낡은 담론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아, 저의 생각이 청년층 입장에서는 낡은 담론인가요?” 라고 되묻기도 하셨다.)

이야기 말미에 유시민 작가는 비대면 모임을 통해 알 수 있는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신의 비주얼이 별로라며 자기 얼굴을 원빈이나 공유로 합성해서 토크를 하면 어떠냐고 하시길래(...) 선생님 그렇게 되면 유시민의 토크가 아니라 원빈, 공유의 토크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라고 하니 아 그것은 또 그렇다며 시무룩해 하셨다.

이외에도 부동산, 재테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현재 민주진보 진영이 지휘하는 정책의 문제점들과 청년층의 고민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 물론 나 자신이 청년층의 대표자도 아니거니와 청년의 이해관계를 모두 알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큰 줄기에서 가장 눈에 띄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볼 수 있었다. 관련 컨텐츠는 나중에 접하실 기회들이 있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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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sung Bri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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