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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패배가 없이 진정한 승리는 없다. 그리고 죽음이 없이는 부활도 없다.</p> <p>"조국"을 키워드에서 삭제하고, 더이상 언급하지 않아야 우리가 산다는 사람들이 많다. "조국"을 언급할 수록 더 '진보'의 입지는 줄어든다고 믿는 것같다. 조국이라는 키워드는 패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p> <p>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 중 내가 모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다 내가 익히 보고 알던 것들이다. 그러나 화면들을 보면서 나는 사건들을 더 멀리에서 조망하듯 차근차근 생각할 수 있었다. 조국 가족에 대한 언론 검찰 보수당의 사냥 행각은 한 마디로 이념적 전쟁이었다. 보수 이념집단이 진보 이념의 어떤 아이콘이라 할 인물을 집중적으로 타격한 것이다.</p> <p>2019년 여름부터 시작된 이 모든 사건들이 전부 이념적인 것들이었다. 겉으로는 공정과 상식이 화두처럼 포장되었지만, 그 속의 갈등은 결국 이념이었다. 그 이념의 싸움에서 진보는 철저히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p> <p>그런데 나는 영화를 보며, 이상할 정도로 자꾸만, 예수의 고난과 부활 행적을 오버랩시키게 되었다.</p> <p>갈릴래아의 예수는 그 추종자들과 함께 유대 사회의 심장인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였다. 예수의 가르침은 무엇이었던가? "기존의 율법주의로는 우리가 살 수 없다. 회개하고 하느님의 나라의 임박을 믿어라"였다.</p> <p>율법을 수호할 예루살렘의 제사장과 서기관들은 예수가 일으키는 이런 반 유대전통적 운동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들은 무력을 이용해 예수를 체포하지만, 그를 처벌할 구실을 찾지 못해 고심한다.</p> <p>그러다 결국 생각해 낸 죄명이 "신성 모독죄"였다. 감히 선지자를 사칭했다는 것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리고 당시 로마 제국 전체에서도 가장 가혹한 형벌인 십자가 형을 구형한다.</p> <p>로마 총독은 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십자가형 판결을 승인한다. 예수의 십자가에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팻말이 붙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야유를 보내고 침을 뱉었다. "그리스도라는 자가, 왜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가"라며 사방에서 빈정거렸다.</p> <p>십자가형이 참혹한 이유는 절대 사람이 금방 죽지 않고, 여러 시간동안 매달려 있는 동안 온 몸의 피와 체액이 다 아래로 쏠리면서 차츰차츰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그런 시련을 겪는다.</p> <p>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죽음 이후로 사실 그의 "하느님나라 복음" 운동은 끝난 것이었다. "상식"대로라면 지도자가 저렇게 온갖 사람들한테 망신을 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데 어찌 패배자의 가르침이 살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p> <p>그런데 예수의 추종자들은 그가 부활했다고, 아주 황당한 사실을 믿기 시작한다. 그뿐 아니라 그가 곧 다시 돌아와서 자기들도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 새로운 신앙 교리를 만든다. 이게 초대 교회, 초기 기독교의 신앙이다. 분명히 죽은 게 확실한, 자기들의 리더, 패배자 예수가 무덤에서 스스로 걸어나와 자신들을 구할 것이라는 이런 믿음이,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p> <p>이런 초기 교회의 '부질없어 보이는' 믿음은 정말 이상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부질없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자꾸 커지면서 결국 로마 사회를 장악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p> <p>초기의 그리스도 교회들은 신선하고 탐욕이 없었으며 모든 것을 나누는 공동체였다.(코이노니아) 그리스도의 승천과 재림을 믿었기에, 그 신도들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p> <p>그래서인지, 나도 조국의 패배, 즉 진보의 패배 시대를 살면서 오히려 진보의 승리와 부활을 이상하리만큼 선명히 믿게 된다. 먼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고 봄의 매화가 피기 전 추위가 가장 혹독하다. 보수의 이념이 한국 사회를 지배한 지 분단 이후 근 70년이 되었다. 언제고 결국은 그 끝이 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p> <p>중세시대 그토록 강력한 철권을 휘두르던 훈구파는 사림 집단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성리학의 이념 전쟁에서 사림에 밀렸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보수는 조국 전장관 사태를 지나오는 동안, 너무나 심각한 문제들을 드러냈다. 자유주의를 신봉한다면서 기본적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는 자기 모순을 노출시켰고 게다가 극도로 심한 내로남불을 보여줬다. 이는 한국 '보수'의 이념이 얼마나 엉거주춤하며 불안정한 처지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절대 힘만으로는 사람들을 이끌고 갈 수 없다.</p> <p>보수 집단이 조국 가족의 숙청을 통해 그를 정신적, 이념적으로 십자가에 매달아 버린 것은 그들의 완벽한 승리로 보일 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억지를 써 도달한 정점에 그들이 서 있다는 것은 곧, 그 이후 매우 급격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p> <p>그래서 나는 오늘 영화관에서 일어서며 생각했다. 3년 전과 변함이 없이 여전히, 패배자인 조국, 아니 진보의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말이다. 칠흙처럼 어두운 밤 저편에 이미 새벽이 오고 있음을 굳게 믿고 진보의 가치 즉,약자를 보호하고 기득권의 세습을 반대하며, 탐욕과 억압에 저항하는, 그 진보 본연의 가치가 결국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나의 신앙이다.</p> <p> </p> <p> </p> <p><a href="https://www.facebook.com/lee.joohyuck.9/posts/pfbid0xx8cJ36r7eaPjJo7pQpXGmxYgRa6KPJ8qaMjFDwpnoz99HasmCFyiDDV7Vb3BmwGl"><strong>출처가기</stron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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