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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범도 돈 없으면 중하게 처벌, '그 사람' 딸은 불구속 기소
 회원_658325
 2020-09-15 03:06:07  |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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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1억원어치 필로폰 국내 반입 '지게꾼' 징역 6년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9/944864/

A씨는 2019년 시가 1억원어치 필로폰 973.4g을 비닐랩 등을 이용해 포장한 뒤 분홍색 여행용 가방에 숨겨 베트남에서 인천공항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일정한 수익금을 받기로 하고 베트남 공범들과 함께 필로폰을 국내에 들여오기로 공모했다.

A씨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공범 집에서 필로폰을 비닐랩, 비닐 지퍼백, 구슬 줄로 감아 분홍색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인천으로 가는 항공권을 발권해 탑승 수속을 밟으면서 기내에 들고 탔다.

당시 베트남 떤섯? 공항 검색대에서 여행용 가방이 한 차례 개봉된 적이 있었으나 A씨는 검색대 직원에게 '구슬공예' 관련 자료와 이미지를 보여주며 정상적으로 통관되는 물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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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보자마자 떠오르는 케이스 있으시죠? 아마 속으로 웃음이 나오실 텐데요, 그 케이스가 웃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판결이거든요.

그 유명 정치인의 딸(그냥 “그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은 처음부터 특혜를 받았습니다. 불구속 기소되었거든요.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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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밀반입' 홍정욱 딸 불구속 기소

https://www.yna.co.kr/view/AKR20191021163300065

홍양은 지난달 27일 오후 5시 40분께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중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을 밀반입하고 과거 수차례 이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변종 대마 외에도 혀에 붙이는 종이 형태의 마약인 'LSD'와 각성제 등도 함께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 입국 심사 중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 적발된 홍양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 조사에서 "밀반입한 대마 등을 다른 이들에게 유통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2000년생인 홍양이 만 18세의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고 초범인 소년(미성년자)"이라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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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사람의 영장이 기각되었을 무렵 마약사건 하나를 상담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구속되어 있던 사람이었는데, 필로폰 단순투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약 사범이 으레 그렇듯 이미 동종 전과가 여럿이었습니다. 그러니 발각되자마자 구속되었죠.

마약사건은 처벌 수위에 대해 거의 매뉴얼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약은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고, 한번 중독이 되면 끊기가 너무 어려워서, 마약사범은 교도소를 진짜 학교 드나들듯이 드나듭니다. 어느 정도부터 구속이 되는지, 형량은 어느 정도인지, 감형은 어느 경우에 얼마나 되는지, 마약 중독자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구속 케이스들처럼 자기들끼리 구치소에서 정보공유도 다 하지만, 마약사범의 특성상 사회에서도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지금 제가 말하는 케이스 역시 전에 같이 복역한 마약사범을 출소 후 만나서 같이 마약을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저도 마약사건을 여러번 해봤는지라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마약 범죄 특유의 수사 방법이나 감형 사유 등도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실형이 확실한 마약 중독자 사건에서 어떻게 집행유예 만들어보려고 애를 써본 일이 있었는데, 재판장이 법정에서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마약 사범 어떻게 처벌받는지도 다 아시잖아요. 너무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라는 소리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미 저도 애써봤자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재판장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마약사범은 거의 정형적으로 처벌됩니다.

제가 마약사건 상담을 위해 접견을 갔을 때도, 그 사람의 전과 등을 듣고 나서는 별 수 없이 적어도 징역 1년 6월 정도는 나올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구속도 되어 있었고요. 그 사람 역시 여러번 학교를 다녀온 사람이라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뜸 제게 집행유예를 받게 해달라고 말하더군요.

아니, 다 알고 계실 분이 왜 이런 무리한 부탁을? 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니, 대충 다 아시잖아요”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자 구속된 사람이 “그 사람”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사람이 불구속되었다는 것을 지금 마약사범들이 다 알고 있다면서, 그 케이스로 다들 희망에 부풀어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마약 사범 중 가장 중하게 처벌받는 케이스가 마약 밀수입니다. “그 사람”이 밀수한 마약은 그 흔한 대마초나 필로폰도 아니고, 양도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속이었으니, 단순 투약 사범인 자신들은 당연히 가볍게 처벌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저와 상담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구치소에 수감된 마약사범 전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누가 봐도 “그 사람” 케이스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구치소에 갇혀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라면 그렇게라도 희망을 갖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할 말이 없더군요.

마약 단순투약범의 경우 2~3번 이상 적발된 때부터 실형입니다. 그렇게 감옥에 다녀오면 삶이 완전히 망가집니다. 가정도 파괴되고 직업도 잃습니다.

그런데 마약의 유혹은 정말 끊기 어렵습니다. 출소 후 노력해서 겨우 자리를 좀 잡는 것 같아서 긴장이 풀어질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독하게 먹었던 마음이 약해지는 타이밍이거든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댑니다. 그리고 적발되죠. 이런 사실은 수사기관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전과가 있으니 추적도 쉽습니다.

그렇게 몇 번 감옥을 드나들면 그 사람은 재활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취업은 불가능하고, 창업할 방법도 없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사람도 그런 처지였습니다. 자기가 지금 다시 실형을 살면 나가서 자살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케이스가 터진 겁니다.

설명하기 정말 곤란했지만 변호사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특별하다고, 솔직히 잘 알고 계시지 않냐고 말했죠.

사실 상대방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적지 않은 나이였습니다. 가진 것을 모두 날리고 밑바닥부터 전과자로 다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은 나이였죠. 마약에 손을 대면서 이혼한 후 뒤늦게 다시 만난 사람도 자신이 다시 구속된 사이에 연락이 두절되었다더군요. 그런 가짜 희망이라도 믿고 싶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제가 수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우리는 “그 사람” 케이스가 그냥 어이없이 웃고 넘어갈 사건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원한이 되고도 남을 사건입니다. 나가면 자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사람에게 “그 사람”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제가 말한 케이스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마약사범들이 이 케이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니 마약사범만이 아니라, 잡범이지만 돈이 없어 중하게 처벌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케이스는 이 나라의 사법제도가 얼마나 불공평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기억될 겁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pilsung.kim.92/posts/10224447054309824

2020-09-15 0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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