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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
엘리야와 까마귀, 말라버린 시냇물
 회원_617751
 2020-09-10 03:54:22  |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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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는 아합과 이스라엘에게 가뭄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그릿 시냇가로 숨었다.

그는 아침 저녁으로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빵과 고기를 먹으며 버텼다. 하나님은 말씀대로 그를 먹이셨다.

그러나 하루 하루 시냇물은 확실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말라가는 시냇물을 보며 엘리야는.

어떤 맘이었을까.

사랑하는 교회에서 7년전 담임목회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까마귀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여러 번 울었다. 무익한 종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는 사랑하는 성도들이 생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다.

그리고 동시에 말라가는 시냇물을 보며 속이 타들어 가기도 했다.

영세한 프로스포츠 팀은 주전의 출전 시간을 갈아 넣으면서 성적을 뽑아내는 법.

주어진 시간과 물질 안에서 살며 목회하라는 말은 정답이지만, 목회에 삶을 걸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열심히 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지만, 목회자가 돈 없고 시간 없다는 핑계로 말과 혀로만 사랑하면 그거슨 목회가 아니다.

그래서 애기 나면 기저귀 값이라도 방석 밑에 넣고 와야 하고, 아프다면 갈비탕이라도 사서 문고리에 걸어놔야 한다.

물론 잘해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평생 들은 설교보다 때로는 힘들어 죽을 것 같을 때 주 예수의 이름으로 전해준 고기 한근이 더 힘이 있다.

하늘 가족은 이미 가족이지만, 보통은 그런 걸로 진짜 가족이 된다. (먹고 죽을래도 없는 사르밧 과부의 집에서 빵 한조각 얻어 먹은 엘리야가 거기서 눌러 앉아 사는 것을 보라.)

엘리야에게 까마귀가 물어다 준 것은 '빵'이었다.

고기도 소 한마리씩 물어다 준 것은 아닐터. 산토끼나 사슴 같은 날짐승 고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도축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 것'이었다.

까마귀가 아침저녁으로 민가에서 훔쳐왔을 리는 없다. 기근 중에 아침저녁으로 그걸 훔쳐가게 놔두는 인간은 바보다.

즉 누군가 까마귀 입에 물려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까마귀를 보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입 벌리고 그렇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러나 지금 내게는 까마귀 입에 아침저녁으로 빵과 고기를 물려준 이름없는 믿음의 선배를 본받으려고 애를 써 보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한 응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야는 시냇물이 마를 때까지 있었고, 시냇물이 마른 다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나는 이미 투잡(?)으로 생명의삶 플러스에 2년쯤 기고하고 있었는데 졸졸 흐르는 원고료는 늘 통장을 스치울 뿐, 가뭄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영적으로는 마감 지옥에서 사는 삶이 묵상의 기쁨도 깊음도 저해한다.

즉 나의 그릿 시냇가가 다 말랐다. 영육간에 온전히 말랐다.

11월차 본문은 데살로니가전후서였다(3개월 먼저 쓴다). 그릿시내가 마른 그 순간 내게 임한 말씀은 데살로니가 교회를 향한 것이었다.

7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서 무절제한 생활을 한 일이 없습니다.

8 우리는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은 일이 없고, 도리어 여러분 가운데서 어느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려고, 수고하고 고생하면서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9 그것은,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여러분에게 본을 보여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10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하고 거듭 명하였습니다.

11 그런데 우리가 들으니, 여러분 가운데는 무절제하게 살면서, 일은 하지 않고, 일을 만들기만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합니다.

12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명하며, 또 권면합니다. 조용히 일해서, 자기가 먹을 것을 자기가 벌어서 먹으십시오.

13 형제자매 여러분,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마십시오.

(살후3:7-13, 새번역)

나는 말씀에 순종하였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기로 결단하였다.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 해도 나는 나의 사랑하는 공동체와 형제들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오산리 기도원 앞에 있는 파주 한진택배 물류센터 오전 알바로 취업했다. 이제 5주째.

월~토 아침 새벽기도 라방을 인도하고 6시반쯤 나가서 7시부터 12~14시까지 논스톱으로 땀흘려 일한다. (쌀, 개밥, 두유, 농약 등을 싫어하게 되었다.)

오후에는 양육과 설교 준비 등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이중직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삼중직(!)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글 쓰는 일 하나를 정리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리하셨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일하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님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돈과 형편에 다스림 받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기 위해 말라버린 나의 그릿 시냇가에서 말씀의 인도를 받았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순종을 선택했다.

시냇물은 말랐지만 다른 여러 방식으로 하나님은 다시 공급하시기 시작하셨다. 일을 시작한지 한달 여, 간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도 의정부에서 태풍을 뚫고 날아온 까마귀, 사랑하는 박천수 목사님 형님이 안경을 맞챠 주고 가셨다. 할렐루야.)

또한 "복음을 전하기는 커녕 민폐 끼치지 말고 잘 버티기라도 하자"가 되기 쉬운 시대에 최과장님, 이대리님, 오토바이 타고 나오는 닭발집 사장 28세 상민씨, 울 아버지 연세쯤 되어 보이는 용태 형님, 알바인척 하고 일하시는 부사장님 등 전도대상자들도 새로이 생겼다. (물론 지금은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 숙련된 전도자는 함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택배나" 하면서라도 복음 전하면 되지.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직업은 귀천이 없고 믿음으로 주께 하듯 감당하면 모두 신성하기에.

사랑하는 공동체의 형제 자매들은 안쓰러워 하기도 하고, 미안해 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충분히 잘 하고 있다네 (신실하게 순종하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오픈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답은 아니지만) 그대들도 복음을 위해 나와 같은 태도로 살기를 바라네. 이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은 없다네.

열심히 일해서 선교헌금을 보낼 수도 있고, 사랑하는 형제에게 치킨 한마리 쏴 줄 수도 있게 되었다. 나는 이제 기근 중에 까마귀 입에 빵과 고기를 물려주는 능력 충만한 일용직 무명의.

그리스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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