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그런데 같은 나이인데도 어떤 사람은 동안이고, 어떤 사람은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 누구는 영화 <올드>에서처럼 30분 사이에 1년이 흐르고, 또 누구는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7년이 1시간 동안 흐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마다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다르기에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지금의 3040세대가 이른바 ‘가속노화(Accelerated Aging)’에 빠져 있으며, 그 위 세대보다 더 빠르게 노화하고 더 오랜 기간 만성질환을 겪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 말한다. 가속노화는 자연적 노화와 달리 인위적 원인으로 노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체내 노화시계(Aging Clock)를 통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숫자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남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피부, 더 피곤해 보이는 안색, 염증과 트러블이 잦고 회복이 더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에 찍히거나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외모를 확인했다면 이미 가속노화가 시작됐을지 모른다. 나이를 먹는 것과 노화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이라 말했다. 가속노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외부 자극에 대응하고, 대응 신호를 대사 반응과 유전자 제어 및 신호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늙는 걸 거부할 수는 없지만 노화 시계는 얼마든지 조절하거나 늦출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빠르게 흘러가는 피부 노화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때다.
1 노화의 열쇠 #텔로미어
노화란 생명체가 나이 들며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노화는 외적으로 먼저 알아차리지만 사실 몸속 깊은 곳의 세포 수준에서부터 시작된다. 세포가 분열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하버드 대학 유전학과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질병”이라고 설명한다. 세포나 조직 수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와 기능에 변화가 생기고 쌓이면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전신 기능에도 지장을 준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해 수많은 분열을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성인 몸의 세포 수는 약 60조 개.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포가 영원히 증식하는 건 아니다. 세포 속에는 DNA가 있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세포 속 DNA도 같이 나눠지는 탓이다. 정확히는 DNA를 보호하는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는 복제될 때마다 점차 짧아진다. 세포분열이 일정한 횟수를 넘으면 텔로미어 길이가 아주 짧아져 염색체 말단을 보호할 수 없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게 된다. 세포의 노화 과정으로 늙거나 손상된 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는, 이른바 세포 소멸이라고 하는 자연적 현상이다.
2 진짜 나이는 몇 살?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대학과 미국 듀크 대학 연구팀이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35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에도 텔로미어가 활용됐다. 연구팀은 26세, 32세, 38세 때의 신장과 간·폐의 기능, 신진대사와 면역력,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압 같은 나이 들수록 짧아지는 염색체 말단 부위인 ‘텔로미어’의 길이 등 18개 항목의 생리학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생물학적 연령을 산정했다. 그 결과 같은 38세라도 생물학적 연령이 30세인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60세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또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연령이 높으면 신체와 정신 기능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가 단축되는 것에서 세포의 노화를 예측할 수 있었고, 텔로미어가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빨리 늙는 사람이 있다는 결과를 증명한 셈이다. 이는 ‘숫자 나이(Chronological Age)’와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의 차이 때문이다. 생일을 지날 때마다 하나씩 늘어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숫자 나이는 누구나 똑같이 시간에 따라 보편적인 속도로 증가하지만 우리의 몸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나이를 먹는다. 생물학적 나이는 시간의 흐름이나 선천적 요인보다 활성산소나 염증 반응, 잘못된 식습관 등 후천적 원인으로 짧아진 텔로미어의 영향이 크다.
3 가속노화 시계 셧다운
대부분은 생물학적으로 1년에 1년씩 노화가 진행되지만 문제는 가속노화다. 가속노화는 텔로미어의 마모 속도가 빠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으로, 자극적인 환경 변화가 인간의 생체 시계를 거스른 결과다. 또 하루 24시간이 아닌 그 이상을 흐르게 하는데, 매일 아침 깨어날 때 느끼는 차이, 늙어가면서 시달리는 온갖 증상을 일으킨다. 안타깝게도 이런 가속노화가 한번 시작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하며 노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 그럼,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닳아 없어지게 하고 가속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뭘까? 가장 치명적 요소는 바로 스트레스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진이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왔지만, 그중 스트레스는 DNA에 지속적인 손상을 남겨 노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식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높은 혈당, 염증, 흡연, 비만, 지방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습관, 오랜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두 번째 원인은 염증이다. 만성적 염증은 텔로미어를 정상보다 빠른 속도로 짧아지게 하기 때문. 또 다른 원인으론 산화가 있다. 활성산소는 몸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다른 분자를 공격하고, DNA와 정상 세포 기능까지 훼방놓는다. 당화 반응 역시 마찬가지. 이는 당 분자가 단백질이나 지방 분자에 달라붙는 화학 반응으로, 당화 반응으로 인해 생성된 ‘당화 반응 최종 산출물’은 세포막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EDITOR’S PICK
“누가 제 나이를 물어볼 때마다 제 나이가 숫자 4로 시작된다는 걸 잊어요. 마음속에서 전 오랫동안 28세였거든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귀네스 팰트로의 웰빙 실험실>에서 귀네스 팰트로는 자신이 마주한 노화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비단 팰트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속노화는 우리 사회에도 만연하다.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 가속노화를 피해 숫자 나이 속도에 맞춰 늙기를 원한다면 노화로 망가진 피부 세포 DNA부터 재설계하는 리모델링을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밤에는 세포 단계에서 표피 줄기세포가 증식해 피부 재생을 촉진하며, DNA 복구 같은 특정 회복 메커니즘이 활성화한다. 또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과 오염으로부터의 위험이 감소하므로, 피부가 오로지 재생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나스 스킨 라이트 리플렉팅 리스토레티브 나이트 트리트먼트
가벼운 오일로 변하는 젤 타입 포뮬러가 피부 깊숙한 곳까지 수분을 전달해 밤사이 피부를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30ml 12만8000원.
닥터 바바라 스텀 나이트 세럼
목화 엉겅퀴 추출물, 카시아 알라타 추출물 등 피부 재생에 부스터 역할을 하는 특별한 식물 기반 복합체를 함유한 세럼. 30ml 45만9000원
샤넬 수블리마지 렉스트레 드 뉘
히말라야산 허브인 스웨티아 성분이 피부 본연의 힘을 강화하고 피부 활력을 깨워 손상된 피부를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30ml 83만원.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레스큐 솔루션
외부 환경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피부 자극을 완화하고, 피부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며, 잠재적 노화 징후에 대응하는 힘을 길러준다. 20ml 12만7000원.
회복, 혼자서도 잘해요
DNA가 손상되면 세포 내 DNA 회복과 관련된 단백질에 의해 손상을 인식하고, 손상이 인식된 DNA 부위는 곧바로 수리를 담당하는 복합체에 의해 복원 작업을 시작한다. 조직 손상을 빨리 수복시킬 성분을 활용해 손상된 DNA를 정상으로 되돌릴 것.
스위스퍼펙션 마린 캐비어 트리트먼트
스위스퍼펙션의 시그너처 성분인 셀룰라 액티브 아이리사Ⓡ와 캐비아 추출물을 최적으로 배합해 담은 앰플과 기능성 집약 파우더. 캡을 눌러 파우더를 앰플 속에 넣고 섞은 뒤 스포이트를 끼워 사용한다. 7개입(앰플 6ml+파우더 0.2g) 235만8000원대.
데코르테 리포솜 어드밴스드 리페어 세럼
다중층 바이오 리포솜은 수분 장벽을 강화해 수분 보유력과 지속력을 높이고, 피부 본연의 힘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75ml 18만4000원대.
폴라 B.A 그랑럭스 IV
활동과 휴식을 반복하는 피부 생체리듬에 작용하는 혁신적 기술로 피부의 기능을 증가시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50ml 84만1000원.
지방시 뷰티 르 스왕 느와 마이크로-꽁쌍뜨레
유효 성분을 잘 흡수하도록 바이탈 알개를 캡슐화해 피부 깊은 곳까지 흡수시키는 워터 에센스 세럼. 30ml 54만8000원대.
착붙! DNA 접착제
손상된 DNA가 복구되는 과정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관여한다. 노화에 의해 세포가 죽은 피부 조직을 효과적으로 재생하는 특정 아미노산 구조를 갖는 펩타이드를 활용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손상된 피부 세포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자.
클라랑스 프레셔스 라 로씨옹
문라이트 플라워를 급속 동결해 핵심 성분을 그대로 추출한 에센스. 스킨케어 첫 단계에 사용하면 피부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150ml 15만2000원대.
뽀아레 압솔리프트 크렘
피부를 부드럽고 생기 있게 유지하는 벌노랑이체세포배 추출물, 탄력 개선을 돕는 장미꽃 추출물, 탄력 부스팅 효능이 있는 고춧잎 추출물 성분이 피부 탄력에 활력과 윤기를 채워준다. 50ml 55만원.
겔랑 오키드 임페리얼 익셉셔널 롱제비티 엑티베이터 더 에센스-로션 컨센트레이트
오키드 활성 성분과 오키드 워터가 피부 재생에 필요한 영양 성분을 부여해 피부 지질과 수분 균형을 되찾아준다. 140ml 29만원.
디올 프레스티지 르 넥타 프리미에
피부 장벽과 표피에서 피부 개선을 돕는 ‘로사펩타이드 프리미에’ 활성 성분이 피부 노화로 인한 다양한 피부 고민을 집중 케어한다. 30ml 89만원대.
DOCTOR’S TIP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드림팀이 떴다. 가속노화로 손상된 DOCTOR’S 피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전문가의 처방전. 손상된 DNA를 다시 복원하는 효소를 ‘수복효소’라고 한다. 이런 수복효소 중 가속노화로 인한 피부 손상에 특효를 보이는 효소가 바로 나이아신아마이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분자이기 때문에 항노화 솔루션에서 중요한 물질이다. 염증과 산화에 의한 DNA의 손상을 보호하고, 세포의 에너지 레벨을 유지할 수 있어 추천하는 성분이다. by 김지영(유앤영피부과 명동점)
노화 진행으로 손상된 피부의 자가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가 면역 반응과 염증성 피부 문제를 초래하는 면역 감시 림프구인 T세포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때 손상을 차단시킬 단쇄지방산의 생성을 돕는 식단 구성이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귀리, 정제하지 않은 통곡류 그리고 해조류와 효모, 버섯, 낫또 및 요거트, 김치 등 발효 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다. by 문득곤(미파문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