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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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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13 08:22:53  |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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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가까이”

전윤호 시인의 짧은 글을 읽다가 그의 글을 통해 로버트 카파라는 종군 사진작가를 함께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발 더 가까이”라는 제목의 한 페이지 짜리 글에서 그는 80년대 “최루탄이 난무하던 대학” 도서관에서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처음 만난 일을 소환합니다. 연이은 대모로 휴교령이 내려지자 갈 곳 없던 전 시인은 주로 학교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고 했습니다. 그 때 시인은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 걸린 사진들 중에서 참호에서 나와 진격을 하려는 순간 흉탄에 맞고 한 손에 소총을 든 채로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 사진을 통한 로버트 카파와의 첫 만남을 그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단 말인가. 설명을 보니 전설적인 종군기자라 했다. 민간인이 전쟁터만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을 업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했다는 말이 내 머리를 울렸다. '당신의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한 발짝 더 가까이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어느 전쟁터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한 발 더 가까이 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종군기자가 남긴 그 한마디는 그 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시를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할 때마다 카파가 질책했다. 한 발 더 가까이 가보란 말이야." (『현대문학』 2004년 9월호, 28쪽)

시인의 소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난 카파이지만 저 역시도 그의 말에 적잖이 마음의 울림을 경험한 터였습니다. 그래서 로버트 카파에 대해 간략히 구글링(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위에 언급한 사진은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Loyalist Militiaman at the Moment of Death)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이 사진 자체는 오랜 논란 중에 결국 연출된 촬영임이 밝혀졌지만, 그렇더라도 로버트 카파가 실제로 오랜동안 진정성 있는 삶의 태도로 철모를 쓰고 전장을 누비며 사진 촬영을 했던 것까지 부인할 순 없었습니다. “당신이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한 발짝 더 가까이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의 메아리가 아직도 제 마음 속에 잦아들질 않습니다 .

“목회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사이에서 끊임 없이 회자되는 질문입니다. 그럴듯한 설명도 많이 들었고, 탄탄한 논리의 글도 꽤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분석과 설명들도 카파의 말처럼, 가까이 다가가서 같은 공기와 같은 물을 마시지 않는 이들의 말이라면 결국엔 시쳇말로 “-카더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라도 이 “더 가까이”라는 말이 제게 상당히 큰 동기부여이자 매우 무거운 부담이 됩니다. 제가 서 있는 자리가 여전히 너무 멀고, 너무 모자라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비단 목회자의 입장에서만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교회라는 곳이 하나님과 성도들 서로 간에 연합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더 가까이”라는 화두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소히 여겨질 수 없는 본질적인 요청인 것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개인주의가 당연한 가치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모두가 서로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선명한 한계선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더 가까이 다가와주지 않는 교회와 이웃에게 늘 서운해하고 원망을 합니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지켜주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고 살아가는 것은 정말 풀기힘든 숙제입니다.

우주를 가로질러 한없이 가까이 다가오신 주님의 그 사랑을 다시 묵상합니다. 사마리아 수가성을 향해 사막을 가로질러 지치도록 걸어가신 그분을 생각합니다. 그 길을 따라 주님께로, 성도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라고 다시 한 번 나를 채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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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3 08: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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