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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우파, 원류가 일제 시대 부역했음을 실토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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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우파, 원류가 일제 시대 부역했음을 실토한 꼴
  • 딴지 USA
  • 승인 2020.06.0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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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인사들 중 친일 행적이 확인된 사람들(56명?)의 묘를 민족정기 회복과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 가운데 백선엽 씨가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더욱 증폭되었다.
재향군인회 등 보수 세력들은 친일 전력을 가진 사람들의 시신을 '이장'하자는 주장에 극렬히 반대하며 이런 발상은 국군 창설과 한국전쟁 등에 지대한 공이 있는 군원로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용어'의 혼동과 고의적 왜곡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 사태의 본질을 교묘히 호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예컨대 이수진 의원이나 군인권센터 등은 친일파의 묘를 '이장'하자고 주장한데 반해 향군 등 보수 세력들은 이를 '파묘' 혹은 심지어 '부관참시'라고 맞받음으로써 본래의 논점을 어지럽히고 엉뚱한 방향으로 논쟁의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주지하듯 '이장'이란 단어의 뜻은 묘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으로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파묘'란 이장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묘를 파헤치는 것이다. 따라서 이장과 파묘의 뜻은 대동소이한 면이 있으나, 묘를 파헤치는 행위가 꼭 이장 작업을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굴, 해코지, 동물에 의한 사체 훼손 등의 경우도 있으니 두 단어의 뜻이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정서를 고려할 때 어쨌거나 이장이란 단어보다는 파묘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이 확실히 강한 것은 사실이다.
반면 '부관참시'는 전혀 다른 의미로서 이 단어는 조선 시대 죽은 사람의 죄를 처벌하기 위해 시신을 꺼내 목을 베거나 사지를 절단하는 형벌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수진 의원 등이 분명 '이장' 주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들은 이를 파묘 혹은 심지어 부관참시라고 일부러 과도하게 호도함으로써 이 문제를 정치적 또는 이념적 쟁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쟁점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면에는 보수 세력의 시각과 이해관계를 고스란히 중계방송해주는 조중동 등의 언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일개 시민의 한 사람으로 굳이 이장 혹은 파묘나 부관참시 같은 단어를 둘러싼 논쟁에 깊이 가담하고 싶지는 않다. 또 기존에 현충묘지에 안장된 사람들의 친일 전력이 어디까지 진실한지 하는 논쟁에 뛰어들 마음도 없다. 그런 논쟁은 나보다 그 분야에 훨씬 더 박식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수행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내가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들이 주장하는, 이번에 논란이 된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들이 비록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을 했으나 해방 이후 국군 창설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기에 무죄"라는 식의 변호 논리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만약 재향군인회 등이 주장하는 논리가 맞다면, 그렇다면 재향군인회 같은 한국 수구-우파 세력들은 이제라도 대한민국 경찰과 국군의 뿌리가 일제 군대와 치안 당국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대외적으로 이를 확인하는 것인가? 이 주제는 기존에 역사학계 등에서는 당연한 사실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우파가 자신들의 뿌리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군과 경찰 집단을 일제의 후신이라고 공언하는 일은 결코 공공연할 수 없는 일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에 재향군인회 등이 주장하는 바를 꼼꼼히 들여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실을 확언하는 듯하니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백보 양보해서 일제 강점기라는 매우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여 일본군대와 경찰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이는 그들의 이력에서 분명 허물이다) 해방 후 국군창설과 한국 전쟁에서 일정한 공을 세웠기 때문에 일제 시대의 부역 행위가 말소되거나 면제될 수 있다면(이것이 정확히 지금 한국의 수구-우파들이 주장하는 논리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동일한 지능과 언어를 가지고 가령 정의연 이 과거 회계장부 정리 등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는 것들을 꼬투리잡아 그들의 모든 행적과 존재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인가? 한국 수구 우파들의 논리대로 한다면 비록 정의연이 일부 과오가 있다 해도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거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간난수고를 마다치 않은 공이 있기에 당연히 공에 의해서 과가 면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아무튼 나는 이번 논쟁을 지켜보면서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차제에 한국의 보수(수구-우파) 세력이 자신들의 원류가 일제 시대에 부역한 자들이었다는 점을 은연 중에 실토한 점에 대해 면도칼 같은 섬뜩임을 갖고 예의주시코자 한다. 만약 내가 본 게 맞는다면, 한국의 보수는 '역사'를 대하는 면에서 정말이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065579186869132&id=10000251242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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