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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선진화 법안이 누더기 법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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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선진화 법안이 누더기 법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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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9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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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팔기로 하고 매수자를 만났다. 사러온 사람이 매너없게 "차비나 좀 빼주세요. 쿨거래 합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짜증이 확 날 것이다. 그냥 돌아서서 갈지 나온 것이 아까워서 만 원 빼줄지는 전적으로 판매자의 의지에 달렸지만 일반적으로는 또 나오기 싫어서 혹은 나온 것이 아까워서 거래를 한다.

2.

국회에서 최초의 발의된 법안으로 최종 처리되는 경우는 드물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일수록 마지막까지 수정 또 수정된다. 그래서 법안이 취지와 다르게 정말 누더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예산안도 막바지에 조정을 통해 꼭 필요한 집행은 사라지고 선심성 예산이 슬쩍 끼워 넣어 통과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의원들이 정치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서글픈 현실이다.

3.

어제 법사위를 통과한 검찰선진화법(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오늘 한번 더 조정이 되어 "누더기가 되었다"는 지지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구체적인 내용인 즉은 별건수사가 가능해 졌고, 부패와 경제 2대 범죄수사가 (국회 특위에 의해 발의되어 실행되어) 중수청으로 이관되는 1년 6개월의 기간 제한 부칙이 빠졌기 때문에 사실상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여전히 유지가 된다"는 이유였다.

4.

그래서 나는 다시 법안을 살펴 보았다. 사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가면 누구나 모든 법안의 내용과 진행과정을 볼 수 있다.

나는 "법안이 누더기가 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직접 법안을 꼼꼼히 살펴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5.

일단 별건수사에 대해서는 도무지 어떤 이유에서 가능하다고 하는지 나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찰청개정안에는 "공소 제기의 결정 및 그 이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와 "수사 검사는 동일 사건에 대해 기소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어떻게 별건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일까?

6.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여서는 안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별건수사 하지 못하게 명시되어 있다.

7.

부칙 관련해서는 물론 나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박병석이 "부칙 올리면 본 회의 올리지 않겠다"고 버티는데 무슨 수를 쓰겠는가? 미션임파서블처럼 박병석에게 설사약이라도 먹여서 화장실에서 못 나오도록 하고, 김상희가 처리한다면 모를까 방법이 없다.... ㅠㅠ

8.

내 경우 솔직히 중수청 설립 관련한 국회 특위 활동에 별다르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난 지금까지 국회에서 특위가 단 하나라도 제대로 가동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설령 특위가 법안을 만드는데 성공을 하더라도 윤석열이 거부권 행사하면 별 방법이 없다.

결국 민주당 원안이 아닌 박병석의 중재안으로 가닥이 잡히는 순간 검찰의 수사권 중에서 부패와 경제는 당분간 직접 수사 유지가 될 것이라고 나는 보았다.

9.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별건수사였다.

조국, 한명숙을 이렇게 만든 것은 별건수사다. 그냥 표창장 위조 여부만 수사를 했다면 절대 조국 일가가 지금처럼 되지 않았다. 한명숙이 뇌물수수혐의로 누명을 쓴 것도 정대택이 강요죄로 감옥에 간 것도 모두 검찰의 별건수사에 의한 것이다.

10.

따라서 나는 70년간 대한민국의 권력기관으로서 인권을 유린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온 검찰권력이 이번 법안을 통해 상당히 희석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검수완박'이 되지 못해 누더기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히 유감스럽다.

11.

역사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프랑스대혁명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서 바로 완성한 것이 아니라 공화국의 완성까지 약 150년이 걸렸다.

우리도 1987 항쟁 이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시대를 맞이하면서 개혁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 충분히 이해할만큼의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을까? 70년동안의 검찰권력이 어떻게 법안 하나로 바뀌겠는가?

12.

2019년 12월 공수처법, 2020년 1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통과가 된 이래 검찰은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점점 민주적 통제에 변화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번 검찰 선진화 법안의 처리는 좀 더 검찰권력의 극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13.

불과 한 달전만 해도 4월 중에 검찰의 수사권 분리 관련한 법안이 이 정도 수준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다. 우리는 모두가 힘을 모아 놀라운 성과를 만들었는데 애초 기대보다 못했다고, 굳이 누더기라고 폄훼할 필요가 있겠는가?

너무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자.

14.

부디 남아있는 본 회의 처리까지 검찰 선진화 법안이 무사히 통과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오늘 더쿠에서 본 대단히 인상적인 이미지를 올린다. "설령 누더기라도 빨아서 입겠다"는 개딸들의 마인드에 나는 다시금 긍정 에너지의 위대한 힘을 느낀다. 그들을 진짜 리스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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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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