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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의 표적수사기법, 마음에 안 들면 '구속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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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의 표적수사기법, 마음에 안 들면 '구속시켜라'
  • 딴지 USA
  • 승인 2022.04.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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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등의 하명에 따른 표적수사 소문을

검찰 내부에서 종종 듣긴 했는데,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친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여

여기에 옮길 순 없고,

벗님들의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시를 받았던 당사자들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1

모 검사의 지청 근무 시절.

지청장이 지역 기관장 회의를 다녀온 후 격노하여

“세무서장이 건방지더라. 기강을 잡아야겠다. 구속시켜라”고 지시했는데

자신과 동료들이 말리고 끝내 버텼다고.

검사의 금도를 지킨 무용담을 사석에서 늘어놓던 그 검사는

지방을 전전하다가 몇 년 뒤 그만두었습니다.

이야기 2

또다른 모 검사의 지청 근무 시절.

지청장이 새벽 골프를 치고 온 후 격노하여

“내가 원래 새벽 첫 팀인데, 가서 보니 내 앞에 황제골프를 치는 사람이 있더라.

시청 6급 공무원이라고 한다. 6급이 어떻게 황제골프를 치겠느냐. 구속시켜라”고 지시했다고.

그 공무원의 주변을 훑고 쥐어짜 결국 구속시킨 자신의 수사기법을

모 검사는 동료들에게 자랑스레 늘어놓았습니다.

특수통의 수사기법을 그때 좀 엿보았지요.

모 검사는 당연히 좋은 자리로 다녔고, 결국 검사장을 달았습니다.

성공한 혹은 실패한 표적수사 피해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종 사냥감은 물론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는 진술을 끝내 해야만 할 참고인들도 검찰의 중간 표적이라,

영혼이 너덜너덜해지곤 합니다.

자살이나 암 등으로 돌아가셔서 이제 말을 못 하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때의 일들을 애써 잊으려 하거나 또는 검찰에 찍힐까봐 두려워 말을 하지 않으려 하지요.

간혹 용기내어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도 있는데,

비공개 수사자료를 틀어쥐고 있는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선포하면,

사건 당사자로서 증명할 방법이 없어 유야무야되어버리니

피해자들은 무소불위 검찰 앞에서 무력감을 곱씹으며 침묵하게 됩니다.

검찰이 잘했다면,

검찰개혁 논의가 수십 년간 계속되었겠습니까.

적지 않은 변호사들과 사건 당사자들이

자신이 접했던 한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검찰과 경찰을 판단하는 것은 부득이 한 것이라,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공감합니다만,

검찰의 부조리를 알만한 고호봉 검사들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내부 호소는 계속 외면하다가

검찰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때마다

인권과 사법정의를 내세우며 홀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로 비칠 듯하여

매우 근심스럽네요.

검찰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와 검찰농단 반성에 인색하면서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서 집단행동도 불사하는 검사들에게

막강한 검찰권을 이대로 맡겨도 되는지

걱정하는 많은 분들에게

저는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사과는 남이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만,

저 역시 검찰의 오늘에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사과해야 할 주체 중 한 명이지요.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P.S.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 근무 시절, 종종 일출을 보고 출근했습니다. 어둠이 걷히는 장관이 그렇게나 위로가 되고 좋더라고요. 울산 정자해변의 일출 사진을 동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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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가기

By 임은정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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