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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건널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배를 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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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건널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배를 띄워야 한다
  • 딴지 USA
  • 승인 2021.11.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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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보터,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혹은 지지정당이나 정치인이 없는 유권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이들은 보통 자신의 삶에 도움을 줄 만한 후보를 찾기 위해 지지정당을 쉽게 바꾸며 지역 및 이념 지향적 투표성향보다는 선거 당시의 정치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정체가 모호한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논쟁은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도층은 레거시 미디어가 순기능을 하던 시대에나 존재한 가상의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지금의 기이한 언론환경에서 중도층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양질의 정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많은 이들이 이재명의 최대 리스크는 민주당이라고 말한다. 지난 몇 번의 선거를 복기해보면 조국 검언유착 사건이 떠들썩했던 시기에 치러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사상초유의 거대여당을 만들어 주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초기 미래통합당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혀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은 단호하게 개혁을 밀어부쳐 보라고 180석이나 몰아준 것이다.

당시 민주당의 득표율은 49.55%, 미래통합당은 41.49%였다. 불과 8.06% 득표율 차로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했고 전통적인 보수지역에서도 20-30%의 고른 득표를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10% 정도가 지금 길을 잃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민주당은 무엇을 했나. 180석 발언만 아니었어도 200석이 가능했다고 유시민을 비토하던 민주당은 개혁입법에 박차를 가하라고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밀어준 합법적인 권력으로 무엇을 했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혼자 정치검찰과 언론, 수구기득권의 공고한 카르텔에 맞서 싸울 때 180석 의원은 무엇을 했나. 사죄해야 할 사람은 단체장으로서 소임을 다한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다.

180석을 가지고도 중도층 눈치보느라 중대재해처벌법도 언론개혁 법안도 누더기를 만들었고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상반기 국회에서도 개혁입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 중도층이 아니라 검찰 눈치를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광석화처럼 밀어부쳐야 할 시기에 민주적 절차 따지느라 미적거릴 때 저들의 총공세에 중도층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왜? 싹수가 노랗다고 보았으니까. 내부총질이 될까 봐 속으로 혹은 조용히 뒤에서 욕을 할지언정 지지자들이야 민주당이 무슨 짓을 해도 떠나지 않을 테지만 중도층은 사전에서 설명하듯이 자신의 삶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떠나는 것이다. 180석을 쥐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굼뜨고 배부른 돼지들이라니.

180석이라는 합법적인 권력을 쥐고도 개혁을 속도감있게 밀어붙이지 못한 결과가 서울, 부산 재보궐선거의 참패였다. 그러나 그들은 비겁하게 전선에서 만신창이가 된 조국과 추미애를 걸고 넘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단히 착각하는 게 있는데 180석을 밀어준 20년 4월 총선은 조국재판이 한창이었을 때였다. 재보선 참패는 조국이 리스크인 게 아니라 조국이 자신의 가족이 무너짐으로써 국가가 나아갈 수 있다면 밟고 가라고 했음에도 밟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당신들이 리스크였다.

그런데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다고 희떠운 소리를 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또다시 전세가 밀리는 듯하자 또다시 조국의 강 운운한다. 단 한 번도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섭섭하다 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싸우고 있는 조국 장관을 불리할 때마다 거들먹거리는 민주당, 비겁하다 못해 비열하기까지 하다.

어차피 중도층은 매일 뉴스를 팔로업하지도 정확한 뉴스를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그저 포털 한두번 열어보고 제목만 스캔하며 정국을 판단할 뿐이다. 알지 않는가. 정확한 정보를 얻고 균형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지 말이다. 포털의 폐해야 세상이 다 아는 것이지만 비교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국힘당이 어거지를 부려 진도가 안 나가도 그 과정을 파악해서 함께 분노해주는 것은 중도가 아니라 개혁의지가 강한 정치 고관여층이다. 중도는 그 지난한 과정에 관심도 없고 따져볼 여건도,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정보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중요했던 것이다. 자신들이 했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사죄하기는 커녕 이제와서 또다시 중도층을 명분으로 조국을 꽉꽉 즈려밟고 가자고 한다. 참 뻔뻔하고 의리없는 사람들이다.

오늘 손혜원 전 의원이 20년 6월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항소심에서 부패방지법 위반혐의는 무죄, 조카 이름을 빌린 것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증여세도 다 냈음에도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라고 해석한 것은 아쉽지만 1심에서 1년6개월 실형선고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실로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오늘 김진애 전의원도 국감에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을 라임룸살롱 검사로 지목한 일로 윤 전고검장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결과야 어찌됐든 두 사람의 발목을 잡았으니 국힘당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손혜원 의원이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려 언론에 조리돌림 당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오늘 완전하지는 않지만 누명을 벗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왜 무리한 기소남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지 않는 것인가. 언론과 정치검찰의 합작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는지 그 폐해에 대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민주당의 태도가 중도층 이탈을 가져온 또 하나의 이유다. 자기 동료들도 지켜주지 않는데 어떻게 내 삶을 맡길 수 있겠는가.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깜짝 깜짝 놀라기는 해도 살 떨리게 공포스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설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에는 공포와 전율을 느낀다. 나에게는 조국이 그랬다. 저 정도의 정치권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도 한순간에 가족이 몰살당하는데 필요하다면 나같은 사람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울 수 있겠구나 하는 공포감. 과거 안기부나 중정이 했던 일을 이제는 언론과 검찰이 세련되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게으름에 더해 중도층이 이탈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부터였다고 본다. 시민들이 주말마다 휴식을 반납하고 서초동으로 여의도로 달려가 검찰개혁을 외쳤건만 문정부는 오히려 윤석열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난 바둑의 고수답게 뭔가 복안이 있나보다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임기를 보장하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기 위함이었다. 문통은 여러 면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지만 실패한 인사에 대해서까지 임면권이라는 대통령의 권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윤석열의 패악질이 날로 도를 넘고 추미애 장관이 홀로 고군분투하는데도 당정청 누구도 받쳐주지 않았다. 오히려 4선에 당대표 출신의 추미애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비전은 후순위로 놓고 장관직에 모든 것을 바쳤음에도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를 소비만 했다. 그 결과 지난 경선 과정에서 추미애 캠프에 단 한명의 현역의원도 없었던 이유다.

이재명 캠프와 이낙연 캠프에 몰려든 현역의원들은 경선 과정에서 캠프에 명함을 박느라 줄 설 게 아니라 당시에도 요구했듯 개혁법안 발의에 총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번 대선이 민주대 반민주, 수구기득권 대 민주개혁이라는 진영 간의 전면전임을 모르지 않았을 터, 당내 경선에서 현역의원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움직였다면 경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토록 지지부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뜨거운 여름에도 아스팔트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혹여라도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까 하루하루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 절박함이 왜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인가. 중도층은 껴안아야 하고 개혁을 열망하는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은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나에게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한들 자신의 자리만 확실하다면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지금의 민주당 이재명 지지율 답보는 이재명 탓도 조국 탓도 추미애 탓도 아니다. 이재명은 조국 가족이 법을 어겼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법을 어겼으면 벌 받아야 한다는 말에 아니라고 할 사람이 있나. 문제는 그가 아직 재판 중이고 무슨 법을 어겼다는 건지 저들이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후보가 작은 잘못이라도 집권세력은 더 가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면 민주당은 후보의 백그라운드가 되어 백만 건 넘게 복붙으로 쏟아낸,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민권을 유린하면서까지 조국을 멸문지화로 몰아간 정치검찰을 공격해야 하는 것이다. 혹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하나둘 드러난 조국의 ‘진실’에 대해 스피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중도층을 데려와야 한다면서 왜 그 역할을 발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후보에게만 요구하는가.

조국의 강을 건너는 것은 조국을 버리고 가는 게 아니라 검찰개혁을 하고자 한 법무부 장관을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으로 인권유린을 했는지, 하나하나 밝혀진 조국과 정경심 교수에게 덧씌워진 혐의들의 진실을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언론플레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에게 들이민 냉혹한 검증의 칼날만큼, 딱 그 동량만큼 윤석열의 본.부.장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가자고 폭풍 몰아치듯 밀어부쳐야 하는 것이다.

일개 장관직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본인도 아닌 부인을 수사도 없이 기소한 정치검찰과 언론이 들이민 도덕적 잣대를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겠다는 후보에게는 당연히 더 엄중하게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윤석열의 본,부,장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영리하게 언론플레이하는 민주당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지형이 기울어져 있다고? 그건 촛불시민들이 한탄할 얘기이지 그대들이 이미 리스크의 상수가 된 지 오래인 언론을 탓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다.

민주당 당신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중도층은 조국이 뭔가 잘못하기는 했나보네 하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같다며 정치혐오로 떠나는 것이다. 조국의 강은 건널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배를 띄우고 지금도 진행중인 정치검찰의 패악, 그리고 검언유착을 집중 공격하는 정공법으로 뚫고 가야 한다. 중도층은 표를 구걸하는 쪽이 아니라 힘이 센 쪽이나 대세를 따르게 마련이다. 불리할 때마다 조국을 탓하고 중도확장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169석을 가진, 열린민주당 포함 172석을 가진 민주개혁진영 스스로 대세가 되면 된다. 이정도 의석 수를 가지고도 대선에 실패한다면 당신들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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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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