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드리고 싶은 질문

첫째, 문재인 정권의 출발점은 "세월호의 비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세월호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지난 4년 동안 이 정권은 세월호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밝히려고 노력하였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어떤 힘을 발견한 것이 있었는지요?

돌이켜 보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시민 문재인'은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구명(究明)하겠다면서 단식까지 하였습니다.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은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이제는 문제가 풀리겠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둘째, "대동강변의 약속"은 과연 어떻게 되었습니까? 남북 두 나라가 화해를 추진하고, 개성공단을 복원하고, 서로 상생 길로 나아가라고 다들 문 대통령을 응원하였습니다.

지난 2018년 4월, 그때는 정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서 한반도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수의 가을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날은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요? 대통령의 약속이 과연 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지를 시민은 알고 싶어합니다.

지난 2년 동안 한반도의 시계(視界)는 점점 더 흐려지고 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대동강변에서 자신이 "민족" 앞에 한 약속을 아직 기억할까요? '더는 누구도 우리 한민족의 단결을 방해하지 못한다'고 선언했던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대통령은 민족 앞에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랍니다.

어려움이 많다면, 대통령은 솔직히 다 털어놓으시기 바랍니다. 훌륭한 실적을 가지고 당당하게 역사 앞에 서지 못할 바에는, 정직하게 속내를 말씀하는 것이 차선책입니다.

셋째, 지난 박근혜 정부의 파탄은 어디서 왔을까요.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그 정부는 해묵은 타성에 젖었습니다. 제도적 비리가 만연한 시절이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 등 비선 실세가 권력을 사유화하였다가 결국은 망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겨울에 '촛불 혁명'이 시작되었지요. 성난 민심이 차거운 바닷물 속으로 박근혜 정권을 내던진 것은 역사상의 쾌거로 기록될 것입니다.

'촛불 혁명'은 이 땅에서 제도적 비리를 근원적으로 청산하라는 시민의 명령이었지요. 이 정부는 그 점을 잘 아는 듯했습니다. 그런데요, 지난 4년 동안 이 정권은 특권과 비리의 온상인 검찰과 사법기관을 얼마나 개혁하였는지요. 소리는 요란하였습니다만, 과연 무슨 실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을 비롯하여 우리사회 전반에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이고 비정상적인 여러 가지 관행과 악습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시민들은 과반수의 의석과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아낌없이 성원하였습니다. 그럼 그 많은 의석과 권력으로 이 정권이 거둔 실적은 무엇이 있는지요. 도대체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할 것인지요. 시민들은 답답해 합니다.

끝으로, 어느 정권이든지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특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법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새 시대를 열기 위하여 과연 어떤 사업을 벌였는지요?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였습니까. 이 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희망을 불어넣었습니까?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를 위하여 이 정부가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저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좀 있습니다. 지금부터 일년 동안입니다.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서 시민의 성원에 보답하시기를 촉구합니다.

역사의 난제는 누구도 한꺼번에 풀지 못합니다. 이것은 시민들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만약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는데도 안 풀리는 일이 있다면,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서 있는 사실 그대로 시민들 앞에 고충을 털어놓으시기를 바랍니다. 시민에게 숨기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서 문재인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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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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