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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1호선 - 그녀에게 닿기 위해 걸어가는 길
 회원_934072
 2020-08-08 02:02:33  |   조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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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응..?” “만약에 말이야.. 세상이 우리가 본 영화처럼 되면 어떻게 할 거야?”

“그야.. 너한테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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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은 2013년 9월 9일부터 연재를 시작하고 2015년 2월 23일에 연재 종료되었다. 이 웹툰의 시작을 같이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긴 연재 기간이었다니 사뭇 놀랍다. 재난 영화나 만화를 보면 모두 그러하듯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자료에 대해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 재난이 일어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데 2~30%를 혹은 절반 이상을 할애하며 재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반면 1호선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된 경로나 과정보다는 사람들의 잔인성과 상황에 따른 심리 변화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룬다.

 

부산에서 새로운 감기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병원체가 감염자를 빠른 속도로 증가시키고, 한국 인구 대비 발병률이 60%를 넘어섰다. 하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 그런 추세로 24시간 안에 감염률 8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 이 메르스 보다 심각한 뉴스를 마지막으로 다음날 핸드폰과 인터넷 티비 모두 서비스가 되지 않는 상태. 길거리에는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텅 빈 도시에 홀로 남은 남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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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식량을 훔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오는 사람들 또 그 사람을 죽이고 식량을 갈취하려는 사람들 이외에는 주인공이 보는 것은 없다. 우연히 먹을 것을 챙기고 달아나는 사람들 틈새에서 떨어진 참치 캔을 발견하고 주워서 마트를 향하는 주인공. 그 앞에서 낯선 부부를 만나게 되고, 부부는 지레 겁을 먹고 들고 있던 시리얼을 놓고 살려달라며 도망간다.

 

주인공은 이 난리 통에서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는데 자신도 변하지 않으면 손해 볼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부부가 놓고 간 시리얼을 가져오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후에 혜정의 전화를 받고 짐을 싸서 그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 주인공이 원래 참치를 주어왔던 자리에 다시 참치를 가져다 놓는 대목은 주인공이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작지만 큰 한 발자국,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그가 한 행동은 이 만화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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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게 되면서 주인공은 가방을 빼앗길뻔하는 위기에도 놓이고,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한다.

그러면서 만난 노숙자 아저씨는 자신의 아지트로 주인공을 초대한다. “사실.. 나 같은 노숙자는 세상이 이렇게 되건 말건 별 차이를 못 느낀다네.. 외롭기는 마찬가지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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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난폭해지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물론 그 폭력적인 부분이 욕구이기 때문에 정당화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길거리 생활을 하던 노숙자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던 사람들이 그동안 누렸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서로 죽고 죽이는 대목은 노숙자 아저씨의 등장으로 인간의 도덕성이 우리가 글자 하나로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한다. 제일 가진 것 없던 사람이 자비를 베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탈북한 사람들의 증언을 생각해보면 이 상황이 1호선의 상황과 조금 비슷한 것 같다. 그곳에서 제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배고픔과 기아에 허덕이는 것. 특히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면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어떤 부모들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다고까지 했다. 또는 사람고기를 암시장에다가 팔아 생활을 연명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부모가,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천인이 공노할 짓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사람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라 하지 않았나. 배부르고 등 따듯하게 있을 곳이 있으면서 어떻게 철학을 논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얘기할 수 있는 걸까. 기약되지 않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기나긴 수용소의 생활, 폭력과 고문이 일상인 사람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굶주림을 겪고 있는 그 사람들이 인육을 먹는다 해도 그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상황을 우리는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잘못되었소 하고 우리의 상식의 잣대를 가져다 댈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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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런 본능이 앞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미쳐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려는 주인공은 1호선을 따라 걷는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전체적인 작품은 어둡고 절망적인 것 같이 보이지만, 그 과정 속에 있는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웹툰이라 생각된다.

 

인간이 인간 일수 있는 이유는 동물과 달리 지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라 했다. 만약에 우리가 1호선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는 죽는 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혹은 지키려 노력하며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에 의해 오드아이처럼 푸른색의 한쪽 눈을 가지게 된 주인공. 변해버린 세상에서 자신의 집에서 정반대 편인 1호선 망월사에 살고 있는 여자친구 혜정이에게 닿기 위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1호선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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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0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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