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정치/시사
정치의 종교화 그리고 사이비 중독
 회원_501805
 2019-12-11 15:33:43  |   조회: 139
첨부이미지
첨부이미지
첨부이미지
첨부이미지

1.
어제 한 방송사 PD와 전광훈과 관련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PD는 비신자였고 기독교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런 PD의 눈에 전광훈과 그 지지자들의 청와대 앞 예배와 노숙 기도회의 모습은 낯설다 못해 괴기스러웠습니다.

예배당 안에서 행해지는 소위 은사집회나 성령집회때 부르짖고, 방언하고, 눈물 콧물을 쏟으며, 온 몸을 흔들며, 악을 쓰는..기도 모습은 기독교인이 봐도 때로는 무섭게 느껴지는데 비신자들의 눈에는 오죽할까요.

2.
30초 정도 본인이 원하는 코멘트 정도를 얻으러 왔던 PD와 인터뷰는 대화가 되었고 2시간이나 이어졌습니다. PD는 진심으로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의 집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당사자들과도 여러차례 대화했습니다.

PD는 집회 참가자들이 대부분 노인들이신데, 개인적으로 만나서 대화하면 추운데 고생한다며 따뜻한 차도 주고, 자신을 걱정해 주며 이야기하는데 너무 착하고 순수한 분들이라고 느꼈답니다. 그런분들이 막상 예배가 시작되면 극단적인 정치적 구호, 살기어린 주장에 아멘을 연발하고, 순국단 살수대를 자처하는 모습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답니다.

3.
사실 나라고 이해가 되겠습니까?

다만, 내가 대학교 때 우상숭배를 막는다고 '통일대장군/해방여장군'이라 적힌 장승을 뽑아다 버렸던 것, 학생회가 축제 전에 행하는 고사상을 엎어 버린다고 뛰어드렸던 것, 통일교가 주도한 승공강연회를 막겠다고 통일교 2인자였던 박보회가 들어오는 차 앞에 들어누었던 것 등을 생각하면 나 또한 확신 속에 순교의 각오로 옳다 생각하는 바를 막무가내로 행했던 것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싶습니다.

진리와 비진리, 천국과 지옥, 하나님과 사탄 등 너무나 선명한 종교적 옳고 그름의 틀로 세상과 현상을 바라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자신이 손해보고 희생하겠다고 다짐하고 행하지만, 실상은 십자군을 만들어 누군가를 핍박하고 죽이는 일에 나서면서도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그것이 뭘 모르는 그의 영혼을 구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죠.

4.
전광훈과 추종자들의 극단적 행동. 나도 잘모르지만 내 부족한 생각에는 '정치의 종교화'와 '사이비 중독'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정치의 종교화입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는 종교가 정치화해서 너무 간섭하고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염려합니다. 물론, 이는 염려할 부분입니다. 아무리 종교와 정치가 서로 무자르듯 구분될 수 없고, 종교는 자신의 가치로 정치에 발언하고, 정치도 사회 법과 질서 속에서 종교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해도 전광훈의 행태는 이를 넘어섭니다.

내가 볼 때 전광훈과 추종자들의 행동은 자신들이 믿는 정치적 이념을 종교화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데올로기 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신격화하고 종교의 대상으로 믿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기독교의 형식, 예배, 기도, 찬양, 언어 등을 덧입힌 것이죠. 쉽제 말해 정치, 정치이념, 정당, 정치가를 하나님으로 생각하고,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광야에서 송아지를 하나님이라고 섬겼던 아론과 백성들처럼.

둘째는 사이비 중독입니다. 중독의 무서움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고, 이성이 마비되고, 오직 중독 된 그것이 모든 것이 판단, 행동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전광훈과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승리하는 것이 곧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라 믿고, 그 믿음에 중독되었습니다. 마치 사이비 교주와 사이비 종교를 믿고 모든 것을 바치 듯이 점점 더 극단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5.
나는 2020년 4월15일이 걱정됩니다. 그동안 여러 기독교단체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기독교 보수와 진보 양측의 여러 수많은 정치적 현장과 선거 관련 활동을 경험했는데, 전광훈과 그 추종자들이 최근 행동처럼 극단적이고 저질스럽고 괴기하고 폭력적인 행태는 정말 처음봅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행동이 단지 정치적 주장과 행동이거나, 단지 종교적 행위를 넘어, 정치를 종교화 한 것이 때문입니다. 마치 '다미선교회'라는 곳이 1998년 12월28일 예수님이 재림한다며 추종자들과 극단적 행동도 불사하며 온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것과 같은 행태입니다. 재림이 불발되고 그곳에 참여하며 극단적으로 맹신했던 사람들 중에, 이후 정신장애, 자살 등 극단적 상황에 빠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2020년 4월15일 선거가 끝나고 닥칠 전광훈과 그 추종자들의 정신분열과 혼란이 염려됩니다. 전광훈과 측근들이야 사이비 교주들과 같이 또 다른 논리를 만들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가겠고, 일부 추종자들도 그를 따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허탈과 공황에 빠지고 극단적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싶어 염려됩니다.

날이 너무 춥고 점점 추워지는데 순국단이니 살수대니 하는 상황에서 나는 집회 참가자 중 누군가가, 대개는 약자와 힘없는 사람들이, 분신 등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6.
PD가 묻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다 생각하냐고.

나는 부끄럽지만 기독교계의 자정능력은 '제로'라고 했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자신들이 교회 내외적인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은근히 전광훈을 지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정은 커녕 공범자이고 배후 조정자들이라 생각합니다.

유일한 방법은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입니다. 전광훈은 더 이상 종교인이 아닙니다. 성경의 가르침도, 교파의 교리도, 교회법도, 사회법도 모두 무시하고 있는 사이비 교주입니다. 저들이 행태는 종교인들이 종교적 집회가 아니라 정치사기꾼들의 정치적 집회일뿐입니다. 종교인이니까, 종교집회니까라는 생각을 버리고, 실정법을 어기는 부분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합니다.

그것이 맹학교 등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고, 정치를 종교화하는 사이비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을 구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7.
PD가 묻습니다. 종교는 정치에 어떻게 관계해야 하느냐고.

물론, 다양하게 관여할 수 있고 또 관여해야 하지만 나는 2가지를 말했습니다.

첫째는 기도입니다. 전광훈과 추종자들과 같이 정치적 집회의 기도가 아니라, 보수든 진보든 예배당에서 진심으로 나라와 정치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나라와 지도자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생각하며 바른 길로 가도록 기도해야 하고,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곳에 하나님의 복이 임해 더 잘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나는 종교인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행동은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람의 지혜와 힘보다 하나님을 믿는 자의 마땅한 자세입니다.

둘째는 신자들이 정치에 건강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교회에서는 교인이지만 사회에서는 시민이며 국민입니다. 각 자의 삶의 자리에서 바른 가치를 가지고 공평과 정의를 행하고, 정치적 의사표현과 활동을 하도록 교회는 격려해야 합니다. 어떤 신자는 정당인으로 정치가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치단체에 참여하거나 시민단체 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집회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특정 정치이념을 넘어서 스스로 선택되고 행해지도록 격려하는 것이 교회가 할 것입니다. 교회는 단지 성경의 가치를 전할뿐이며 정치적 선택은 신자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8.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종교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사랑'일 것입니다. 종교의 존재목적은 개인적으로는 구원이겠으나, 구원은 하나님께 받은 사랑입니다. 종교가 행해야 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마땅한 것은 정치가 하지 못하는, 정치로부터 소외된, 정치로부터 박해받는 사람과 창조세계를 위해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심지어 나와 다른 종교나, 다른 정치이념이나, 다른 가치나, 다른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도 행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한1서4:7,8)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한1서4:11)

*
사진을 보며 울었습니다.
신자들을 거리의 노숙자로 만들고
예배와 기도를 정치집회 도구로 만든
전광훈과 정치꾼들에게 심판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신자들이 안전하게 가정과 교회로 돌아가기를 기도합니다!

2019-12-11 15:33:43
98.149.115.245

회원_963666 2019-12-11 15:36:22
목사님 공유합니다

회원_363065 2019-12-11 15:36:24
박정희교와 김일성교 전광훈교의 합작품으로 보입니다.

회원_269571 2019-12-11 15:36:28
저들은 청와대 앞에서의 노숙이 문재인 대통령님이 청와대에 계시는 덕분에 가능한 일인 것을 알기나 할까요. 명박근혜 시절이었다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물러나라고 노숙하고 기도회하는 저들은 무사할수 없었을 것입니다.

회원_462993 2019-12-11 15:36:37
소셜미디어가 또 하나의 역활을 하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ㅠㅠ

회원_432567 2019-12-11 15:36:41
신교의 자정능력이 제로라는데 동의합니다. 오히려 비신자들이 종교적 전통에 일정부분 경외감을 갖고 믿음은 가지지 않되 공부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임을 만드는게 어느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집니다.
그게 가능하려면 신자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_459119 2019-12-11 15:36:48
공유합니다. 전광훈씨 때문에 부끄러운 1인입니다

회원_635443 2019-12-11 15:36:52
이 사람 제정신 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회원_914846 2019-12-11 15:36:56
목사님이 장승뽑으신거엔..웃었습니다..(글이심각함에도)
기도할뿐입니다

회원_460484 2019-12-11 15:37:03
대형교회 목사님들(원로목사 포함)중 전광훈의 이런 행태에 대해 꾸짖는 목사들이 없다는 게 슬픕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10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 정치/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