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위로와 힐링
사회성을 기르고 싶습니다. 정신과를 가야 하는 걸까요
 회원_608873
 2019-12-07 09:13:13  |   조회: 122
첨부파일 :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우울감과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감정들은 제가 평생 가져왔던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려서 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것 같습니다. 

특별히 왕따를 당하고 일진들에게 괴롭힘 당하진 않았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서도 연락하는 친구가 손에 꼽았습니다.

 

 타인과 소통을 잘 못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부모와의 유대가 적었습니다. 

부모님은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온종일 술냄새 풍기는 어머니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 소통도 적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러운 대화의 방법을 모르고 타인의 행동에 대한 기형적인 해석과 집착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그나마 친했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제가 이 친구한테 했던 행동은 무지막지 했습니다. 

주말에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 놓고 답장 늦어지는 게 15분을 넘어가면, ‘싫으면 싫다고 해’ 라며 온갖 쌍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주체하지 못할 화를 쏟아내다가 어느순간 너무나 미안해져서 사과를 했고, 비슷한 상황들은 반복됐습니다. 

저에게 오랫동안 남아준 그 고마운 그 친구는 결국 성인이 되어가는 시점에 저를 손절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타인의 사소한 행동에 과한 의미부여를 하고 때론 분노가 솟구치지만, (이 친구의 떠남으로 인한 교훈으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능한 참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건 참는 것이지, 타인의 행동들을 과대해석하는 저의 심리는 여전합니다.

 

 어린시절 저의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유아발음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홍진호씨보다 조금 더 나쁜 딕션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사람을 참 비참하게 만드는 말더듬, 빠르게 말하기, 그리고 말막힘 등.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한번 말 할때에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위축됐습니다. 

타인과의 소통도 거의 없었기에 말 그대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소통장애 수준인 악순환이 지속되었습니다. 

반드시 고치겠다는 의지를 갖고, 전역한 뒤에 유아가 말을 처음 배우듯이 유치원생도 하지 않을 말하기 연습을 수 개월간 했습니다. 

한글의 자음, 모음 부터 음절 하나 하나씩 천천히 끊어서 또박또박 읽는 걸 다시 연습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상당히 호전되었고 이젠 사람들이 보기에 ‘말투가 좀 어눌한 사람’ 정도로 보일 만큼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소통능력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학교를 처음 갈땐 정말 설렜지만, 캠퍼스 생활은 자꾸만 엇박자를 탔습니다. 

당시에는 발음교정을 하기 전이라서,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두마디 이상을 못하고 진땀뺐습니다. 

정말 간혹가다가, 좋아했던 여학우한테 제가 관심을 보였고 상대방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적같은 일이었으나, 저는 상대가 저에게 더 다가오는 순간 그 사람과의 모든걸 끊어버리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건 저의 낮은 자존감 때문에 관계를 지속할 용기가 없었고, 처참할 결과를 미리 차단한 것입니다. 

상대방은 황당하게도 카톡도 주고받으면서 서로간에 호감을 보이다가 돌연 쌩을 까는 저를 보고 무척이나 불쾌하고 화가 났을 겁니다. 

미안한 일이었지만 저는 그것 외에 다른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이 두번 정도 있었는데, 돌아서는 저를 언짢고 불편하게 바라보는 그 표정을 보고나면 

제 명치의 바로 밑 부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며오는 외로움의 진동 때문에 집에서는 침대에 고꾸라진 상태로 며칠을 보내곤 했습니다. 

더 싫은건, 그 외로운 순간마다 묘한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극심한 스트레스나 외로움에 대한 방어기제로 뇌가 뿌린 호르몬의 작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당시의 저는 자기연민과 외로움에 중독되었습니다. 

불행히 저는 이성과 관계가 깊어질 듯한 기미가 보일때마다 도망쳤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대학 동기들을 친구라고 말할 정도로 만드는 건 달성했습니다. 

저는 군대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대화법의 첫걸음을 떼게 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 되지는 않았습니다. 

동기인 친구들과의 소통은 주도적인 대화를 이끌지는 못하고 되지도 않는 개드립만 칩니다.

그냥 눈치없는 애드립 치다가 분위기 싸하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단톡에 말을 했다가 반응이 없으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한 불안감과 부정적인 망상들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때문인지 교양수업이나 조별과제 혹은 술자리에서, 선배 혹은 다른 학우의 험담을 마구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부분 삐딱한 태도와 기분으로, 다른 사람이 하는 말들이 비꼬면서 살았습니다. 

 

 군대를 다녀 와서야 타인과의 대화가 늘었고 2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저의 대화습관을 뚜렷이 알게 되었는데 그건 한심하게도 “삐딱한 태도”로 “비꼬기”와 “험담하기”였던 것입니다. 

 

 이걸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들었고, 주워담을 수 없는 선택들을 하고 난 뒤였습니다. 

소중한 사람들한테 충동적으로 감정을 버리듯이 쏟아내거나, 

별 뜻 없는 상대의 말 한마디를 아니꼽게 받아들이는 건 나아지진 않고,

저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침묵이 저를 한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소통할 줄 모르게 태어났으면 차라리 싸이코패스여서 외롭거나 슬픈 일 때문에 괴롭지나 않았으면 싶기도 합니다.

간헐적으로 느끼게 되는 드문 행복감과 설렘은 저를 언제나 희망고문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둥글둥글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상대방에게 맞춰주기만 하다간 내가 불행해 진다’고 하는 어디서 본듯한 말이 떠오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강박에 빠져버립니다. 

 

 제가 정신과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던건 불안함과 우울감을 해소하는 것 이전에,

저의 소통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소통장애때문에 우울하고 불안한 겁니다.

 

행복하고 싶습니다. 

잘 살고 싶습니다. 

건전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대화를 잘하고 싶습니다.

눈치있게 행동하고 싶습니다.

 

이런 상태인 제가 소통방법과 사회생활, 처세들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제가 정신과를 가면 이런 소통장애를 치료하거나 상담으로 도움을 받을수 있을까요? 

2019-12-07 09:13:13
98.149.97.61

회원_317047 2019-12-07 09:14:01
글 내용을 보면 타인의 시선에서의 자신의 평가가 어떨까에 신경을 쓰시는 듯 하네요

남들과 잘 지내는 건 좋지만 그것이 행복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무쪼록 심리상담소 찾아가세요

회원_345950 2019-12-07 09:14:20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토론하는 그런 곳을 찾는게 더 도움될거 같습니다.

회원_282499 2019-12-07 09:14:31
남들신경쓰지마세요.
너무 신경쓰다보니 비꼬는 습관도 생기신것같은데.
그냥 남들이 이러든 저렇게생각하든 무시하시고
본인이 하고싶은일 열심히 하시고 거기에 집중하시는게나을듯요.
남들 신경쓰는걸 줄이고 본인한테 투자해보세요.
뭔가 열심히하다보면 자신감생기고 자존감 생기면 자연스레 대인관계도 원만해질거에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10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위로와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