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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김칸비 회개하라 어린 양아치야 <천치전능>
 회원_707255
 2024-01-05 15:00:01  |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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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직 잘 나가던 일진 출신의 주인공 '김전지'가, 우연히 같은 학교를 나온 남자 동창생들과 한 술집 아래에서 - 동일 테이블은 아니고요 - 허벌나게 치욕을 당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남자 동창생들은 주인공과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단역입니다. 하여튼 그중에 한 명이 교사가 되어서 축하 술자리를 가지게 된 셈인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우연히 당시 학교에서 유명했던 양아치 전지를 본 그들이 쑥덕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지만, 전지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술집을 나가게 되지요.

 

그에게는 아픈, 혹은 본인이 자처해서 망가져 버린 과거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아치로 싸움을 겁나 잘했던 학창 시절의 전지는, 다른 학교와 시비가 붙었다가 1대 6~7의 싸움을 멋지게 승리하고, 이제 나는 레전드가 될 거라며 귀가하다가, 뚝배기도 없이 오토바이를 난폭한 인과응보로서 트럭에 치여 날아가서 다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양아치 현직(?)에서도 강제로 은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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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잘 나가던 일진 양아치였던 전지에게 남은 것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한쪽 다리와 변변치 않은 집구석뿐입니다. 대략 2화 내의 시점에서 전지에게 큰 변화가 찾아오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지만 전지에게 영 속이 좁은 천사와 신이 찾아오고, 그는 칼에 찔려도 금세 재생하는 능력과 더불어서,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천사의 전담마크를 받으며 불행한 타인들의 크고작은 소원들을 이뤄줘야 하는 미션에 돌입합니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지옥에 던져질 위기거든요.

 

내용을 글로 풀어놓으면 참 뻔한 이야기다 싶습니다만, 스토리 작가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그 '김칸비'입니다. 필자는 직업적인 이유로 엄청나게 많은 웹툰을 감상하는데, 그중에서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웹툰 작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김칸비 작가는 리뷰어로서 필자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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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만 봐도 충분히 김칸비 이름값에 부족하지 않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스토리 줄기는 뻔한 것 같지만 디테일에서 작가의 개성과 매력이 묻어납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주인공 전지의 캐릭터성입니다. 그는 진짜로 양아치에요. 가정 환경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이걸 전면으로 내세워서 전지가 양아치라는 사실을 곧바로 합리화 하지도 않고, 멍청한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가 망가져서 관뒀을 뿐 양아치 근성도 전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장 소원을 이뤄주고 다니는 것도 초현실적인 존재의 개입 때문이고요. 지금까지 양아치가 주조연으로 나온 서사 매체는 꽤 많았지만, 진짜로 현직 막장 양아치가 주요 인물이면 독자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직이라든지 알고보면 이놈도 불쌍한 친구야 따위의 온갖 변명과 구실이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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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전능도 일단은 주인공이 전직 양아치입니다만 물리적인 부상에 의해 강제로 은퇴해을 뿐이죠. 치사한 신과 천사를 만나서 이 부상은 해결 됐습니다만 그 대신 그를 컨트롤할 수 있는 다양한 족쇄가 새롭게 채워졌습니다. 양아치 라는 개성과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주인공의 성장(아마도?) 그리고 독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을 수 있는 절묘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칸비의 스토리 작가로서의 짬밥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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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뿐만 아니라 그의 주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천사님이라든지, 내러티브 자체의 유장함과 사소한 연출 하나하나까지, 워낙 많은 웹툰과 웹소설들이 쏟아지면서 수준 미달의 이야기들도 자주 보이는 최근의 시대에, 소재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접어두고 이 만한 퀄리티를 갖춘 작품은 분명 흔치 않습니다. 과감히 일독을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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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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