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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혼자만 슬퍼하도록 놔둘 것인가
 회원_910459
 2023-11-30 15:23:52  |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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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종파분자"라는 말이 있었다.

조선시대 표현으로 하면 '역적'이다. 김일성이 장악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즉 집권 세력의 반대파들을 지칭한다. 만주파인 김일성이 남로당파인 박헌영 세력을 숙청하면서 생긴 말이다. 6.25 한국전쟁이 끔찍한 비극이 되었을 때 그 책임이 두려웠던 김일성은 박헌영에게 도리어 패전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 종파분자라며 잡아 넣고 무자비한 숙청을 자행했다. 박이 미국의 스파이라고 누명을 씌우고 북한을 독재사회로 만들었다.

그딴 짓을 하는 데 진실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남한에서는 "빨갱이"란 말이 북의 '종파분자'란 말과 똑같이 통했다. 이승만 독재타도를 외치면 다 빨갱이로 몰려 숙청시켰다. 남이나 북이나 민주주의도 진실도 없었다. 오직 권력만이 있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런 참혹함 위에 불안스럽게 서 있다.

지금조차도 종파분자 숙청이 반복되는 것같다. 검찰 세력이 지난 대선 권력을 잡기 위해 시작한 숙청 작업은 북한의 연좌제 처벌과 비슷하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법무부 장관을 공격하고 끌어내리기 위해 가족들을 전부 끌어다 댔고 거기에도 진실따윈 없었다. 2019년부터 시작해서 4년동안 줄기차게 탄압당한 조 전장관 가족의 상황은 북의 종파분자들과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이게 아직도 안 끝났다.

남한식 '종파분자'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정교수는 4년을 살았다. 그의 저서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1세기판일 것이다. 사실상 정치범의 이야기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3심까지 재판을 받아 유죄를 확정 받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의 죄를 저질렀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면 대체 어쩔 것인가? 왜 내가 유죄냐고 물어보면, "반성이 없다"면서 형량을 더 늘리겠다고 호통을 들을 뿐이다.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자들이라면 정교수의 4년 실형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2차세계대전 유럽, 독일군에 잡혀가 수용소에서 처형당한 유태인과 폴란드인들은 독일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희생양이었을 뿐이지만, 그들에게도 전부 그럴듯하게 갖다붙인 죄목들은 있었다.

정 교수를 보면서 우리는 거듭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진실보다 권력이 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권력이 있다면 표절 논문도 진짜 논문이 되며, 권력이 없으면 멀쩡히 받은 표창장도 가짜인 것이다.

한국은 권력이 진실을 만들고 권력이 죄목도 정하는 나라다. 똑같은 법원인데도 종군 위안부 문제의 판결이 180도 다르듯, 사법부에서 내리는 판결들조차 권력 앞에 납작 엎드린다. 아직도 그러고 있다. 70년 전 북한에서나 했던 짓을.....

그 증거는 정경심이다. 검찰 권력이 절대반지를 끼기 위해 벌인 사냥 수사극의 희생자이자 현대판 정치범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이 야만인지 생각하기 바란다. 눈앞에서 온갖 폭행이 자행되는데 그걸 팔짱 끼고 구경만 하는 것이야 말로 야만이다. 이런 지독스러운 야만을 정 교수 혼자 슬퍼하도록 놔둘 순 없지 않는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라는, 이 제목에 나는 이렇게 반응하고 싶다.

"그 혼자만 슬퍼하도록 놔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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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15: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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