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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또 얼마나 더 추모시를 읽어야 하나
 회원_930085
 2023-11-30 15:19:09  |   조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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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겸공’에서 이태원 참사 1주년에 즈음해서 이문재 시인의 추모시를 읽다가… 주책없이 울컥 눈물을 쏟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또 얼마나 더 추모시를 읽어야 하나 분하고 억울해서, 이 참혹한 세월이 슬퍼서 참 어이없게도 눈물이 치솟았습니다.

읽다가 차마 못 읽은 부분은 전우용 교수님께서 대신 읽으셨습니다. 아침부터 눈물바람 추태라니… 참으로 남김없이 서러운 세월입니다.

이제야 꽃을 든다 / 이문재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

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

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招魂이 천지사방으로 울려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적 실천으로

들어 올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부디 잘 가시라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꽃을 든다

부디 잘 사시라

당신의 당신들을 위해 꽃을 든다

부디 잘 살아내야 한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줄

권리와 의무가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꽃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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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15: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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