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년물 금리가 3.9%까지 올라갔습니다. 하루에 거의 0.2% 올랐고요 일주일 만에 0.4% 가 올랐습니다. 갑자기 주식앱 알람이 연달아 울려서 봤더니 장기물채권 롱포지션들이 전부 손절되었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라인까지 올라가버리니 그동안 제가 봤던 채권시장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아마 모기지 금리도 7%도 터치할 분위기고요.. 말그대로 채권시장에서 패닉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에서 5%에 가까운 변동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하루에 15% 하락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걸 일주일새 두번을 겪었으니.. 역방향으로 크게 걸린 딜러 중 강제청산당한 딜러들이 엄청 많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요 며칠 장기채권금리가 폭등한 이유를 설명드리면요. 단순히 연준의 긴축때문은 아니고요. 두개의 주된 원인과 한개의 잠재적 위험이 있었습니다.

1. 영국의 감세정책 및 시장개입을 통한 양적긴축 : 영국에서 최근 총리가 바뀌고 '감세안'을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들고나왔습니다. 감세안이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것이면 다행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감세안만 들이밀면서 적자재정과 추가국채발행의 우려가 시장에 급격히 퍼지고 영국 금리 상승과 파운드화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더 사주지 않는 상황에서 국채발행은 시장에 장기채공급을 늘리는 효과이므로 금리 상승을 가져옵니다.) 그에 더불어 영란은행은 만기상환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양적 긴축이 아닌 시장에 직접 채권을 내다팔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두가지 사항이 모두 채권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시장은 발작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파운드화가 폭락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한번에 200bp(2%)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채권 패닉셀이 나타났고요 이게 영국에 그치지 않고 유럽 채권시장, 미국 채권시장에 연쇄적으로 전염되고 있습니다. 영란은행이 적극적으로 채권을 시장에 매도하고 금리를 올린다면 미국채 또한 피해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 또 어느정도의 양을 시장에 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상당수의 채권트레이더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채권을 계속 매도하고 있다고 생각해야합니다. 저역시도 가지고 있던 포지션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으니까요.

2. 채권 시장 내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의 이익실현 : 이건 채권의 트레이딩 측면에서 나타난 현상인데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 역스프레드 확대에 돈을 건 헤지펀드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단기채권은 매도하고 장기채권은 매수해왔습니다. 그런데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하루 뒤 금리차 역전이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판단하고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장기채권 매도세가 헤지펀드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FOMC 하루 뒤에 금리가 한차례 급등하였습니다. 그 후 꾸준히 장기채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헤지펀드의 포지션 청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청산이 끝날 때까지는 금리 하방이 막힐수 있습니다.

3. 이건 잠재적 위험요소인데, 일본이 1달러/145엔에서 환율방어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은 145원이 되면 적극적으로 달러를 투하하여 엔화를 지키겠다는건데요. 문제는 일본역시 달러를 미국채 형태로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총알인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채를 시장에 내다팔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일본은 중국에 뒤잇는 미국채의 주요 보유국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일본이 환율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채를 내다팔 경우 금리 급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144.5엔 위로 환율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예전 조지소로스가 영란은행에 도전한것처럼 이번에도 누군가 일본은행에 도전할 딜러들이 나올지 지켜봐야죠. 그런 딜러들이 많아질수록 일본이 팔아대는 미국채도 늘어날겁니다.

이 모든게 지난 FOMC 를 지나고 1주일도 안되서 나타난 일들입니다. 채권투자를 그래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해왔지만 하나만 터져도 시장을 뒤흔들만한 일들이 동시에 터지고 있다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뷰를 전부 엎고 당분간 채권금리 상단을 완전히 열어놓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연준의 금리경로만으로 현재의 금리를 예측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도 어렵고요 1~2주에 그칠수도 있고 길게는 몇달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거라고는 봅니다만 그때 어디까지 금리가 올라가있을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패닉셀 이후 다시 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원인이 중첩되어있는 상황에서 쉽게 포지션을 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채권 매도포지션을 가져가지고, 매수포지션을 가져가기도 둘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당분간 시세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두 갑자기 충격을 받아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래서 글 올려봅니다.  몇달간은 채권금리도 모기지 금리도 계속 올라갈 수도, 또는 반대로 갑자기 떨어질수도 있어요. 지금 변동성이 급격히 올라간 상태라서 어디로 튈지 전혀 감이 안옵니다. 이럴 땐 그냥 피해있으신게 최선일거같아요.  모기지로 집 사시는거나 모기지 락하시는거 미룰 수 있을만큼 미루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합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의 금리를 받을 이유는 없을거같아요.

채권시장이 제일 먼저 폭탄을 얻어맞은거같은데.. 외환시장, 원자재시장까지 전부 얻어맞았는데.. 주식시장은 어떨런지.. 오늘은 잘 버티는거보면 정말 신기하네요. 오늘 폭락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날인데 주식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추가) 혹시 연준이 금리 올리는데 이렇게 금리가 빨리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거 아니냐고 생각하실수 있는데요. 제가 아는 바로는 전혀 아닙니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하고 다릅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주식판매로 돈을 조달하는게 아니라 채권발행이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채권시장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습니다. 그런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급변하면 순간적으로 보유현금이 많지 않은 회사들의 경우에는 흑자도산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또한 은행들 역시도 금리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수익률을 확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이나 채권매수를 줄이고 이는 일시적으로 신용경색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해야하는데요. 지금은 너무 빠르게 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패닉셀이 나오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곤욕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란은행의 양적긴축 발표와 정부의 감세안이 서로 조율을 한 후 나온 정책인지 서로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나온 정책인지 의문이 듭니다. 너무 아마추어적인 정책발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연준도 이런 장기물금리 급등을 바라지는 않을텐데.. 앞으로 나올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