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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도 홍수로 백성이 고생하면, 수라의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
 회원_541203
 2022-08-16 12:04:42  |   조회: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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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은 오전 5시에 기상해서 왕실 문안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세 번의 공부 시간에는 책을 들고 씨름해야 했고, 그 사이마다 보고를 받고 접견하고 대신들과 토의를 하고 국정을 결제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사이에 산더미처럼 쌓인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요즘으로 치면 매일 장관들한테 업무보고 받고 국무회의 하고 짬 날 때마다 민원을 다 읽었단 소리다. 그러면서 책도 읽어야 했다. 이러한 왕의 일정은 국가의 뼈대를 이루는 공식적인 시스템이었으므로 오늘은 좀 일찍 자겠다거나, 오늘은 업무 내일로 미루고 좀 쉬겠다거나, 이런 게 절대로 통하질 않았다. 누군가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에만 예외가 적용됐다. 왕은 그러므로 해당 업무를 모두 제때 처리할 업무 능력과 육체적 건강이 요구됐다.

실록 중, 조선시대에 큰물 즉, 홍수가 났던 기사만 307건이었다. 강물이 범람해 물바다가 된 지역이 있으면 임금은 내탕전을 보냈다고 한다. 내탕전이란 임금이 쓰는 돈이다. 범람한 강물은 인명과 재산을 휩쓸고 농경지도 망쳐놨고 백성들은 굶주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임금은 재난 지역에 대해 여러 구제책을 시행했다. 수해 복구를 위해 왕의 개인 돈을 지출하면서까지 말이다. 이외에도 해당 지역에 세금을 줄이고 노역도 면제했다.

정조는 1789년, "강가나 산골짜기 부근에서 침수되거나 씻겨나간 전답을 철저히 조사, 단 한 사람의 토지에 대해서도 억울하게 조세를 징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임금은 고통을 겪는 백성들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감선 (수랏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임)했다. 영조는 1758년 홍수에 10일간 반찬을 줄였고 현종도 그랬다.

태종. 세조. 숙종실록 등에는 수해에 책임을 지고 좌의정, 우의정 등이 스스로 면직을 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숙종실록상, 좌의정 목내선과 우의정 민암이 홍수와 재앙을 이유로 면직되기를 청하였다.

세종실록에는 백성들을 대피시키지 않아 인명손실을 야기한 관직자에 대해서는 문책이 있었다.

"판의주목자 이상흥, 판관 김상안 등이 일찌기 낮은 지대에 사는 백성들을 옮겨두지 않았으므로 지난 6월에 큰물이 져서 민가를 떠내려가게 했으니 상흥은 곤장 80대에 해당하고, 그 나머지 사람은 각각 90대에 해당하며...." (세종실록, 1431년)

수해로 숨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라에서 제사를 도맡기도 했다. 정조실록에는 "공주목 옥천군에 홍수가 나 140여 호가 잠기고 59인이 빠져 죽었다. 관에서 거두어 묻어주고 제사를 지내 위로하라"고 명한 바 있다.

조선은 전제군주국이며 신분제 사회였다. 그런데도 홍수가 나고 백성이 고통을 겪으면 임금이 몸둘 바를 몰라 하며 자기 밥상마저 줄이고 대신들은 자기 탓이라며 면직을 요청했다.

어제 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이 이렇게 말하며 기자들한테 막 따졌는 모양이다. "비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 저희들도 다 일상적으로 저녁 약속도 있고 다 가고 , 상황 왔을 때 대처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말했다. 믿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이 퇴근을 안 했으면 비가 덜 왔겠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대통령이 하는 일엔 한 치의 착오도 없었다며 무책임한 공격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국민의 힘당에선 권성동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자연재해마저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으며 어떻게든 국정을 흔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임금이 반찬 가짓수를 줄인다고 홍수가 없던 일이 된단 말인가? 좌의정, 우의정이 어전에 허리를 굽혀 면직을 요청한다 해서 비가 그친단 말인가?

아니다. 정치란 백성과 고락을 같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당시 사람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금 우리는 전제 군주국도 신분 사회에 사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은 왕이 아닌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일꾼일 뿐이다.

저 사람들은, 지금 저기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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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6 12: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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