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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정치인의 패배가 아닌 세력 전체의 패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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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08 14:53:53  |   조회: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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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실패하였는가 : 프롤로그

- 어떤 정치인의 패배가 아닌 세력 전체의 패배이다 -

1.

자,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을 다시 한 번 머릿 속에 떠올려 봅시다. 하지만 저번과는 다른 각도로 살펴보는 겁니다. 주인공 김기택(송강호)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박동익(이선균)' 의 입장에서 보는 것입니다.

박동익의 입장에서 볼 때 「기생충」은 대단히 황당한 영화입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집의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가 다소 문제가 있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그 외에 있어 그가 신경 쓸 만한 이슈는 집 출입문의 센서 조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새로 고용한 운전기사가 자신에게 흉기를 들고 달려듭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기택은 분노에 차 그에게 달려들 만한 어떤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이유들은 갑자기 한 순간에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조용하게 쌓여 갑니다. 조금씩 관객들에게 경고를 주면서 말입니다. 때문에 '박동익' 은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는 것입니다.

2.

지금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앙권력, 지방권력, 의회권력을 모두 차지한 거대 여당이 있었습니다. 국회 의석도 거의 60% 를 점유하여 안정적 입법이 가능한 정당이었지만, 이 당은 압도적인 국회의원 총선거의 승리 2년 뒤 갑자기 정권을 빼앗기고,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까지 빼앗깁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상황은 대단히 황당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많은 결점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하였고, 바로 직전 선거까지 많은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권력 3개 중 2개를 순식간에 박탈했으며 남은 하나마저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가 누구의 책임이냐는 문제로 당은 매우 분분합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정권을 교체할 타당한 이유들이 있었던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이유들은 갑자기 한 순간에, 특정한 인물 때문에 동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난 5년의 러닝타임 간 조용히 쌓여 왔습니다. 아주 조금씩 경고를 주면서 말입니다. 때문에 '민주당' 은 모르지만, 유권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것입니다.

3.

권력의 상실과 선거의 패배는 누구의 책임일까요? 어떤 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로 책임을 형해화하지 말라" 라는 이야기도 하시는 듯 합니다. 그러나 권력의 상실에 있어 그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려 하는 것만큼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우스운 시도는 없습니다. 왜냐 하면 간단합니다. 선거에서 심판받는 것은 후보가 아니라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봅시다. 선거에서 심판받는 것이 후보가 아니라 정권이라면, 결국 권력의 상실은 유권자가 그 정권과 그 정권을 운영하는 세력에게 불합격 통보를 내린 것입니다. 결국 선거의 패배를 사람 내치는 문제로 만드는 것은 결국 계파투쟁의 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선거의 패배는 결국 세력 전체가 가진 아젠다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정권마다 교체 여론이 높았지만 정권을 연장한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만, 과거의 선거를 짚어 보면 높은 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연장하는 것 역시 그 세력의 총체적 역량이라는 것은 수도 없이 증명이 되어 왔습니다.

4.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이 어떠한 '한 사람' 때문이라고 해서는 유권자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이낙연 전 대표이든 이재명 의원이든 박지현 전 위원장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질문을 하기에 앞서 한 국가의 공당이 그 공과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책임정치를 하는 집단이자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책임정치의 결과는 반추와 성찰이어야지 사람을 내치는 것이 되어서는 그 세력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역시 간단합니다.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이 '사람' 이 된다면, 결국 그 사람만 쫓아 내면 당이 다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만 몰아낸다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정당이 존재했다면 대한민국은 당 이합집산만 하다가 아무런 발전도 이룩해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책임을 사람 자르는 문제로 가져가는 것은 결국 천천히 여러 방면에서 5년간 누적된 문제점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는 것 뿐이고, 오히려 사람 자르는 결과의 책임론이야말로 책임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일일 뿐입니다. 현재 민주당 내의 모두를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지방선거 결과로도 드러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5.

다시 같은 질문을, 조금 발전시켜 꺼내 봅니다. "왜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사람' 때문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문제가 있어서 우리는 정치적 불황의 초입에 서게 된 것일까?"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 더 붙게 되겠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은 그냥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치열한 토론과 고민 그리고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많은 미래에 대한 사고들이 공유가 되어야만 합니다. 단 "누구 때문이니 저 놈을 몰아내자." 이것만 잠시 접어 두자. 이 말입니다.

그러한 관계로, 내일부터 총 다섯 가지의 이야기들을 찬찬히 하루씩 해 나가볼까 합니다. 경제, 정치, 정당, 지지자, 그리고 미래의 과제까지, 하루에 하나씩 지난 5년간 고민했던 이야기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6.

힘들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앞으로는 더욱 더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터널이 5년 짜리가 될 지 10년 짜리가 될 지는 순전히 우리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눈 앞에 놓인 이 깜깜한 어둠이 품고 있는 그 진실을 우리는 찾아 내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결국 그 진실을 찾는 과정 속에서 유권자의 신뢰도 회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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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8 14: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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