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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허탈함에 대하여
 회원_852073
 2022-05-10 11:51:35  |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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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술안주 삼아 노가리처럼 찢고 있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어 윤석열이 한동훈 버리는 거 아니냐? " "무슨 얘기냐?" "검찰총장이든 법무부장관이든 청문회 거쳐야 하잖아. 그때 아주 발가벗겨질 텐데..... 내가 민주당 의원이래도 눈에 불 켜고 입에 칼 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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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에는 공감이 갔다. 어지간한 자신감 없으면 대놓고 한동훈을 들어 장이야!를 외치겠는가. 수세에 몰렸다고는 해도 아직 자포마상이 하나씩은 살아 있는데. "그만큼 자신있다는 거 아니면 버리는 패라는 거지." 친구 녀석은 계속 호기롭게 외쳤지만 술이나 먹으라는 야유에 묻혔다. 아무렴 그럴리가. 한동훈을 왜 버려. 쓸 일이 얼마나 많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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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정하고 털기 시작하니 여러 가지가 튀어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같은 사람을 털자면 정확하고 빈틈이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 밉다고 아무거나 들이대다가 되치기 당하면 오히려 그의 위상만 높여 주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 한겨레 1면 톱 기사 같은 의혹. "부모찬스 기부 의혹" 같은 공격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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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서) 가장 시급한 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여서 기업 사회공헌부서에 메일을 보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해서 기부를 받은 자체는 별반 흠이 안될 것 같다. 그게 '스펙'쌓기라도 해도 그렇다. 엄마 빽이 가동됐다고 해도, 그 의도와 과정과 결과가 허위라면 모를까, 그리고 줬다 빼앗었으면 모를까 , 기증했던 기업이 엄마의 부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 모를까 그 기부 '스펙' 자체로 시비를 걸기는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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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슨 전시회를 했다는 것도 그렇다. "외할머니 건물에서 유학 전문 미술학원의 도움으로 개최"됐고 학원 친구들과 함께 기획 전시를 가졌다는 건데 이 역시 참 다른 별나라 이야기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전시회가 아예 열리지 않았다던가, 미술학원에 한동훈 검사나 그 부인 변호사가 전화해서 이리 저리 해 달라고 압박했다는 폭로가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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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그리고.... 진짜 문제는 별로 화가 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허탈할 뿐이다. . 어차피 한동훈 2세 따님께서는 우리 애들의 경쟁자도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무슨 의대나 가겠다고 바둥거리고 인턴십 하고 뭐 그런 수준이 아니라 인터뷰부터 미국의 언론과 하고, 그쪽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쌓아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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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기증이건 기획 전시회건 모두 미국의 '지역 언론'에 실렸다. 이름 낯선 신문이나 방송채널에 나오는 것도 가문의 영광인 나라의 미욱한 아버지로서는 거기서부터 코가 땅에 닿는다. 나 정도의 백면서생 뿐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부부가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를 하면서 얼마나 수사 대상자들을 비웃었을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에휴 국산 의대 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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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후보자의 따님이 얼마나 똑똑한 인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6개의 논문을 작성해 4개 저널에 게재하고 2020~2021년 10개의 영어 전자책을 출판"하는 건 다분히 미국 대학 입시 컨설팅의 내음이 강하게 난다. 학원이나 데려다주고 공부는 자기가 하는 거야! 부르짖기만 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허탈해지는지 모르는 것이다. 아 저런 사람들은 저렇게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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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예상이지만 저 논문과 전자책은 마냥 엉터리일 것 같지도 않다. 즉 조작이나 누가 써 줬거나 했을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미 있는 프로그램에 몸을 실었을 공산이 크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상상도 못했던 입장에서는 그저 허탈할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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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정유라 말대로 돈도 실력이고 지위가 능력인 세상에선 돈과 지위가 만들어낸 천재도 부러워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저 고귀한 분들은 그렇게 사시고 우리 애들은 학원이나 뺑뺑이 돌리고 그보다 형편 못한 이들은 EBS나 보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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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한동훈 후보자는 자신이 했던 대로의 기준을 적용받는 게 옳다. 딸 논문 내용을 전부 공개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했는지를 밝혀야 하며 필요하다면 딸의 일기장도 소수의 조사자들에게는 공개해야 하며, 역시 필요하다면 수사권이 넘어간 경찰에 압수 수색도 요청하여 의혹을 깨끗이 씻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서울시와 인천시가 동시에 부인한 시의 포상 문제는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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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더 털려 보라...... 그리고 나는 이 성경 말씀을 되뇔 것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역으로 말하면 남에게 대접한대로 그대로 받을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건투를 빈다.

 

 

https://www.facebook.com/sanhatoday/posts/2044094285778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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