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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노회찬 의원의 죽음 그리고 검찰개혁에 대하여
 회원_926047
 2022-05-03 10:16:31  |   조회: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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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스피커' 진중권이 또 헛소리를 지껄여놨고 언론은 대서특필 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함께 검찰개혁법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진씨는 이렇게 페북에 썼다. “진보가 고작 노무현, 한명숙, 조국 한풀이였던가? 이 법으로 인해 서민들은 이제 돈 주고 변호사를 사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일단, 엄연히 국선 변호인 제도가 살아 있고 또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전관 변호사를 쓸 수 있던 서민들이 지금까지 몇이나 있었다고, '검찰 수사권 축소로 서민들이 검찰 수사 때 변호인 조력조차 못받게 된다'고 주장하는 건지 이자는 논리적인 설명을 전혀 안한다. 그래도 언론은 이 한심한 글을 대서 특필 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려 한다. 진중권이 결코 몰랐을 이야기이다. 정의당도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바로 노회찬 전 의원이 어떻게 돌아가시게 됐는가와 관련해 내가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이다. 진씨가 이런 걸 전혀 모르기 때문에, "(검찰개혁법안은) 노무현 한명숙 조국 한풀이" 이 따위 얘기를 하는 거라고 본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나는 '드루킹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기자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부정을 일으키는 일당들과 정치브로커들을 일망타진해야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쓴 기사였다. 물론, 내 의도와 달리 이 사건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말았는지에 대해선 여러분이 더 잘 알거다. 이 보도 직후 내가 불행한 일에 휘말려, 한겨레를 나오게 되는 바람에 제대로 결자해지 못한 탓이다. 지금도 가슴 속에 한이 맺혀 있다.

아무튼 내가 굳이 이런 배경설명부터 하는 건, 드루킹 사건의 수사과정에 대해 내밀한 면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이유에 대한 해명이 필요해서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의 모든 내용을 알만한 사람들을 두루 접촉했었고 나는 그들과 한겨레 퇴직 후에도 관계 맺음을 하면서 취재를 계속 했었다. 이제, 묻어두었던 '진실 한조각'을 꺼내겠다.

노회찬 의원은 '검찰일당들'이 죽였다. 특검의 수사도중 드루킹으로부터 받은 돈이 드러나서 돌아가신 것 아니냐고? 그건 드러나 있던 절반의 진실일뿐이다. 노회찬 의원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당했고, 검찰이 노회찬 의원을 망신주기 위해 언론에 흘린 것이다. 죄를 범했다고 누구나 죽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노회찬 의원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만든 건 바로 검찰이다.

허익범 특검이 출범하기 전 경찰의 수사단계에서 노회찬 의원과 드루킹 사이 돈이 오고간 흔적이 나왔다.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수사의 본류는 댓글공작 사건인데 엉뚱하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노회찬 의원을 수사하게 생긴 것이다. 결국, 경찰은 노회찬 의원 건에 대해선 별건으로 처리하고 드루킹 댓글 공작 사건 수사를 마무리 한 뒤 노 의원의 입건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다만, 수사 내용을 덮는 식의 (검찰의 특기인) 정치적 행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이 검찰보다 딱히 나아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같이 눈 부릅뜨고 검경을 감시하고 있는 기자들이 가만 안있을테니까 그런거라고 본다. 경찰은 노회찬 의원과 드루킹 관련 수사내용까지 모두 포함해 숨김없이 특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런데 허익범 특검이 출범한 뒤 갑자기 채널A를 포함해 종편 언론들에 노회찬 관련 의혹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일당들이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본 뒤 전략을 짠 것으로 추정한다. 김경수만 날리는 게 아니라 검찰에 눈엣가시였던 노회찬까지 날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 것일까. 사건의 본류도 아닌데 갑자기 노회찬 관련 수사가 본격화 한다. 결과는 다들 알듯, 노회찬 의원이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고 마는 것으로 귀결됐다.

다시 한번 강조해 정리하면, 노회찬 의원에 대한 혐의는 특검 수사에서 나온 게 아니다. 특검이 경찰 수사내용을 받아본 뒤 김경수와 함께 노회찬 의원 죽이기를 결정한 것이고 그렇게 검찰일당들이 언론에 흘려준 뒤 벌어진 일이다. 마치 노무현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논두렁 시계를 슬쩍 언론에 흘려준 뒤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해가고, 그렇게. 그짓을 검찰은 또 한 것이다.

죄가 있다면 누구든 성역없이 수사받아야 한다고? 순진한 소리. 그 성역을 늘 검찰은 취사선택한다. 그래서 표적수사, 표적기소라는 것이다. 김학의나 윤석열 가족들에겐 한없이 너그럽게 '셀프 검수완박' 해주지만, 검찰에 맞서 싸워온 사람들에겐 수사의 칼날을 날카롭게 들이민다. 그게 검찰이다. 노무현과 노회찬의 죽음을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면서 검찰개혁을 떠올리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노회찬 의원이 어떻게 돌아가시게 된 건지와 관련해선 내가 어떤 적절한 시기에 심상정 의원이라도 찾아가서 반드시 알려주려 했었다. 이렇게 대중을 상대로 다 까발릴 생각은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일들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분명 들었지만, 내 주장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 다만, 정의당이 검찰개혁을 위해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다.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이끈 음모들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면 당연히 뒤에서 협조하려 했었다.

그런데 정의당이 노회찬 의원 타계 뒤 급격하게 아마추어 조직처럼 변하면서 나역시 움츠러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알려줘봤자 이들이 제대로 진상조사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묻어두기로 했던 것이다. 내가 기자로서 좀더 떳떳해지는 어느날 노회찬 의원의 묘소를 찾아 술한잔 올리며 알려드리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이제 대중에게 공개한다. 진중권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저런 망둥이들이 설치는 꼴을 못보겠다. 기본적으로 취재란 걸 하지도 않고 방구석에 앉아 이런저런 오염된 정보들로 가득찬 기사들이나 살펴보고 아무말이나 내뱉는 저런 철부지들한테 정의당이 좌지우지 되는 꼴을 더는 못보겠다. 정의당은 진중권같은 아마추어들과 손절하라. 그래야 너희가 산다. 노회찬 의원의 유언이라고 생각해도 될 거 같다. 이번에 민주당과 함께 검찰개혁법안(노회찬 의원이 피해당한 검찰의 별건 수사금지 조항)을 통과시킨 건 아주 잘한 일이다. 하늘에서 노회찬 의원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계실 것이다.

허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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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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