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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조의 영역, 캐릭터와 연출이 인상적인 재난 스릴러
 회원_143713
 2021-01-27 02:26:37  |   조회: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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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영역'은 조석 작가가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재난·스릴러·판타지 장르의 웹툰입니다. 내용에 대한 리뷰 이전에 간단한 배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 작품이 연재를 시작한 건 2012년 10월이고 2018년 9월인 지금 시즌2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6년 넘게 연재를 계속한 대서사는 아니고, 12년 10월에서 13년 1월까지 시즌1이 연재·완결된 다음, 4년여의 시간이 지나 시즌1을 재연재한 뒤 시즌2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1부는 말하자면 '물고기가 거대화 되어 인류를 위협한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스케치했다는 느낌을 인상을 받았습니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스토리 진행도 떡밥을 잔뜩 살포했을 뿐 제대로 밝혀진 건 없었거든요. 시즌2에 와서도 한동안은 밝혀지지 않는 의문과 비밀이 늘어나고 독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됐을 뿐이지만 최근 연재 분량을 보면 스토리가 꽤 많이 진행된 편입니다.

 

내용을 길게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소 거칠게 요약하면 물고기를 비롯해 물에서 사는 여러 생물들이 거대해지고, 더 나아가 '변화'합니다. 작중에서는 '진화'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던 것 같은데 이걸 진화라고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진화라는 단어는 뭔가 과학적인 정합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조의 영역'이 과학적 정합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도 하고요. '변화'를 겪는 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해버린 물고기들이 쏟아지고, 문명은 거의 붕괴된 것처럼 보이며(적어도 주조연들이 머무르는 공간에서는), 살아남은 인간들은 이제 거대 물고기와 물고기에서 파생되어 나타난 기괴한 괴물들, 그리고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들어간 같은 인간들과 충돌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조의 영역'은 네이버 웹툰에서도 수위권의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조석이라는 작가의 유명세도 있겠지만 그 인기를 쉽게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재미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인기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바로 '연출'이에요. 여기서 연출이란 단순히 시각적 자극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화부터 장면의 배치, 여러 떡밥과 소재가 노출되는 타이밍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 전반을 의미합니다. 조석 작가가 대단히 신경쓰고 고민해서 그렸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장기 연재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 편 한 편이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다가옵니다. 퀄리티가 돋보이는 이러한 '연출'이야말로 소소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조의 영역을 놓치 못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캐릭터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좋은 캐릭터가 따라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조의 영역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2부에서는 군상극의 형태로 다양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고나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핵심 인물들은 동떨어져 있지 않고 끊임없이 마주합니다. 10명이 넘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아예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케이스를 제외하면 놀랍게도 소외당하거나 잊혀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한 명 한 명이 예외없이 사연과 개성, 매력을 뽐내고 있고 닥쳐오는 위기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죠. 댓글란만 봐도 독자들이 저마다 지지하고 죽지 않기를 바라며 애정하는 캐릭터가 꼭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조의 영역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연출과 함께 작품의 재미를 책임지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인 셈이죠.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2부 중반에 불거졌던 스토리 진행 속도에 관해서 필자는 크게 불만이 없었는데, 누적된 분량을 한 번에 몰아본 덕도 있고 연출과 인물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다소 느릿한 스토리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행 속도와는 별개로 떡밥을 해소하는 시점이 오니 숨겨진 비밀과 스토리의 내용 자체는 크게 특이하거나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나 만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보인다고 할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으로 이런 필자의 뒷통수를 기분 좋게 때려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지금 이대로도 좋은 웹툰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21-01-27 02: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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