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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히 행복하지 못하므로 : <파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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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14 01:53:15  |   조회: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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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영원히 행복하지 못하므로

  : <파도의 주인>

 

[웹툰 리뷰]파도의 주인 - 이뫄

 

  영원이라는 단어는 언제 생겼을까. 인간이 영원을 자각했을 때는 언제일까. 인간은 영원할 수 없다. 우리는 필멸하기에 영원을 동경하며 간혹 그것을 거머쥐기를 원한다. 영원한 삶은 마치 우리에게 상처럼 느껴진다.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큰 업적을 세운 위인들은 언제나 하늘로 올라가 영원한 삶을 얻었으며, 위대한 신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영원불멸의 삶'을 들 정도이다. 그러니 인간에게 영원은 지나치게 매력적이다.

여기, 함께 붙어있는 두 개의 섬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섬에는 무엇이든 살릴 수 있는 진귀한 약초가 있으며, 이 약초를 얻으러 들어간 자는 이 섬에서 뱀이 되어 영원히 갇혀 지내야 한다. 그리고 주인공 한소는, 병원에서 만나게 된 어린아이 열이를 구하기 위해 이 전설을 따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영원의 삶을 받는다는 건 얼핏 듣기에는 나쁜 일이 아니어 보인다. 소중한 사람도 구하고, 만나지는 못하지만 영원히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뱀으로 지내야 하는' 섬의 으시시함은 떨쳐 낼 수 없다.

 

[웹툰 리뷰]파도의 주인 - 이뫄

 

  그렇게 찾아간 섬에서 한소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본다. 상상하던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니라 마치 가족같이 서로 얽혀사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 무기, 반달, 장 옹, 검, 달우는 무기와 검을 제외하고는 약을 가지러 섬에 왔다가 뱀이 되는 저주를 받은 '인간'들이다. 울고, 웃고, 밥을 해먹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제게 있는 시간들을 이겨내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 섬에 들어왔으며, 영원을 살며 소중한 것을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상실이 얼마나 뼈아픈지 알고 있다.

 

[웹툰 리뷰]파도의 주인 - 이뫄

 

  한소 역시 끊임없이 상실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한소는 '영원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원을 대가로 들어온 섬에서마저 한소는 이 섬 역시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버린다. 그의 앞에서 영원히 살아온 신적 존재, 무기가 서있다. 그는 이 필멸하는 생명체들이, 필멸하기에 더 괴롭고 아프고 불행한 생명체들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인간에게 영원이란 없기에 그들은 불행하고, 그 불행을 밟고 행복해지거나 행복을 짓이기고 불행해진다. 그리고 해결을 원한다. 고여있는 섬, 흐르지 않는 생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소가 들어온 섬에는 생기가 돈다. 영원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새로운 사람, 영원을 몰랐던 존재는 생명과도 같다. 영원히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사실 영원히 산다는 건, 생명이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생명이 없는 섬에는 주기적으로, 강제로 생명을 주입해야 한다. 그래서 영원을 살며 죽어가던 두 개의 섬에, 어떤 계시처럼 한소는 들어온다. 그 섬은 멈춰 있으며 죽어있고, 그들을 관리하는 하늘의 천제 역시 영원의 세월을 살며 고여있다. 

[웹툰 리뷰]파도의 주인 - 이뫄

  그러나 이 영원히 사는 존재들에게 문제가 생긴다. 영혼을 갉아먹는, '괴'라는 존재의 출몰이다. 천제의 몸을 갉아먹는 괴는 과거 천제의 수호자, 달천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하는 신들을 모두 처형하면서 그들의 한으로 인해 생긴 존재라고 이야기된다. 달천의 집권 이후 영원은 조금 삐그덕거린다. 영원한 생을 위협받는, 죽음 내지는 소멸의 위협이 천제에게 자꾸만 들이닥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달천은 두 개의 섬에서 나는 약을 필요로 한다.

 

  웹툰 안에서는 수많은 신적 존재들이 나타나고 생명을 가진 자, 한소는 그들의 일에 마구 엮이며 어떠한 제물이자 그릇으로서 시험 당한다. 그러나 한소는 영원을 바라지 않는다. 한소는 그 자체로 필멸하는 자이며, 생명이며, 생동이다. 그래서 그는 움직이고, 해결하고, 나아가기를 원한다. 이것이 인간의 흐름이다. 인간이 영원의 안으로 들어서면 것은 반달이나 달우, 장 옹처럼 어딘가 삐걱거리는 일이 생긴다. 인간은 신적 존재와 다르며, 신적 존재가 삐걱거리는 경우는 그 영원이 위협을 받았을 때이다. 이 모든 시간축은 죽어있거나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백하게 움직인다. 움직이고 흐르고 태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시간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움직이고 흐르고 태동하며 나아가는 한소이다. 

 

[웹툰 리뷰]파도의 주인 - 이뫄

  현재 <파도의 주인>에서는 천제의 비밀과 섬의 비밀에 대해 서서히 한소가 자각하며, 이를 해결하려는 몸짓을 보인다. 생명을 가진 필멸자, 한소가 영원의 시간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펼쳐질 것이다. 웹툰 <파도의 주인>은 네이버 목요웹툰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0-11-14 01: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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