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저질들이 휘젓던 과거.. '망각의 죄'짓지 말아야
상태바
저질들이 휘젓던 과거.. '망각의 죄'짓지 말아야
  • 딴지 USA
  • 승인 2021.01.23 0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망각의 죄

1.

어제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선거에서 패배하고서도 온갖 추태를 부리다가 밀려 나간 것이다. 권력은 양날의 칼 같아서 바로 쓰면 모두에게 유익하지만, 잘못 쓰면 자신을 포함해 주변 모두에게 해악을 끼친다.

신사는 이겼거나 패배했을 때 그의 품위가 드러나는 법이다. 트럼프는 마지막 날까지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거의 깡패 같았다. 후임자 바이든에게 인사도 안 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미국 언론 중에선 그에게 동정을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는 기고만장 하며 노망 아닌 노망을 떨다가 반역 선동자로 추락하여 하원에서 탄핵을 당하고 초라하게 퇴장했다. 신사가 아닌 자를 누가 기억할까?

못난 트럼프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내 짧은 생각으로 생각해 보니 그에겐 다른 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그는 후임자를 향한 존중의 태도도 없고, 바이든을 뽑은 미국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향해 방위비를 10배나 내놓으라고 요구를 했으니 그가 한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이는 못난 사람이다.

못난 사람은 대통령이 되도 못난 짓을 한다. 어찌 대통령만 그러하겠나? 목사도, 국회의원도, 교수도, 누군가의 부모 노릇도 마찬가지다. 남을 속이려 드는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관계, 즉 서로 존중하는 태도에서 이미 떠난 사람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이를 우리는 명예롭게 여기거나 삶의 동반자나, 동역자나, 가까운 친구로 삼을 수 없는 일이다.

2.

이명박, 박근혜 역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추락하여 감옥 속으로 떨어졌다. 어떤 이는 권력 무상을 뇌지만 내가 보기엔 권력 무상이 아니라, 분에 넘치는 권력을 줬으나 그들이 명예롭게 그 권력을 지킬 능력이 모자란, 함량 미달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은 전임자를 비열하게 죽음으로 몰았고, 박근혜는 구중궁궐에서 권력을 오용하며 공주 노릇이나 하던 인물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모자란 이들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문제는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내세워 권력을 장악했던 세력이다.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를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하도록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감언이설을 세간에 흘리던 자들이다. 그 결과 우리는 10년의 세월을 범죄자 대통령들에게 시달렸다.

범죄자를 추천하고, 범죄자를 옹휘하며, 범죄자 편을 들던 세력은 재빨리 당명을 여러 차례 바꿈으로써 국민의 질책과 비난의 시선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는 모양이다.

안철수나, 진중권이나, 서민 교수는 한때 내가 좋아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들이 이상해졌다. 간혹 저들의 논조를 살피면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저들의 주장의 방향을 살펴보면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무례함이 넘친다.

증오가 남달라 사람에 대한 예의가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지어 정의와 공정을 주장하며 한때 벗이었던 이의 자식까지 몹쓸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저들이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조국을, 그리고 조국을 지지하는 이들을 조롱하고 괴롭히려는 악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다. 못난 인간들이다. 거꾸로 보면 조국이나 조국을 지지하는 이들의 존재가 공연히 저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독려하며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을 마치 공동의 적이라도 되는 양 설정하고 악마화하고 있다. 이런 공격을 당하는 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 무서운 일이다. 이런 자들이 중세기에 살았다면 애먼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하게 만들던 마녀 사냥꾼 노릇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3.

요즘 국민의 힘 당 주호영 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마다 악의가 넘치고 소름이 끼친다. "국민의 힘"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사용하면서 마치 전체 국민의 힘이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이라도 되는 듯, 국민의 정신세계를 착각 속에 빠뜨리고 있다.

교활하기가 그지 없다. 범죄집단이 대한민국의 힘이라 표명하는 기이한 일이다. 이명박, 박근혜가 감옥에 간 것이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에게 박해를 받았던 정치인과 같은 처지인가? 그들과 그들의 수하들이 탐욕과 어리석음에 빠져 국민이 맡긴 권력을 자기 치부나 만족을 위하여 오남용하고, 마치 초법적인 전근대적 상왕이나 되는 것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정작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업신여기던 이들이 아니었나? 마치 머슴이나 계집종이 제 신분을 잊고 주인을 능멸했기 때문에 지금 감옥에 있는 것이 아닌가?

착한 국민은 속고 속아 박정희, 전두환을 겪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명박, 박근혜까지 겪었다. 이명박 박근혜를 내 세우던 세력을 대표하던 나경원이가 국회에서 빠루를 들고 나대더니, 요즘 주호영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더럽고 섬찟하기 그지없다. 이들의 이런 망동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국민을 향한 정중함이나 예의가 일호도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 국민이 선출한 바이든을 인정하지 않으려 행패를 부린 것이나, 나경원이나 주호영이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행패를 부리는 것은 똑같은 짓이다.

주호영은 심지어 정권이 바뀌면 현직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될 범죄자 취급을 받을 것이라는 암시까지 했다. 참으로 못난 자다. 이런 자들과 어울리는 안, 진, 서 등도 본색이 같아 보인다.

4.

바이든은 미국 46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과거를 기억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미국민들 앞에서 언급했다. 어두웠던 과거를 바로 보고 오류를 바로 잡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못난 짓을 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하며 쉽게 잊으려 한다. 권력을 잡기는 했으나 두 번이나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정당은 당의 이름을 수시로 바꾸어 이젠 바꿀 만한 이름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이들은 과거를 잊고 싶어 하고, 국민에게 어서 과거를 잊어달라는 주문을 왼다. 그러나 과거를 바로 보지 못하면 새 출발이란 아예 불가능하다. 과거의 지속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요즘 주호영이의 막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가 속한 집단은 새 출발이 정말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출발은 기독교적으로 해석한다면 참된 과거의 청산, 진정한 회개 없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무수한 개신교 목사들이 진정한 회개 없는 세력에 빌붙어 어설픈 정치 세력을 규합하며 마치 현 정권이 그들의 공동의 적이나 되는 것인 양 악선전하고 있다.

저능한 집단일수록 공동의 적을 쉽게 만든다. 공동의 적을 쉽게 만드는 집단은 그 논리에 따라 자기 자신들이 먼저 당한다. 고대 아마존 지역에 살고 있었던 지바로(Jivaro) 족은 이웃 종족을 공동의 적으로 삼고, 이웃을 학살했을 뿐 아니라, 적의 시신에서 머리를 잘라낸 후 뼈를 제거하고 인육으로만 뭉쳐진 축소된 적의 머리를 집에 걸어 두고 살았다.

적의 머리를 축소해 두려움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이웃을 향한 증오가 극심했던 이 족속의 남자 60%가 인류 역사에서 비운의 죽임을 당했다. 포악한 집단의 자식들은 대부분 그들의 포악을 두려워한 이들에 의하여 타살당해 죽었다.

증오는 정의와 생존의 수단이 아니다. 나는 정의와 공정을 빙자하면서 포악을 부리는 인간, 정중함을 버린 인간을 멀리한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버린, 못난 것이 무슨 정의와 공정을 주장하는가 싶어서다.

미국에선 일단 트럼프 같이 못난, 저질들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저질들이 판을 치며 득세할 수도 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저질들이 휘젓던 과거를 쉽게 잊는 이들에게 밝은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 자식들을 위해서 우리가 망각의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CK Park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