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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조국, 그리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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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조국, 그리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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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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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조국, 그리고 조선일보》

내가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구인 페이스 북에 이런 표제가 떠있다.

- 감찰팀장도 총장 감찰·직무정지 반대(2020-11-26)

원적지를 알아보니, 바로 조선일보다.

아, 시대의 바른길, 옳은 길을 정확하게 거슬리는 조선일보!

문득 회상되는, 조선일보의 다른 문장 하나가 있었다.

- 鄭夢準도 노무현을 버렸다.(2002-12-18)

두 표제에 함께 들어가 있는 것 : ‘도’

내 생애, 다시 오지는 않을 오늘 마감 겸, 그 이야기를 적어보겠다.

*

지금은 문재인 바람에 한시적으로 정치 관심자가 되어 있지만, 나는 본디 정치 냉당자여서, 주요 선거 때면 투표일 전에 아예 복편 예약도 하지 않은 채 장기 여행을 냅다 떠났다. 노무현의 그해에, 투표일 이틀 전인 12월 17일, 아내와 함께 인천공항 24번 게이트를 거쳐 밖으로 나갔는데, 노무현이 대통을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다음해 3월 초, 카트만두, 타멜 스트리트에 있는 동포 게스트하우스에서였다.

그 집 거실 겸 식당으로 쓰는 널찍해 더 썰렁한 공간 구석에 한국신문 지난 것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뒤적거리다 보니 그 기사가 나왔다.

노무현이 대통령 됐어요? 내가 물으니까, 키가 좀 큰 편인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안주인이, 예에?, 하며 뻥한 눈길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찾아보니까 바로 그 「鄭夢準도 노무현을 버렸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읽어보았고, 비로소 알아차렸다. 승산이 낮다 생각했던 노무현이 이긴 것은 바로 이 사설 때문이다!

*

그 얼마 뒤, 서울에 돌아와 알아본 것도 그랬다. 투표 당일, 우리 아파트 현관에 이 신문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은 그 신문을 한 장씩 들고 나갔다 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2,30대들의 정의감에 불을 댕겨,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sns가 불이 났고, 더불어 2,30대 투표율이 부쩍 높아졌고, 그 덕분에 노무현이 근소한 차이가 승리할 수 있었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조선일보의 역사적 패착 덕분에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고, 결국 죽임당했고, 더불어 노무현의 생명은 영원한 게 되어, 그 이후 조선일보 휘하 정당들은 대를 물려가며 죽을 쑤고 있게 되었고, 앞으로 당분간은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역사의 이 아이러니 – 새삼 되새겨보니, 재미있다. 재미있으니까 나의 이야기는 조금 더 나아간다.

*

뒤에 알아보니 이렇게 된 듯하다. 정몽준이 단일화 파기 선언을 하기 몇 시간 전, 명동 유세장. 정 지지자들이 차기는 정몽준을 외치며, 노무현에게 그것을 선언해 달라 하니까, 고지식하기로 이름 높은 노무현이, 설렁설렁 넘어가 주지 않고, 차기는 추미애 등, 다른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 하니까, 정의 일급 참모 노릇을 하고 있던 김흥국인가 하는 사람이 빡쳐서, 정에게 지지 철회하라 부추겼고, 바닥이 얇은 정은 함께 빡쳐, 냅다 단일화 철회 선언을 한 것 같았다.

노회 무쌍한 언론인인 조선일보의 김대중이 그 소식을 들은 것은 그날 마감 뒤, 조선일보사 뒤 식당에서 폭탄주를 마시고 있다가였는데, 김대중은 곧 ‘논설위원실 막내’를 보내, 몇줄 긁어오게 했고, 그 ‘막내’가 서둘러 긁어온 것을 읽는 둥 마는 둥 ‘오케이’하여 넘긴 게 바로 「鄭夢準도 노무현을 버렸다」였다.

지금 이 글을 적기 위해 확인해보니 「鄭夢準, 노무현을 버렸다」인데, 내 기억에는 「鄭夢準도 노무현을 버렸다」이다. 카트만두에서 본 것은 그랬던 것 같다. 기억의 오류일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 소감은 마찬가지다.

정이 도대체 무엇이관데, 그가 누군가를 ‘버렸다’는 게 왜 그토록 호들갑을 떨어야 될 거리가 되는 것일까? 가소로웠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 ’막내‘가 누구인가 알 것 같은데, 이를테면 「是日也放聲大哭」이 대한민국 언론사의 보석이라면, 「鄭夢準, 노무현을 버렸다」는 똥이 되리라 생각한다.

도대체 그래봐야 부자의 서자로 태어난 그는 하질 인간 이상일 수 없을 텐데, 그에게 그토록 대단한 시대적 가치를 얹어두다니, 역시 조선일보답다, ㅎ, 요게 내 소감 요약이다.

*

오늘 ’감찰팀장도‘에 대한 소감도 비슷하다. 정과는 달리, 나는 감찰팀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당대에서 조선일보가 높게 치는 것은 어김없이 똥이다 – 라는 신념이다. 그러니까 ’감찰팀장‘에 대해서도 그렇다. 나의 연상은 이어진다. ’정몽준도‘가 조선일보의 역사적 패착이었듯, ’감찰팀장도‘ 그런 가능성이 확실하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저으기 안심하게 한다.

나의 타임 라인에도 그런 글이 더러 보이는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윤의 법정 투쟁에서, 반동 증세가 꽤 두드러진 법원의 농간, 조심스럽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감행한 또 하나의 이 패착으로 보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왜냐하면 조선일보의 헛발질은 이미 상습적인 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설령 법원의 반동이 현실이 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꼭 나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개혁이 필요한 것은 비단 검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도 개혁되어야 하고, 개혁 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일을 두고 그들이 감히 반동을 자행한다면, 그것은 그들 개혁의 동기, 또는 격발 장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尹의 사사건건이 그랬듯이,확실한 자해.

*

그러니까 나는 이 글 업로드 뒤, 소맥 한 잔으로 입가심 정도를 한 다음,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겠다. 대충 훑어보니, 오늘 전국의 검사들이 나의 아침 예견과는 달리, 옥쇄 결의, 그런 것은 비치지도 않은 채, 여기저기 모여 이런저런, 밟힌 지렁이 꿈틀거림 같은 소리들을 내, 조선일보를 많이 실망시킨 듯하다.

그러고 보면 그들은 대한민국 최강 조폭으로 군림하기는 했지만, 동네 왈짜만한 결기도 없는 듯하다. 오늘, 임은정검사 말씀에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 주동세력인 체 하던 검찰‘이라는 대목이 있다. 정말 그렇다.

깜도 되지 않는 것들이 어깨에 힘준 채, 어진 백성들의 삶을 유린했다. 그런 시대는 ’저물어야 합니다‘(임은정).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도 그렇게 웅성거리고 있다.

그 모든 것, 모두 벌써 9년 전, 조국교수께서 말씀해놓으신 바 있으니(아래 그림). 이웃들께서도 긴 눈이 되어 걱정 접어두셔도 좋을 듯하다. 더구나 조선일보가 이토록 살신, 분전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패착능력은 믿어도 좋다. 이건 경험방이다. 喝!

*

오늘 서리태 타작을 했다. 내일 토란만 캐고 나면 올가을 추수 끝이다. 앞 문단에 이미 적어두었지만, 임은정검사의, 예언적이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글이 올라와 있다. 임은정, 이연주, 진혜원, 이들 세 분에게 우리는 실로 큰 빚을 지고 있다. 시대가 그 빚을 매우 후하게 갚아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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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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