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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의 정치와 경제 영향, '국토균형발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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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의 정치와 경제 영향, '국토균형발전의 시작'
  • 딴지 USA
  • 승인 2020.11.1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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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 가덕도의 신공항은 인프라의 확산과 안전문제로 인해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전자는 동남권에 있는 대표적 공항인 부산 김해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고, 후자는 2002년 4월에 김해공항에 인접한 산에 중국항공기(에어차이나)가 충돌하는 사고 때문이다.

사실은 그 이전부터 신공항을 필요로 했지만 국토부(+토건족)가 ‘현재 공항도 적자인데 왜 굳이 신공항을 건설하는가?’의 논리로 막았다. 하지만 에어차이나 충돌사고는 120명이나 사망했고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감의 여파가 워낙에 컸고 때문에 비로소 신공항 건설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여론의 원동력이 되었다. .

이 충돌사고가 난 이유는 공항에 산이 두 개나 인접해 있기 때문인데 김해공항은 원래 공군기지의 용도로 만들어졌고 때문에 이 산을 방패막이로 삼아 북한의 포격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건설된 것이다.

2.

노무현 대통령은 중국항공기 추락사고 이후 인프라 확산과 안전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신공항 건설 검토를 지시했다.

원래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대로라면 2006년도에 착공을 하는 것이 목표였고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서 벗어나 국토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부울경의 위상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 사업이 1차로 표류하게 된 이유는 부울경을 중심으로 검토를 하던 중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밀양신공항의 의견이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3.

그러면 왜 뜬금없이 대구경북에서 이 신공항사업에 관여를 하게 되었을까?

부산 해운대구에 ‘수영비행장’이라는 군사비행장이 있었다. 일제가 대륙침략을 위해 후방의 병참기지 성격으로 건설한 공항이었다.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이 물자를 실어 나르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민간운항과 군사적 목적으로 동시에 사용되다가 아무래도 터가 비좁아 김해로 공항의 용도가 이전되었다.

그러다가 1996년 수영비행장은 완전히 폐쇄가 된 것이다.

4.

문제는 폐쇄된 수영비행장이 재개발되어 신도시가 만들어졌는데 그 곳이 바로 지금의 벡스코,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롯데백화점 및 신세계 백화점 등이 들어선 것이다. 이로 인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스타 등 국제행사를 치룰 수 있게 되어 부산이 국제적인 도시가 발돋움 하고, 나아가 해운대구가 부산에서 가장 부자동네가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것을 본 대구의 토건족들은 배가 아팠고 눈이 돌아갔다. 그 와중에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자신들에게도 부산의 신도시 재개발과 같은 대박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5.

대구 동구에 위치한 대구공항과 대구 K-2 공군기지 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외부로 이전하면 부산의 수영비행장 폐쇄 못지 않은 재개발 사업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재개발 사업성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문제는 공항을 이전시키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 당시만 하더라도 거의 파리를 날리던 수준의 대구공항 입장에서는 불가능했다. 그 무렵에 동남권 신공항 이야기가 나오니 이 지역의 모든 토건족들과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드디어 찬스가 온 것이다.

그래서 대구와 적당한 거리에 있는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6.

지역사회와 지역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특별한 일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를 주관하는 정부에서는 원칙적으로 순조롭게 해결하면 되는데 이것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서 더 꼬이도록 만든 것은 바로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이다.

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있지만 정말 국가적 어려움 혹은 혼란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 드물다. 잘못 뽑은 국민들의 원죄이다.

우선 이명박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문제는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부산에 가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고, 대구에 와서는 대구공항(+공군기지)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테면 두 명의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한 셈이다.

7.

그리고 막상 당선이 된 다음에는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사업성에 타당이 없다고 신공항 건설 자체를 백지화 해 버렸다. 과연 이명박식 해법이다.

물론 이명박이야 본인 스스로가 뼛속 깊은 토건족이니 이 사업을 진행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엄청난 이권을 챙길 기회가 되겠지만 PK와 TK 양쪽에 약속을 했고 이는 천하의 이명박조차 정치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으나 선거 때 표만 받고 결국 나 몰라라 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8.

이명박이 한번 써 먹은 떡밥이지만 동남권 신공항은 여전히 표에 도움이 되는지라 차기 대선에 나선 박근혜가 바로 이어서 이것을 써 먹기 시작했다.

방식은 이명박과 똑같지만 이명박보다 머리는 더 나쁘고, 더 거침이 없던 박근혜는 신공항 사업을 꼬이는 수준을 넘어 PK와 TK가 싸우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신공항 건설은 늦어졌지만 솔직히 이 대목은 박근혜에게 고마운 측면이 있다)

9.

이명박이 한번 써 먹은 쌍방향 프로포즈 전략을 한번 더 사용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대선공약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처럼 두리뭉실한 화법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아니라 아예 대놓고 해당 지역에 건설을 하겠다고 양쪽에 덜커덕 약속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관련 정치인들은 오직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만 약속했다.

사실 2012년 총선, 대선부터 PK 지역에 민주당 민심이 많이 오기 시작했고 오거돈이 부산시장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공약의 여파가 꽤 있었다고 본다. 이 지역은 토건족보다는 인프라에 좀 더 기대를 많이 한 측면이 크다.

10.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자 역시 난감해 졌다. 입지상으로는 PK지역이 좋기는 한데 자신의 정치적 본진에 해당하는 대구 쪽을 달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외국용역업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라는 곳과 계약을 맺고 타당성 검사를 했다. 2016년도 6월 결과가 나왔는데 황당하게도 김해공항확장, 밀양공항, 가덕도 공항 순서로 나온 것이다.

차기 대선을 위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꼼수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물론 보고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 공개했을 뿐이다.

11.

독재자의 딸 답게 박근혜는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을 굴복하게 만들었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받아 들이게 하더니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을 위해서는 대구공항(+공군기지)을 대구시 인근의 의성과 군위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다.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의 토건족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은 만세를 외치고 부산시민들은 맨붕이 온 대목이다. 만약에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져서 정권이 교체가 되지 않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12.

2017년 대선공약으로 문재인 후보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었고 국가경쟁력 강화와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24시간 안전한 운항이 가능한 공항이 필요하다"면서 다시금 가덕도 공항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해공항 주변에 땅이라도 샀는지 국토교통부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절대불가’를 외치면서 저항을 했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추진했지만 2019년 12월 당시 이낙연 총리는 4개 분야 전문가 21인의 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켜서 재검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그리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이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13.

이 검증위원회의에 결과가 바로 어제(17일) 나왔는데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과였다. 다시 말하면 가덕도 신공항안이 다시금 유력해진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 반발의 이유를 살펴보면 절박함은 있다.

14.

2019년 대구공항의 이용객 숫자는 450만명이고 김해공항은 1,300만명이다. 이전하는 대구공항의 사용자는 1천만명 규모로 산정해서 준비하는 중이다.

대구 입장에서는 부산 지역의 공항이 현재 김해에 있으면서 확산성이 없어야 그 지역 수요를 대구로 흡수할 수 있는데 가덕도에 24시간 돌아가는 신공항이 생기면 편의성 때문에 도리어 빼앗긴다는 현실적인 걱정에 쌓인 것이다.

물류건 승객이건 말이다.

15.

자, 이대로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이 되면 다음과 같은 정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드디어 수도권 집중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특히 침체된 부울경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둘째 통일 이후 유라시아 열차에 마지막 종착역으로서 부산과 진정한 물류허브로서의 부산공항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이 간절히 원하는 해저터널을 우리가 거부하면서 말이다.

세째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대목인데 국힘당을 드디어 PK에서 끄집어 낼 수 있다. 과거 부마항쟁을 하던 시절의 정서로 말이다.

15.

내가 이 동남권 신공항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삼 대단하다고 보는 것이 자신이 공약한 내용이고, 이것을 얼마든지 정치적 치적으로 본인을 위해 써먹을 수 있지만 철저하게 배제하고 이것을 총리실을 통해 그리고 검증위원회를 통해 객관적 타당성 검사를 마치고 발표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철저하게 빠져 있었다. 정말 지독한 원칙주의자가 아닐 수 없다. ㄷㄷ

16.

덕분에 이낙연 대표는 또 하나의 업적을 쌓아서 이후 정치적 행보를 하는데 있어 (특히 호남 출신 후보이지만 PK 지역에서) 저항감이 덜하고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되었고, 오거돈 전임시장의 치명적인 삽질로 힘들어진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이제는 해 볼만 하게 되었다.

단 PK 지역도 이 신공항 약속은 2012년도부터 기대한 것이라 이게 또 미뤄지거나 무산되면 안되니 이제는 정말 정치적인 떡밥이 아닌 진짜로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디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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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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