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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검찰의 표창장 시연 넌센스.. 그마저도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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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검찰의 표창장 시연 넌센스.. 그마저도 엉망
  • 딴지 USA
  • 승인 2020.10.3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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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월 29일, 정경심 교수 재판의 33차 공판에 대한 두번째 글, 지난주 검찰측 표창장 캡쳐 시연에 대한 반박들이다.

3. 검찰의 캡쳐 시연 반박

지난주 검찰은 MS워드 프로그램에서 조원씨의 상장을 워드의 '자르기' 기능을 이용해서 잘라낸 후 캡쳐해 아래아한글 파일인 조민 표창장 파일의 하단에 붙여넣었다. 변호인은 이 대목에서 PT 화면을 띄우며 검찰의 표창장 관련 시연을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차례로 하나씩 살펴보자.

3-1. 표창장 폰트의 차이

먼저, 지난주에 검찰이 시연하면서 만든 표창장 버전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서울대 및 부산대 표창장 사본과 한눈에 보기에도 크게 달랐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표창장 내용의 본문 부분의 폰트 '굵기'의 차이였는데, 검찰이 확보한 서울대 및 부산대 제출본의 본문은 굵지 않은 평이한 폰트였지만, 검찰이 지난주 시연해서 출력한 표창장 버전은 본문 부분이 확연하게 굵게 나와 볼드체라는 것이 드러나보인다.

변호인은 이 세 가지(서울대 및 부산대 제출본과 검찰 시연본)을 화면에 띄워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주었다. 이것만 봐도 검찰이 시연한 방식은 실제 서울대 등에 제출된 표창장을 제작한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pdf 파일이 일종의 버그 탓에 한글 폰트의 볼드, 즉 굵게 처리를 '무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아한글로 작성된 표창장 양식에서는 본문 부분이 볼드체로 적용되어 있지만, pdf로 변환한 최종 파일에서는 볼드 폰트가 아닌 가는 굵기의 일반 폰트로 표시된다. 이것은 pdf 변환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지난주 검찰은 pdf로 변환하지 않고 아래아한글 상태에서 그대로 출력했다. 그때문에 서울대 사본과 달리 내용 부분이 눈에 띄게 굵게 나온 것이다. 즉 서울대 및 부산대에 제출된 사본은 아래아한글이 아닌 pdf 상태에서 출력되었다는 점이 확인되는 것이고, 검찰은 그것을 무시하고 아래아한글에서 그대로 출력한 것이다.

검찰은 이런 변론 내용에 끼어들며 희한한 주장으로 항변을 늘어놨는데, 서울대 사본 등의 복사 과정에서 잉크 분사량이 달라서 진하기가 달라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인이 지적한 것은 '진하기'의 차이가 아닌 폰트의 '굵기'의 차이로서, 전혀 엉뚱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복사기의 특성 탓으로 복사 과정에서의 진하기가 차이가 나온 것이라면 표창장의 제목을 포함한 다른 부분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나야 하는데, 오직 내용 부분의 폰트 굵기만 뚜렷이 차이가 보였다. 따라서 검찰의 설명은 전혀 얼토당토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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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최종 표창장 파일이 실제 서울대 표창장과 다르다

또한 변호인측은 검찰이 증거1호 피씨에서 확보한 표창장 관련 최종 완성본인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을 실제 출력해보였는데, 여기서도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서울대 제출본 등과 달리 인쇄되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위로 한참이나 치우쳐 나왔고, 그런 이유로 표창장 내용의 가장 아랫 부분인 "동양대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이 매우 비정상적이게도 은박 부분의 중간 즈음에 겹쳐져 출력됐다. 즉, 서울대 제출본처럼 정상적으로 출력되려면 그보다 한참 아래로 내리는 수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본 두가지 문제, 즉 pdf 출력시의 폰트가 가늘어지는 문제와, 증거1호 피씨의 최종 pdf 파일을 출력했을 때 위쪽으로 치우쳐 나오는 두 가지 문제로부터, 매우 중요한 추가 논증이 나오게 된다. 그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표창장 위조'의 최종 파일인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은 서울대 등 제출본을 출력해낸 최종 파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pdf 파일은 일반적으로는 편집이 불가능하다. 추가로 상단에 여백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로 여백을 적용하지 않으면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은 실제 표창장 결과물인 서울대 사본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위로 올라가 은박을 침범해 은박 위에 인쇄가 되는 이상한 출력결과가 나온다. 즉 실제 출력을 위해서는 상단에 여백을 추가하는 최종 수정이 한 단계가 더 있어야 하는 것이고,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은 최종 결과물이 아닌 중간단계의 파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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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측은 이에 대해, 일반적인 애크로뱃 리더가 아닌 '애크로뱃 프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pdf에도 여백을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항변이다. 이 pdf 파일은 어디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원본 아래아 한글 파일인 (양식)상장[1].hwt 파일이 함께 있고, 거기서 단순히 'pdf로 저장하기' 기능으로 만든 파일이기 때문이다.

아래아한글 원본 파일에서 여백을 추가하면 매우 쉬운데 왜 번거롭게 수정하기도 어려운 pdf 파일을 수정하느라 진땀을 빼는가? 당연히 아래아 한글에서 간단히 여백을 추가하고 pdf 파일을 새로 만들 일이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pdf 파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대목에서 기가 막히게도, 멀쩡하게 아래아한글로 작성된 원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백이 잘못 지정된 pdf 파일을, 매우 번거롭게도 편집 기능이 있는 애크로뱃 프로 버전 프로그램에서 불러와 추가 여백을 적용해 다시 출력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척 보기에도 억지 투성이인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검찰이 '타임라인'이라고 주장했듯이, 증거1호 피씨에서 나온 표창장 관련 파일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이 전체 작업의 최종 산출물인데, 이 파일이 실제 서울대에 제출된 표창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피씨 사용 관행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결론은 이런 쪽이다. "조민표창장 2012-2.pdf"는 최종 표창장 파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파일은 여백 문제로 출력 결과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시 원본인 아래아한글로 돌아가 여백을 추가한 후, pdf를 한번 더 만들었다고 해야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그렇게 추가로 수정한 실제 최종 pdf 파일이 이 피씨에 없는 것이다. 그럼 이 증거1호 피씨가 아닌 다른 피씨에서 최종 수정이 한번 더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디시 말해, 이 피씨가 표창장을 최종적으로 제작한 피씨가 아닌 것이다. 출력 역시 검찰이 특정한 'HP Photosmart 2610' 복합기에서 출력한 것이 아닐 것이고. (세상에, 오래 보관할 상장을 누가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하는가, 물 한 방울만 튀면 확 번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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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 법률적으로 '문서위조'는 최종적으로 프린터로 출력하는 단계에서 행위가 완성된다. 출력하지 않으면 문서위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종 출력한 피씨는 특정이 안되는 다른 피씨다. 검찰측의 다른 모든 주장이 다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하나만으로도 사문서위조 혐의가 성립될 수 없는 엉터리 기소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검찰이 '수정하기 쉬운 원본이 함께 있지만 구태여 수정이 매우 불편한 pdf 상태에서 억지로 수정해서 출력했다'라는 황당한 드립을 늘어놓은 이유다. 그러면서도 정작 검찰은 지난주에 pdf가 아닌 아래아한글 상태에서 출력했다. 이런 치명적인 문제를 눙치고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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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화면으로서, MBC 보도에서 예시한 화면들을 첨부한다. 첫번째 이미지는 검찰 시연본의 본문의 폰트가 실제 서울대 등에 제출된 것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두번째 이미지는 증거1 피씨의 파일들 중 표창장 관련 최종본 파일인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을 그대로 출력할 경우 위로 치우쳐서 은박 부분에 겹쳐 출력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이미지를 가져온 MBC 보도 내용도 매우 볼만하다. 이 글에서처럼 매우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시간에 검찰 주장의 헛점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MBC 곽동건 기자가 열심이다.)

이번엔 정경심 반격.."검찰 시연 표창장, 실물과 달라"

https://news.v.daum.net/v/20201029204324710

(검찰 표창장 시연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이 계속 이어진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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