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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선진화의 바틀넥 기획재정부, 자산시장 기본 원칙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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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선진화의 바틀넥 기획재정부, 자산시장 기본 원칙도 몰라
  • 딴지 USA
  • 승인 2020.10.2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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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 자산시장은 상당히 오묘하다.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장기보유를 촉진하기 위해, 또는 단기보유를 막기 위해 장기보유를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적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반면 주식은 그렇지가 않다.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단기투자자 비율이 상당히 높고 주식의 평균보유기간이 짧다. 주요 시장 주식 평균보유기간은 2019년 기준 미국 S&P500은 27.8개월, 홍콩 HSI는 27.0 개월, 일본 토픽스가 약 14.3개월이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실)

한국 코스피의 경우 지난해 기준 약 16.1 개월로 일본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었으나, 올해의 경우 코스피 기준 4.9 개월로 크게 낮아졌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갑자기 시장에 몰리며 단기투자 성향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

기획재정부는 장기투자에 대해 양도세 감면을 추진할 경우 ‘부자 감세’ 가 될 우려가 있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자본시장에서 장기간 유지되는 인내자본의 유무가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완전히 도외시한 주장이다.

근본적으로 Long-Termism, 즉 투자에서의 장기주의는 단기적 주가와 기업 내재가치 사이의 괴리를 축소시켜 기업 경영을 조금 더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에서 발로된 것이다.

이는 실제로 주주자본주의가 확립된 선진국에서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데, 주주의 영향이 한국보다 큰 미국 등지에서는 지나친 고빈도매매 등으로 인한 단기 주식 가격의 변동성 확대가 기업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장기적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목소리가 차츰 커지고 있다.

3.

실제로, Harford, Kecskes & Mansi(2015) 에 의하면, 1985년부터 2012년까지 총 11,206개 기업의 95,463개 사업연도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99% 신뢰수준하에서 장기투자자는 배당/자사주 매입/어닝서프라이즈 등 다수의 긍정적 수치의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장기투자자들의 이해관계 자체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 및 지속가능성과 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다. 이 관점에서 장기투자자들이 부자냐 그렇지 않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사회 전반의 부가가치 창출의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선진국식 주주자본주의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주주의 비중에서 장기투자자를 Fat 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물론 단기시세차익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주주의 대부분이 단기투자자라면 기업 경영 역시 단기 주가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기 따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상장사 CEO나 CFO의 KPI 에는 주가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상기하자.

4.

또한, 생애주기에 따른 국민저축의 관점에서도 장기보유를 유도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획재정부는 마치 부자들만이 주식을 장기보유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지가 않다. 장기저축의 수단으로 우량주를 모으는 개인투자자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고령화 사회에서는 단기저축과 장기저축을 구분해서 개인 재정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연금의 노후보장이 쉽지 않은 나라에서는 젊었을 때부터 장기저축 포지션을 소액이라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제로금리 상황에서 사실상 은행은 저축의 기능을 상실했고, 결국 개인 장기저축의 포지션에는 일정 부분 위험자산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장기저축에 대한 관념이 없이 주식 투자를 하게 되면 오히려 귀중한 자본을 테마주 등에 모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5.

기획재정부의 시야는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물론 주식시장에는 장/단기 투자의 수요가 모두 있고 이 두 투자 방식은 모두 정당하다. 그러나 기재부는 장기투자를 마치 ‘부유층 전용 재테크 수단’ 으로 여긴다는 것이 문제다.

근본적으로 장기투자자의 존재는 기업 경영의 견실화와 거버넌스 개선, 그리고 국민 노후를 위한 장기저축 포지션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매우 귀중하다. 주식시장이 온통 단기투자자로 뒤덮이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결국 경제 선진화의 바틀넥은 결국 기획재정부인 듯 하다. 금융시장을 마치 재정/조세당국의 머슴인 양 여기니까 장기투자에 대한 관점도 결국 세수의 확보 측면에 그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아무리 법안을 가져온들 이런 식이면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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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sung Brian Kim (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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