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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의 해외여행에 사용되는 재정,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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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의 해외여행에 사용되는 재정,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 딴지 USA
  • 승인 2020.10.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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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 세계에서는 그룹 해외 여행이 잦다. 주로 노회, 지방회, 연회, 총회 차원에서, 그 외 각종 선교회 차원에서 많게는 연중 몇 차례씩 해외에 나간다. 물론 명분이 분명하다. 첫째, 그냥 단순 여행이 아니라 '선교여행'이란 것이다. 둘째, 평소 목회하면서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했으니 해외에 나가서 잠깐 머리를 식히고 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해외여행은 주로 노회나 지방회 등 안에서 교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연히 상회비를 많이 내는 영향력 있는 목사들이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차피 개인 경비가 아니라 노회나 지방회, 총회 재정으로 경비를 사용하니 말이다. 거기에 교회 규모가 작아서 자력으로는 해외여행이야말로 언감생심인 다수의 목사들이 그런 기회를 적극 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목사들의 해외 나들이가 잦다.

문제는 목사들이 선교지 방문이라고 극구 강변한다 해도 실제로는 그저 관광목적의 여행인 경우가 절대다수라는 점이다. 여행지역이 태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현지에서의 행태는 말 그대로 가관인 경우도 적잖다. 더 큰 문제는 비록 목사들이 목회하면서 고생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잠시 머리를 식히며 휴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그가 섬기도록 부름을 받은 신도들은 목사들보다 훨씬 더 피곤하고 험악하게 살면서도 좀처럼 해외는 커녕 제주도 여행조차 시도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신도들이 어렵게 헌금한 돈에서 갹출한 상회비를 가지고 목사들이 최소 일년에 한 차례 정도씩 해외 여행을 다니는 풍속은 이제 중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교회 규모 순서대로 상회비를 각출하여 모여진 돈으로 해외 여행을 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상회비를 많이 내는 목사들의 발언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규모가 큰 교회의 목사들은 노회나 지방회 등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 및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금을 가지고 이런 선심성 행사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질이 아주 나쁜 형태의 교회 정치다.

아무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험상으로 볼 때 한국교회가 매년 목사들의 해외 경비로 사용하는 돈은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한 노회당 일년에 한 차례씩 해외 여행을 다닌다고 계산할 때 대략 1-2억의 돈이 들어가며, 큰 교단의 경우 많게는 100개 이상의 노회가 있으니 교단별 수치가 얼추 나올 것이다. 예외인 노회나 지방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결코 무리한 추정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만일 누가 나에게 한국 개신교의 개혁을 위해서 당장에 시행해야 할 과제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그중 10대 개혁 안에 목사들의 해외 여행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개교회의 재정은 신도들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믿음으로 봉헌한 것이다. 그리고 노회나 지방회, 연회나 총회 등의 재정은 이런 신도들의 헌금에서 갹출된 것이다. 그럼으로 이런 고귀한 돈들이 겨우 목사들의 해외 여행 경비로 해마다 막대하게 사용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죄다. 오히려 노회, 지방회, 연회 등의 주요 재정은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노회, 지방회 안에 있는 작고 가난한 교회의 살림을 돕거나 어려운 형편에서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의 생활비 지원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 목회자 재교육 시스템의 부재 및 부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노회와 지방회 차원에서 양질의 교육과정을 구축하여 소속 회원들의 평생 교육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더 크게는 최소한 교단 별로 그런 재정을 모아 뛰어난 연구소나 싱크탱크 등을 설립하여 한국사회와 교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략적 성찰과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덧붙여 개인이나 개교회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기독교 공통의 고전번역이나 양질의 신학도서 번역 및 출판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좋겠다.

사실상 이런 프로젝트들은 한국교회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교단 및 선교회 소속의 목사들이 일년 만이라도 해외 여행을 금지하고 거기 소요되는 경비를 모은다면 말이다.

나는 목사들은 절대로 해외 여행을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목사들도 해외 여행을 다닐 권리가 있다. 단,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구성원들의 평균적 생활 수준과 문화 수준의 중간치 정도에서 그렇게 하면 된다. 만약 약간 더 낮추면 보다 덕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그에 소용되는 경비는 교회 공금이나 노회, 지방회 등의 공금이 아니라 자신의 돈으로 해야 한다. 그게 옳다.

더 좋은 것은 해외에서 오랫동안 고생스럽게 사역하면서도 돈이 없어 막상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거나 국내 귀국을 미루는 선교사들, 그리고 농어촌 지역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안식을 위해 도시에 산재한 노회나 지방회가 해외 여행 경비로 모아둔 돈을 쓰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런 운동이 범교단적으로 일어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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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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