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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가져온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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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가져온 나비효과
  • 딴지 USA
  • 승인 2020.10.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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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민간 차원의 시민운동을 정부가 나서서 막는 치졸한 행위는 분명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독일의 언론이 평화의 소녀상과 철거명령이 내려진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독일 내 정치적 문제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2.

모테기 일본 외무상이 독일에 가서 하이코 마스 외무부 장관에게 소녀상 건립에 대한 항의를 하고 ‘소녀상 철거요구’를 했다.

이후 독일 외무부는 독일 국회로 독일 국회에서는 해당 지자체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빨리 철거하라”는 권고(혹은 지시?)를 냈다는 것이 독일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본 대사관에서도 적극 개입했다.

3.

소녀상이 건립된 미테구는 독일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인 녹색당을 대표하는 지역인데 녹색당의 정체성과는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는 아마도 소녀상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교적 문제’라고 하니 그냥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어 철거 행정명령을 내린 것 같다.

또한 베를린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미테구청장 다셀에게 항의 편지도 많이 보냈다고 한다.

4.

하지만 일본의 이런 행동은 지금 제대로 역풍을 맞을 조짐이 나오는 중이다.

우선 소녀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녹생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여기에 사민당도 동조했다. 독일에서 가장 진보적인 두 정당이 이 문제에 개입한 것이다.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낸 슈뢰더 전 총리도 사민당 소속으로 녹생당과의 연립정권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이끌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슈뢰더 전 총리와 그의 부인 김소연님이 이번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두 분께 리스펙~~

5.

독일 언론에서는 외교적 이슈가 된 이 문제에 대해 두 가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첫째 독일 언론은 소녀상 철거 행정명령은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긴 9월에 건립된 소녀상을 10월에 철거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미테구에서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비문이 소녀상에 포함되었다”고 변명 했지만 애초 건립 허가에 관련 내용에 대한 제출요구가 없었고, 또 비문내용 자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일반적 독일시민들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다.

6.

소녀상 비문의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독일어 원문은 생략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은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강제로 끌고가 성노예가 되게 하였다. 평화의 소녀상은 소위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시키는 것이다. 이 소녀상은 1991년 8월 14일 생존자들이 침묵을 깨고 이러한 폭력의 역사가 세계적으로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신한 그들의 용기를 기리는 것이다.”

7.

때문에 이러한 (불투명한) 행정명령이 내려오게 된 과정에 대해 언론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령 일본과의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명령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이는 일본 정부 압력에 굴복한 모양세라 여론은 싸늘해 질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묻기 위해 하이코 마스 외무부 장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언론사들도 제법 있다.

소녀상 철거 명령의 과정과 절차에 대한 문제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독일 언론에서는 묻기 시작한 것이다. ㄷㄷ

8.

둘째 소녀상의 철거명령은 코리아협의회에 가처분신청에 의해 일단 유보가 되었다. 하지만 독일 지방법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조만간 판결을 해야 한다. 해당법원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별거 아닌 판결이 이제는 대단히 많은 관심을 받는 중요한 판결이 되어 버렸다.

2차세계대전의 전범 국가로서 여전히 전쟁에 대한 책임의 사죄와 그에 대한 역사교육을 반복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벌인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가 전혀 없는 일본정부의 행동에 동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졌고 또한 ‘표현의 자유’를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독일인들에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9.

미테구청장 다셀은 소녀상 앞 시위 현장에 직접 나와서 철거명령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시간이 있으니 해결책을 찾기 위해 충분히 논의해 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한발 물러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일이 커진 것에 대해 놀란 마음도 있을 것이고 또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다.

모두 일본 정부 덕분이다. 고맙다.

10.

한편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의 보수언론들과 일베에 물든 극우 유저들은 어떠한가?

나는 정의연을 집요하게 공격하던 언론들 그리고 소녀상 철거명령이 보도되자 ‘옳은 결정’이라고 좋아하던 엠팍의 글들을 잊을 수가 없다.

'위안부 인권 운동이 나라망신'이라고 분개하고 독일정부에서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으니 '독일도 토착왜구'냐고 조롱하던 이들이 엠팍에는 제법 있었다.

11.

그들의 논조는 일본내 혐한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왜 한국인들이 일본 혐한과 동일한 논조를 주장하는 것일까?

다행히 독일언론과 독일정치는 상식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한국 언론과 한국 일베들이다.

12.

보수언론과 날이 갈수록 극우화 되어가는 많은 커뮤니티들의 논조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극우 유튜버가 돈을 많이 버는 현상은 확실히 무언가 이상하다. 수요집회에 극우단체와 극우 유튜버들이 등장한 시점은 정확하게 윤미향과 정의연 보도가 시작된 직후였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나라를 팔아 먹는 이들 뒤에는 반드시 사주한 이들이 있었다. 현 시대에도 딱히 다른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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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il Kim
By Doo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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